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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쓰는미리 Feb 24. 2021

13. 앗뜨거워앗뜨거워 조산방지주사

아가들아 엄마가 더 버텨볼게 딱 붙어있어줘


 날이 밝고 오후쯤 되어서 일반병실로 이동했다. 얼마 전 정기검진 날에 비해 자궁경부 길이가 상당히 짧아졌다고 하여 입원이 결정되었다. 밤새 분만장에서 출산하는 산모들의 소리도 가까이 들렸고 종종 입원실에 잠깐 들어왔다 응급으로 출산하러 가는 산모들을 보며 26주인 내가 그렇게 될까 봐 얼마나 크게 걱정했는지 모른다. 때문에 입원한 것은 굉장히 애석했지만, 난 분만장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16년도 출생 삼둥이 카톡방에서는 나의 입원 소식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친하게 지내던 삼둥맘들 중 출산예정일이 가장 많이 남은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걱정들이 컸었다. 나도 이 상황이 두렵고 걱정이 되었지만 같은 처치에 있는 사람들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토닥여주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시 산과 병동에 입원 중인 세쌍둥이 엄마가 2명이 있었고 모두 나와 친한 언니들이었다. 언니들은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산모들이었고 나를 포함한 모두가 종일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모두 같은 병실이 아니라 만날 수 없었지만 남편들을 통해 과일도 보내고 빵도 보내주며 서로에게 안부를 전했다. 이미 출산을 마치고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이들이 입원해있는 삼둥맘들은 니큐 면회를 올 때, 입원 중이인 산모들을 위해 간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한 번은 병원 지하에 있는 유명한 팥빙수를 포장해다 줬는데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빙수는 처음이었다. 차가운 걸 먹으니 배가 딱딱해지고 뭉치기도 했지만 배를 쓰다듬으면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배가 딱딱해지면 한숨 쉬었다가 또 먹고 또 먹었다. 아주 철없는 산모였다. (*사랑하는 우리 언니들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고마워요. 감사해요.)




 자궁 수축 모니터링으로 이상이 관찰되지는 않았으나, 경부길이가 급격하게 짧아졌고 워낙에 고위험산모였기에 조산방지주사를 맞기로 했다. 주변에 그 주사를 맞은 삼둥맘들이 많았기에 얼마나 힘든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 주사가 내 몸에 들어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이 따끔거렸다. 계속적해서 손과 발 그리고 얼굴에 중점적으로 화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심장은 왜 그리도 빨리 뛰던지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배에는 수축기 1개, 태동기 3개를 부착하고 움직이지 못한 채로 주사를 맞으며 부작용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눈을 뜨고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서 눈을 감으면 감은대로 뜨거웠다.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상태를 체크하며 양을 조절해주었고 견디기 어려우면 중단해도 된다고 하였으나, 최선을 다 해 견뎠다. 그게 내가 뱃속 세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병원에 입원하고 27주 차가 지나게 되자, 몸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이게 사람 배인가 할 정도로 계속 불러오는 배 때문에 숨 쉬기가 더욱 어려웠다. 시도 때도 없이 손발이 저리더니 환도까지 서서 불편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다리는 퉁퉁 붓고 얼룩덜룩거렸고 발도 코끼리 발이 되어 모양이 참 우스웠다. 


얼룩덜룩 코끼리 다리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20주 후반이 되니, 갈비뼈가 아팠다. 아들 둘이 갈비뼈 아래 오른쪽과 왼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태동을 할 때 발이 갈비뼈를 찼다. 한놈은 오른쪽 갈비뼈, 또 한놈은 왼쪽 갈비뼈를 담당하여 나를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 자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고 밥을 먹다가도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힘들다 힘들다 라는 말이 턱끝까지 맺혔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35주까지 버텨야 했으니까. 


 갈비뼈도 갈비뼈지만 한 아이는 자궁 맨 아래에 있었는데 자꾸 내 방광을 찼다. 그것도 아주 세게. 갈비뼈가 아픈 것은 참으면 그만인데 방광 공격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거대한 배 때문에 화장실에 빠르게 달려갈 수도 없었고 몸을 일으키기 조차 어려웠기에 '제발 내 방광만은 차지 말아 다오' 주문을 걸 정도였다. 

 

 그런데 이땐, 참을만했던 거였다.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가서 거울 셀카도 찍을 정도로 말이다. 점점 더 불러오는 배를 보며 '이 보다 더 나오겠어?'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땐 몰랐다. 정말로 배가 더 불러올 줄은...



내 안에 삼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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