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의 영화일기
“당신처럼 써보고 싶어서 영화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어요”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극찬한 씨네21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장.
영화의 밀도와 미덕을 지적이고 시적인 자세로 이야기해온 씨네 21 김혜리 기자가 간직한 영화 일기장을 공개한다.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에는 김혜리가 통과한 영화의 모든 계절이 담겨있다. “내가 느끼는 촉각을 가능하면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라고 말해온 김혜리는 이 책에서 영화로 만난 작고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을 이야기한다. (내용 발췌 – 네이버 책 소개)
언제나 우리의 이야기를 잘 담아주었던 ‘정’회원님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를 통해 나눴던 우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ps. 이번 기록에는 능력자 ‘정’회원이 없어서, 초짜 서기 ‘은’회장의 기록으로 말한 이의 의도와 다르게 왜곡된 얘기가 있을 수 있는 점 양해바랍니다.
Q 전체적인 감상평
효 _ 재미있는데 어려웠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긴 했다
포 _ ‘정’도 ‘우‘도 좋다고 하던데, 나는 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하려다가 더 읽히지 않아 포기했다. 영화를 보지 못한 자들을 위한 설명이 불친절하다. 한 번에 보기 불편한 책이다. 이 책은 영화별로 따로 봐야 한다. (달: 마자 마자)
달 _ 대학 때 부전공(?)이랑 관련 있어서 영화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이 있는 편이었는데도 읽기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배경지식이 없다면 힘든 책인 건 맞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내가 영화를 보면서 막연하게 불편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너무 잘 짚어주면서 설명해 놓은 것들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그런 식의 내용이 좋았다. 그런 점에서 그렇게 표현해내지 못하는 나의 한계를 느꼈다. (광: 동감한다. p.231 “하드를 끝까지 천천히 녹여 먹는 영화“ 같이 시각적으로 표현한 부분들이 좋았다)
광 _ 여성 캐릭터에 대한 관점이 좋았다. 기자&평론가가 하는 일이 영화를 보고 싶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설명이 어려운 책이었다.
은 _ 목차 제목을 잘 뽑는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소개할 때 대화체나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리뷰들은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으나, 본 영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잘 읽히지 않았던, 어려운 책이었다.
옥 _ 리뷰라고 보기엔, 작가의 개인적인 일상이 묻어나는, ’일기‘라는 표현 그대로 영화를 보고 친구에게 하고픈 말을 마음껏 펼친 내용이라 신선했다. 그 외 여성에 대한 관점과 김혜리가 보는 그 시선들이 좋았다. (달: 마자마자, 과격하게 얘기하지 않고 스무스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풀어서 좋았다)
p.6 "당신의 글을 읽기 위해서 그 작품들을 봤어요"
Q 책을 읽고서 관람하고 싶어진 영화가 있는가?
은 _ <소셜포비아> 김혜리가 정리한 영화에 대한 관점이 흥미로웠고, 영화 주제가 요즘 나의 관심사라서 보고 싶어졌다.
광 _ <와일드> 여성 캐릭터를 소개하는 부분이 좋아서. / <늑대아이> 글의 구성과 내용을 소개하는 부분이 맘에 들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김혜리가 풀어놓은 설명이 친절했다
효 _ <위플래시> 보는 중이다 / <프란시스 하> 캐릭터가 흥미로워서 호기심이 생겼다 / <도희야> 다른 시각으로 여성을 그린듯하여 궁금해졌다
달 _ <캐롤> 원래 보고 싶었는데 더 보고 싶어졌다. / <한 여름의 판타지아> 멍 때리면서 그냥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이 영화를 보고 싶다. / 일본 애니메이션도 몰아서 보고 싶다. / <프랭크> 마이클 파스빈더가 어떻게 탈을 썼는지 보고 싶고, 책에서 언급된 장면들이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하다
Q 책을 읽고서 이미 봤지만 다르게 느껴진 영화가 있는가?
