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한 달 살기 06 : 마드리드
목감기로 힘든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몸이 좀 괜찮다 싶으면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숙소를 빠져나왔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궁전 구경을 하고 미술관에 들려 미술 작품들을 감상했다. 그나마 여유 있는 일정이었기에 급할 건 없었다. 아플 때는 쉬고 몸이 괜찮아지면 관광을 하는 날이 이어졌다. 근처 가까운 곳에 다녀와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저녁시간 부엌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 가끔은 타파스와 샹그리아를 미시러 밖을 다녀오곤 했다. 그래서일까 목감기의 증상은 오락가락했고 완전히 낫지 않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민박집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던 어느 날 숙소 사장님은 나에게 축구 직관을 권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그라나다의 경기였다.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35유로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좌석은 골대 바로 뒤 2층이어서 가깝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격수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사장님 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축구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말로만 듣던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경기였다.
나는 옷을 든든히 챙겨 입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 위치한 샵에서 그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호날두의 열쇠고리를 구입하고 신이 났다. 기념품 샵 구경을 마치고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생각보다 엄청난 크기의 경기장에 압도당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겨우 자리에 자리 잡고 앉았다. 다닥다닥 붙어 앉아 사람들은 이미 응원할 준비를 끝냈거나 맥주와 감자칩을 먹고 있었다. 자리를 찾아 앉아 사람들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호날두의 멋진 플레이를 응원했다. 주위에 앉은 아저씨들은 골이 들어갈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해댔다. 내 뒤에 앉은 노부부는 이어폰을 끼고 중계를 들으며 축구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날 호날두는 골을 넣었고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에서 이겼다. 평소에 축구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원래 호날두의 팬이었던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FC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9일의 일정이었다. 가우디의 여러 건축물들을 구경하고 시내의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마트에서 고기와 와인을 사서 집에서 먹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전광판 하나를 보게 되었다. 전광판에는 메시가 볼 트래핑을 하고 있었고 아래에는 내일의 경기 일정이 적혀 있었다.
바로 마드리드의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께 부탁하여 바르셀로나의 티켓을 구입했다. 티켓의 가격은 53.5유로였고 운이 좋았는지 저렴한 가격에 가장 앞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캄프 누' 앞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들떠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이 분위기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거대한 경기장을 구경하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럽의 축구장은 대부분 잔디밭과 좌석이 바로 마주하여 붙어 있었고 선수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다 볼 수 있는 구조였다. FC 바르셀로나의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즈가 모두 선발로 나선 경기를 나는 마음껏 즐겼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선수 3명의 표정과 볼 트래핑을 세세하게 볼 수 있어 행복한 기분은 덤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썰물 빠지듯 빠져나갔다. 캄푸 누 경기장 근처의 지하철 역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폐쇄된 듯했다. 거리에는 경기장을 빠져나온 5만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사람들은 차들이 없는 큰 도로를 따라 흩어졌다. 사람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며 다음 지하철역까지 걸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축구가 일상인 듯했다. 젊은 사람들은 소리를 질러가며 열정적으로 응원했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축구 중계를 들으며 진지하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2번의 경험이 전부였지만 경기를 보고 응원을 하며 그들의 진지한 모습에 사뭇 축구에 대한 사랑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 축제의 분위기가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