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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Feb 22. 2020

죽음의 에티켓

산책하듯 살고 싶다, 파티하듯 죽고 싶다 

'죽음의 에티켓'은 제목 그대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여 심장박동이 멈추고, 뇌가 죽고, 사망진단서를 발부받고, 염을 하고, 장례를 치르고, 묻히는 그 모든 과정의 절차와 예의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 죽음에 대한 철학책 정도를 예상했던 사람이라면 실망스러울 수 있고, 죽음의 처리 절차를 몰랐던 사람이라면 실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저자가 독일인이다. 이 절차들은 대체로 독일의 절차들이다.


Q 전체적인 감상

_ 결혼 이후 어떻게 잘 살아야 하며, 어떻게 잘 죽어야 할까에 대해 부쩍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책 읽는 도중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도 치루었다. 이 모든 것들이 겹쳐져 지금 이 시점에 읽기를 잘했고, 좋았다. 와닿은 부분도 있었고, 외할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읽을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_ 나도 최근 장례식이 있어 빈소에 3일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걸 알게 된 것도 좋았고, 책을 읽고 남편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도 좋았다. 다만 번역이 아쉬웠다. <코스모스>를 읽고 있는데, <코스모스>의 번역과 대비되어 더더욱 아쉬웠다.

 _ '당신은 00한다'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어 마음에 안들었다. 나한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인데, 내가 그렇게 호사스럽게 죽을지 어떻게 아는가? 솔직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보니 교통사고가 나서 죽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서 이 책에 나오는 죽음은 나의 죽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화장에 관한 부분에선 할머니 화장할 때 생각이 나서 울었다.

 _ 제대로 읽진 못했지만 펼쳐 읽은 부분이 염을 하는 부분이라서 외국도 염을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하필 거기 어린아이가 죽어서 문상객들이 해적 복장을 하고 왔다는 내용이 있어 안구건조증에 좋았다. ^^;;;

 _ 한국판을 원한다. 한국의 상조회사 다니는 사람이 써줬으면 좋겠다. 매뉴얼로서 죽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고, 죽음의 과정을 디테일하고 배려있게 잘 썼다. 그러나 재미는 없다.

 _ 르뽀라기엔 너무 허술하다. 

_ 죽음에 대한 철학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없어서 아쉽다. 책 읽는 동안 아빠 돌아가시기 전 한달을 지킨 기억이 떠올라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 장례사가 유족들이 할 일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넥타이를 비뚤게 맸다는 장면이 좋았다. 장례사가 쓴 책이 있으면 더 좋겠다.

_ 명상의 시간 느낌이었다. 도서관에 없어서 책을 샀는데, 비쌌다. 책값 비싸다는 게 유일한 불만이다.

Q 나의 장례는 어떻게 치렀으면 좋겠는가?

 _ 결혼식에 왔던 사람들이 장례식이 그대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러면 너무 빨리 죽어야 할 것 같으니까 욕심을 내려놓고, 친한 친구 서너명, 남편, 나의 팬이라는 사람 서너명 정도가 오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화장하여 수목장으로 해주면 좋겠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느낌도 듣고 수목장하는 곳에 가봤더니 관리도 잘 되는 것 같다. 화장을 원하는 이유는 내가 부패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 어디선가 부패한 시체에서 액젓 냄새가 난다는 구절을 읽은 후 그게 트라우마가 됐다. 장기기증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_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까 친구들이 자꾸만 너 그러다 죽는다 하면서 죽음과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다들 "나보다 먼저 죽지마. 내 장례식장에 와."하고 말한다. 죽음보다 친구가 죽은 후 남겨지는 게 더 싫은 모양이다. 영화 <써니>에 나오는 장례식장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 장례방법은 화장해서 강에 뿌려지고 싶다.

_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리암 니슨의 부인 장례식이 나의 로망이다. 남은 사람들이 죽은 사람과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하는 것. 내 장례식의 BGM도 생각해놨는데, 'Can't take my eyes off you'나 보사노바 음악이 나오면서 남미해변을 스크린에 비춰줬으면 좋겠다.

 _ 교회에서 산골장하는데를 가본 적이 있는데, 돌위에 뿌리고 물 뿌리고 없어지는 느낌이라 너무 슬펐다. (이에 대해 윤은 신도들이 다 같이 모여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_ 죽고 난 뒤는 내 알바 아니다. 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친구 없이 혼자 죽을거야. 올 사람도 없어. 대기오염 등을 생각하면 빙장(얼려서 깨뜨리는 방법으로 물로 돌아간다고 한다)이나 풍장이 좋을 것 같다. 

 _ 바다가 보이는 묘지에 묻히고 싶은 게 꿈이지만, 여간 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고, 그냥 화장해서 동생한테 뼛가루 들고 해외 나가 바다에 뿌려달라고 했다. 불법인 건 안다. 캡슐에 조금 넣어가서 뿌리는 건 괜찮겠지.

 _ 남은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하면 된다. 나의 지인보다 남은 사람들(유족)의 지인들이 많이 와서 북적였으면 좋겠다.

 _ 장례식 없이 바로 태워줬으면 좋겠다. 태운 재는 화분에 묻거나 파라도 키워먹거나. (이에 다들 경악.)


세번째 질문은 내가 죽으면 남겨질 이들 중 가장 걱정되는 사람을 묻는 질문이었다.

(엄마 없는 사람 빼고) 모두가 '엄마'라고 대답했다. 결혼을 했거나 안했거나, 애가 있거나 없거나 딸들은 모두 엄마를 걱정했다. 엄마 걱정에 생명보험을 든 사람도 있었고, "엄마, 나보다 먼저 죽지마."했다가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한 사람도 있었고, 내가 죽었는데 자기탓 할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대답도 있었다. 대관절 엄마란 어떤 존재이길래...ㅠ.ㅠ

Q 지금 죽음을 앞두었다면, 내 인생에서 잘한 부분과 후회하는 부분

 _ 좀 더 막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이직하지 못한 것, 해외에서 살아보지 못한 것 등이 거기 해당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말해준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잘 산 것 같다.

 _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_ 내가 상처줬던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나를 더 사랑하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해서 후회한다.

 _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10년쯤 전에 지금 바로 죽어도 별로 억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딱 하나 걸렸던 게 시나리오 당선 못된 거였는데, 이제 드라마 당선되고 계약까지 했으니 여한이 없다.

 _ 10대 때 연애 못한 건 후회된다. 그 시절에만 가능한 감정이나 그런 게 있을 것 같은데 경험 못해봤으니까.

 _ 후회없이 살기 위해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사람들이 대답하는 게 자동응답기 같다고 했다)


다섯번째 질문은 '나는 00하게 살고 싶다'였는데,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그날 나온 말들을 모아본다.

즐겁게 살고 싶다 / 기대하며 살고 싶다 / 웃으며 살고 싶다 /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 그만 살고 싶다 / 산책하듯 살고 싶다 / 얽매이지 않고 살고 싶다 / 인간답게 살고 싶다

마지막 질문은 죽음에 대한 콘텐츠 중 추천하고 싶은 것들을 소개했다. 장르별로 모아본다.

웹툰 _ 회춘 / 죽음에 관하여

영화 _ 써니 / 굿바이 / 잠수종과 나비 / 하나레이 베이 

다큐 _ 사랑 / 부재의 기억

 _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타나토노트 / 미비포유 /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죽음의 에티켓'  마인드맵


책 _ 죽음의 에티켓 (롤란드 슐츠 지음)

일시 _ 2020년 2월 15일 

참석자 _ 달, 은, 옥, 윤, 이, 포, 정, 광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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