효 _ <비밀은 없다> 나는 손예진 캐릭터에게만 집중해서 단편적인 부분만 봤는데, 책을 읽고 주변 인물들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재미있게 봤던 부분들을 상기시켜줘서 좋았다
달 _ <보이후드> 달라진 영화까진 아니고 영화를 보면서 참 길다고 생각했는데 리뷰도 참 길었다. 이 영화를 좋아했었는데 왜 좋아했는지 기억이 안 났는데 책을 읽고 내가 이래서 좋아했겠구나 싶었다.
p.137 '내가 영화를 훔친 건지 영화가 내 삶을 훔친 건지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개의치 않는다'
Q 김혜리처럼 영화를 보며 자신의 추억이 더해져 특별했던 영화가 있다면?
포 _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위플레시> 당시에 너무 재미있게 봤다. 회사에서 사육당하는(표현할 단어가 마땅치 않다), 열심히 해야 살아남는 모습을 보면서 '맞아, 나도 저랬는데' 공감하며 나의 20대를 떠올렸다.
은 _ <써니> 우정과 친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좋다
효 _ <사생결단>과 <짝패> 한때 영화에 미쳐있었을 때 봤던 영화들이다. 사생결단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들어서 영화관에서만 3번 봤다. 지금이야 여험 장면들이 거슬리지만 당시에는 그 감독들의 영화들을 너무 좋아했다.
광 _ 정치 영화 중에서도 선거를 다룬 영화에 관심이 많다. (이에 '포'회원은 영화 '정직한 후보' 볼 거냐고 물어봤다. 답은 없었다.) <머니볼> 진짜 재미있게 봤다. 한때 야구에 빠져있었을 때가 있는데 그때가 떠오른다
p.37 '이는 관객의 응시를 인물이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주는
주류 영화와 다르덴 영화 메커니즘의 근본적 차이다'
Q 두 메커니즘 중 선호하는 영화는? (대중적인 영화 VS 예술적인 영화)
은 _ 지극히, 확고하게 대중적인 영화를 선호한다. 이를테면 기생충 같은, 대중과 예술의 경계선에 있는 영화는 보면서 응?하며 나에게 별 감흥을 주지 않고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냥 딱 슬프거나 코믹하거나 감동이거나 등등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 감정 표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를 선호한다.
달 _ 예술-대중으로 나눠서 선택하기 어렵다. 온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영화는 별로지만 독립 영화 중에서도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런 영화들을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 반전! 범죄심리 요런 스토리는 완전히 꽂혀서 찾아서 보는 편이다. <어둠 속의 댄서> 처음으로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한 내용의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를 보고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도 내 취향에 추가되었다. 신파극은 선호하지 않는다
효 _ 나도 예술-대중 중에 고르긴 힘들다. 그냥 한 영화에 꽂히면 그 배우와 감독의 필모를 훑는 편이다. 너무 현실 같아서 낯뜨거운데 자꾸 보게 만드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지금은 재수 없어서 안보지만 예전에는 홍상수 영화를 좋아했다
p.60 "캐릭터와 실존하는 인간의 차이는
건물을 그린 드로잉과 실제 건물의 차이다.
실제 건물은 주거를 위해 기능해야 하지만
건물 그림은 전기가 들어오고 수도가 나올 필요가 없다. 아름다우면 된다"
Q 전기영화, 혹은 사실에 바탕한 영화를 볼 때 이 관점에 동의하는지?
효 _ 우리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특히나 예민하고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재미있다면 크게 상관없는 편이다. (but 재미없거나 불편하면 따지게 된다) 사건을 왜곡하면 안 되지만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각색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광 _ 영화는 픽션이다. 픽션이라고 짚어주기 때문에 인물의 한면을 확대해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자들이 왜곡이 심하다. 그들이 조심해야 한다
은 _ 역사 영화를 보고 역사를 배우는 입장에서 미화, 왜곡은 별로다. 다 보고 나서 역사에 대해 찾아보고 미화가 심하면 배신감이 든다
달 _ 미화 왜곡까진 아니지만 실존 인물에 대해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서 다른 관점으로 보여주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포 _ 그런 의도에서 <왕의 남자>를 재미있게 봤다. 그런 스토리라면 괜찮다. / 처음에 모르고 보다가 영화 마지막에 역사의 기록을 보여주면 순간의 감동을 받는다. 그런 식으로 역사의 한 줄을 풀어서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좋은 것 같다
p.198 '여자들에게도 시시껄렁하고 유치한 우정을 허하라'
Q '왜 이런 영화는 안 나와?'라고 생각한 지점이 있는가?
