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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Nov 29. 2021

내 생애 최고의 게스트 하우스

스페인 한 달 살기 07 : 마드리드

마드리드에서 묵었던 숙소는 한인 민박으로 최근에 오픈한 곳이었다. 사장님은 스페인에서 사는 것을 목표로 스페인어를 꾸준히 공부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군 장교 생활을 하다 제대한 후 바로 마드리드로 이사를 왔고 그는 계획한 대로 마드리드에 한인 여행객을 위한 한인 민박을 오픈했다. 


게스트 하우스의 위치는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였고 명품 샵이 늘어서 있는 거리의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었다. 창 밖으로는 크리스마스 조명이 보였고 거리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났다. 공항에서 오기에도 편리했고 어떤 관광지를 가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침에는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주시는 하몽 샌드위치와 과일, 커피, 시리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돌아오면 민박집의 여행자들은 주방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사장님과 함께 와인을 마셨다. 그렇게 여행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편안하고 조용한 숙소였다. 


스페인 마드리드, 펠릭스 게스트 하우스


겨울 날씨에 무리한 탓이었을까 독감이 지나가고 목감기가 찾아왔다. 마른기침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잦은 기침이 불편했다. 괜찮아질 것이라며 방심하던 사이 감기 증상이 더 심해졌다. 마른기침이 감기의 전조 증상이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긴 탓에 증상이 심해진 것이다.


아침 조식을 먹은 여행객들이 숙소를 나가고 나면 사장님은 객실을 청소 해야 했다. 감기 탓에 씻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나 때문에 사장님은 청소를 할 수 없었다. 

"많이 아파요? 숙소에서 계속 있어도 되니까 푹 쉬어요." 

나는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로 조금 더 자며 숙소에 머물 수 있었다. 아침시간 잠으로 휴식을 취한 후에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사장님이 객실 청소를 할 수 있게 자리를 비워주어야 했기에 길을 나섰다. 점심을 챙겨 먹고 시간을 보내다 저녁에 들어갈 셈이었다. 


숙소 앞에 유명한 타코 식당이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줄이 길었다. 찬 바람이 부는 길거리에 줄을 섰다. '아픈 몸에 타코 먹는다고 줄까지 서다니. 건강이나 챙겨.' 아픈 건 다 내탓이려니 하며 내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1유로에 타코 1개라니. 미쳤다. 타코 5개를 주문해서 먹었다.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양이 차지 않았지만 추로스를 먹을 생각에 스스로 위로하며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에 앉아 추로스와 핫초코를 마시며 목을 따뜻하게 적셨다. 밥을 든든하게 먹고 따뜻한 차를 한 잔 하자 몸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해가 질 무렵 나는 카페를 나섰다. 북적거리는 솔 광장을 걷자니 뭔가 마음이 짠해졌다. 혼자 타지에서 몸까지 아프다니 조금은 서러웠다. 

'곧 괜찮아지겠지? 빨리 몸이 괜찮아져야 할 텐데..'


스페인 마드리드, 추로스와 핫초코
스페인 마드리드


며칠 동안 잠깐 밖에 다녀오는 것 말고는 숙소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남은 20여 일의 여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했다. 다행히 사장님의 배려 속에서 편안하게 숙소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숙소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사장님 덕분에 먼지 한 톨 없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아픈 나를 위해 항상 챙겨 주시는 간단한 아침과 저녁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게스트 하우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렇게 빨리 몸이 괜찮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포르투갈로 떠나는 날 저녁 사장님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많이 챙겨 주셔서 감사해요. 식사도 맛있었고 와인도 너무 좋았어요."

"이지씨, 여행하면서 언제든지 연락해요.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다 도와줄게요." 

이 숙소의 첫 번째 후기를 내가 남기게 되었다.

'★★★★★ 정말 완벽한 숙소. 친절하신 사장님과 깔끔한 인테리어. 직접 챙겨주시는 아침은 물론 자기 전 마시는 와인 타임은 정말 최고입니다.'


그리고 나는 1년 후 쿠바를 가기 위해 경유지로 들린 마드리드에서 다시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찾은 사장님의 게스트하우스는 더 북적였다.

"어쩐 일이에요? 1년 만에 또 스페인 온 거예요?"

"아니요, 이번에는 쿠바에 가요. 경유지로 잠깐 들려서 내일 다시 떠나야 해요."

사장님은 나를 정말 반갑게 맞아 주었다. 사장님은 친구와 내가 지불해야 하는 요금을 받지 않으려 했다. 

"돈은 안 줘도 돼요. 하룻밤 편하게 묵어요."

"아니에요. 사장님.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결국 사장님은 요금의 절반만 받으셨고 사장님의 따뜻한 정과 함께 그날 밤도 편안한 밤이 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친절하고 따뜻했던 사장님이 생각났다. 그럴 때면 민박 예약 어플에 들어가 사장님의 게스트 하우스 손님들의 후기를 읽곤 했다. 후기 속의 사장님은 아직도 친절했다. 이만큼 편하고 따스한 게스트 하우스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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