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서 더 깊었던 도시들

스페인 한 달 살기 11 : 코르도바, 그라나다

by 이지

코르도바


세비야에서 친구와 2박 3일을 함께한 후, 친구는 세비야에서 모로코로 여행을 떠났다. 모로코는 스페인 남부에서 매우 가까웠기에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는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9일간 여행을 위해 숙소를 미리 잡아놓은 상태였기에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 했다. 세비야에서 기차를 타고 코르도바로 향했다.


코르도바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기차역은 나름 신식이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잘 갖춰져 있었다. 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로 꽤 가까운 곳이었다. 작은 옥탑으로 꽤 저렴한 가격에 부엌과 침실이 있었다. 메일로 받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원룸 형태의 방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부엌과 식탁, 침대가 모여있었다. 캐리어를 놓고 바로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바로 앞 건물 코너 1층에 위치한 작은 식당이 눈에 띄었다. 식당 안은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으로 배가 고팠던 나는 이끌리듯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가자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관광객이 원래 많지 않은 도시이기도 했고, 숙소가 조금 외진 곳이어서였는지 동양인 남자가 식당에 나타난 게 꽤 이색적인 모양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직원이 다가왔다. 배가 고팠던 나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5유로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샌드위치는 버거킹 와퍼보다 컸고 안에는 고소한 치즈가 듬뿍 들어 있었다. 보통 식당을 고를 때는 구글 맵이나, 트립어드바이저의 리뷰를 참고했지만, 이곳은 그런 정보 없이도 만족스러웠다. 가성비도, 맛도 훌륭했다.


배불리 샌드위치를 먹고 길을 나섰다. 코르도바는 작은 도시라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다. 궁전과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시내 구경에 나섰다. 특히 시내에는 자라 등 쇼핑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저녁 내내 상점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작은 슈퍼에 들려 맥주와 감자 과자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작은 식탁 위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제 그라나다, 바르셀로나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라나다


P20170118_170351968_1E844324-6080-4C3F-A2DA-659AA1CFB909.JPG 스페인 세비야
P20170119_103442118_1B9C5F50-6E54-4E62-9573-56D6B9572F26.JPG 스페인 세비야, 알함브라 궁전


P20170119_152747943_4ACA7713-EFFA-4828-A34B-ED9045DEE08B.JPG 스페인 세비야


다음 날 기차를 타고 그라나도로 향했다. 그라나다에서는 2박 3일을 머물 계획이었다. 이 도시는 꽤 유명한 관광 도시로, 알함브라 궁전을 비롯해 볼거리가 가득했다.


알함브라 궁전은 하루 일정을 비워야 할 만큼 넓고 볼거리가 많았다. 그라나다에서는 본격적인 관광객 모드로 변신했다. 모자를 쓰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길을 나섰다. 니콜라스 전망대, 박물관, 알함브라 궁전을 하루 만에 모두 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루 종일 걷고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 어떤 도시보다 많이 걷고 많이 눈에 담았다. 사실 그라나다는 2박 일정으로는 짧게 느껴지는 도시였다. 넓고 풍부한 볼거리 덕분에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스페인 한 달 살기를 시작할 때는 여유로움만 가득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9~10일씩 일정을 잡다 보니, 다른 도시들의 일정은 생각보다 짧게 짤 수밖에 없었다.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역시 여행은 그때그때 마음에 따라 달라졌다. 포르투도, 코르도바도, 그라나다도 그랬다. 짧은 시간이 늘 아쉬웠다. 더 머물며, 더 많이 느끼고 마음에 담고 싶은 도시들이었지만 일정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스페인 여행 이후로는 더 이상 여행 일정을 세세하게 짜지 않게 되었다. 출발일과 도착일만 정해두면, 그 사이의 시간은 마음 가는 대로 채워나갔다. 이후 떠난 쿠바 여행이 그랬다. 머물고 싶은 곳에 오래 머물고, 가고 싶을 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여행도 꽤 멋지고 자유로웠다.


계획된 여행도 물론 장점이 있지만, 즉흥적인 여행엔 즉흥적인 여행만의 매력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여행 계획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즉흥적으로 일정을 짜봐. 그것도 진짜 멋진 여행이 될 수 있어."


스페인 세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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