은 _ 본 영화보다 안 본 영화들이 훨씬 많아서 어떤 영화가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
효 _ 너무 많이, 충분히 나와서 안 나온 영화를 찾기보단, 나는 왜 이런 영화는 안 볼까 싶은 경우를 생각하기가 더 쉬울 것 같다. 드라마 ’검사내전‘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스토리를 담아낸 작품들을 주로 본다
옥 _ 책에서처럼 여자들의 시시껄렁한 우정을 다룬 영화가 왜 안 나오나 싶다. (광: 드라마에선 나름 그런 얘기를 다루는데 영화에서는 진짜 없는 편이다 / 은: 시시껄렁한 우정 얘기는 아니지만 여자들의 기싸움을 다룬 ’여배우들‘이 있긴 하다)
포 _ <퇴마록> 영화가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예전에 나왔는데 너무 빨리 나와서 망했다. 다시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검은사제들> <사자> 이런 식의 영화들을 잘만 만들면 좋을 텐데... (옥을 시작으로 퇴마록에 관심을 보이며 한참을 퇴마록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공포 영화까지 넘어갔고, 기승전 퇴마록으로 돌아왔다)
광 _ 장르의 주제가 '가난'이었던 <스파이더맨2>를 좋아한다. 그래서 가난을 장르로 하는 영화가 나오면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이에, 다들 이번에 새로 방영하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추천했다)
p.10 '주지하지 않으면 영화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본 것을 적어두지 않으면 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는 두려움'
Q 김혜리에게 영화가 그랬듯이 '00의 일기'라는 이름으로 써봤거나 써보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달 _ (포-'달'은 이미 '혼자'의 일기를 썼다.) 나의 처음의 순간을 기록해보고 싶다. 그것이 아주 사소한 거라도 우리는 매일 어떤 처음을 겪고 있다. 일상에서 아주 작은거라도 색다름을 찾고 싶다 (다들 감탄하며 그녀의 소재를 탐냈다. 나는 처음으로 독서모임 서기를 담당한 지금의 순간을 기록해놓겠다)
은 _ (포 추천- 서른살이 노는 법, 인별에서 은이 올려놓는 서른살이 노는 법 콘텐츠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 달 추천 네이밍 – 내 나이는 따릉살) 서로 상관없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끼리 엮어보고 싶다. 이를테면 김과장 속 남궁민과 리멤버 속 남궁민이 마주친다면 어떨까하고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상상들을 기록해보고 싶다 / 시트콤 형태로 내 주변사람들을 캐릭터화하여 글을 써보고 싶다. (옥: ’은‘을 캐릭터로 시트콤을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 이 얘기할 때 엔도르핀이 과다분비되어 흥분해서 말했더니, 달 회원은 은의 모습이 시트콤 속 나문희 같다고 좋아했다)
광 _ 성공이 아닌 실패의 순간들을 기록해보고 싶다. 말 그대로 딱 실패로 끝난 일들만 쓰고 싶다
효 _ 짝사랑을 기록하고 싶다. 덕질을 포함하여 내가 짝사랑했던 남자, 작품, 배우, 친구, 등 주제에 상관없이 사랑해서 빠졌던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싶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의 처음' '오늘의 놀이' '오늘의 실패' '오늘의 짝사랑' '오늘의 드립' 등 쓰고 싶은 콘텐츠들을 정리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발제도서: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일시: 2020년 2월 1일 오전 11시
장소: 더하우스 1932 (서울역)
참석자: 옥, 포, 광, 효, 달, 은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