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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Nov 25. 2021

햇살 가득한 쿠엥카에서의 샹그리아 한 잔

스페인 한 달 살기 05 : 쿠엥카

쿠엥카는 마드리드 동남쪽에 위치한 도시로 기차로는 3시간 40분을 가야 하며, 버스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꽤 먼 곳이다. 사실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근교 도시는 세고비아와 톨레도를 들 수 있다. 두 도시는 마드리드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로 가깝고 볼거리가 굉장히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그에 비해 쿠엥카는 마드리드에서 멀고 작은 도시였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었다. 마드리드에서의 여유로운 일정 덕분에 쿠엥카에 가는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한적한 쿠엥카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여행 4일째,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의 근교 도시 쿠엥카로 향했다. 


스페인 쿠엥카
스페인 쿠엥카

쿠엥카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절벽 위의 높은 곳에 위치하여 도시 자체가 요새로서의 역할을 했다. 가장 높은 곳에는 수도원과 성당이 들어서 있었고 그 아래로는 마을이 조성되어 있었다. 좁고 굽은 언덕길에 조밀하게 들어서 있는 건축물들은 중세 시대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다. 굽이진 언덕길을 따라 걸으며 동네를 구경했다.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거리의 상점과 레스토랑은 한산했다. 거리를 따라 길을 한참 올랐다. 경사길을 오를수록 그늘이 없어졌고 따뜻한 햇살에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잠시 쉬며 목을 축이기 위해 길 옆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레스토랑 앞에는 절벽이 위치하여 경치가 무척 좋았고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레스토랑은 텅텅 비어 있었다. 경치를 보며 쉬기 위해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샹그리아는 1L 정도의 병에 가득 담겨 있었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꽤 되었지만 목이 말랐던 나는 샹그리아를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아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한낮의 여유를 즐겼다. 쿠엥카에서 마시는 샹그리아는 그 어떤 음료보다 맛있었다. 찬 바람이 불어 콧등이 시원했고, 등 뒤에 켜진 난로는 내 몸을 덥혀주어 포근했다.


스페인 쿠엥카, 샹그리아


손님이 없어 한가한 레스토랑의 사장님은 밖을 나와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마간 거리를 내려다보던 그는 가게로 들어오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며 웃고 말았다. 

"얼굴 좀 봐. 정말 빨개. 지금 11시밖에 안됐다고!"

대낮부터 샹그리아를 마셔댄 탓에 나는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 웃음을 터뜨렸다.

"샹그리아 한 잔 더 주세요!"

나는 얼큰하게 취해 거리를 내려갔다. 기분이 날아갈 듯한 상태로 쿠엥카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별다를 것 없던 작은 도시는 태양빛에 붉게 빛나며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리에 이르렀다. 절벽과 절벽을 잇는 긴 다리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내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었다. 사진을 부탁하는 것을 극도로 어색해하는 성격이었지만 술기운에 취해서인지 용기가 생겨났고 지나가는 커플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이리저리 다리 위에서 포즈를 잡아보았다. 술기운에도 부끄러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포즈를 취하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민망해하는 나의 모습에 커플도 웃음이 터졌다. 그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고 나는 결국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시원한 샹그리아 한 잔의 기억과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쿠엥카를 떠나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스페인 쿠엥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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