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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Jun 06. 2020

나는 요조인가 임경선인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온라인 모임을 두 번하고 드디어 오프라인 모임이 기지개를 켜나 했더니, 이태원발 확진자수가 확 늘어나면서 이번에도 투표 끝에 온라인 모임을 하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10시, 다들 책과 노트북과 차를 한잔 만들어 책상 앞에 앉았다. 기록자인 나는 이번에도 책을 읽지 못하고 (죄송!) 서기로 참석해 그날의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이 날의 책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로, 요조와 임경선이 같은 주제에 대해 교환일기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감 중 최고는 이의 말이었다.

"우정일기를 내가 왜 읽고 있나로 시작했다가 '오~ 읽을 만하네'하며 읽다가 다시 우정일기를 내가 왜 읽고 있나로 끝났다"고 한다. ㅋㅋㅋ 다들 공감했다. 우정일기라서 시큰둥하게 읽었는데, 의외로 좋았고, 그러나 마지막에 오면 역시나 좀 별로라는데 다들 공감했다.

우정일기라는 형식은 확실히 장애가 되었다. 참석자 중 유일한 남자인 포는 서점에 가서 앞부분을 읽다가 자신이 절대 읽을 수 없는 책이라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고. 사실 나도 우정일기 형식이라는 걸 알고 진즉에 읽기를 포기했다.

학창시절 우정일기를 써봤던 은은 이들의 대화가 진정 솔직한 대화인가 의문스러웠고 책을 내려고 쓴 것이니 가식적인 부분도 있을 거라고 봤다. 이에 포는 3차 가식이 있다며, 1차는 일기라는 형식, 2차는 교환한다는 형식, 3차는 책으로 출판한다는 형식이므로 나, 상대방, 독자의 3차 가식이 있는 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옥은 가식인 걸 서로 인식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다는 영은 요조의 "언니, 대단해요!"하는 자세와 임경선의 "요조야, 세상은 말이야~"하는 태도가 불편했지만 교환일기는 재밌는 시도라고 봤다. 한때 임경선의 팬이었으나 요즘은 별로 안좋아하는 진은 심경이 복잡하다고 했다. 둘 다 별로 안좋아하는 저자들인데 이번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빌려 읽었는데 사야 하나 싶을 정도라고.

이쯤 오니 다들 사춘기 때 교환일기를 써본 적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커서 난 이렇게 되어 있을 거야. 너는 어떠니?" 

ㅎㅎㅎ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크한 윤은 사춘기 때도 교환일기 써본 적이 없다 하고, 정은 친구로부터 감성감성한 편지를 받고 답장을 어떻게 써야 하나 머리를 쥐어 뜯다 "너는 정말 문장을 잘 쓰는구나"로 답장했던 이야기를 해서 모두 빵터졌다. 90년생인 은은 지금도 다이어리에 미래의 자신한테 얘기하듯 일기를 쓴다고 한다. 정은 중2때 일기장에 이름 붙이고 편지 형식으로 썼지만, 그 이름이 뭐였는지는 도저히 말 못하겠다고 한다. 오글거려서. ㅋㅋ


이렇게 교환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두 저자 중 자신은 누구와 비슷한지, 누구와 친해지고 싶은지 질문을 던졌다. 압도적으로 요조요조였다. ㅋㅋㅋ 유일하게 은이 임경선과 친해지고 싶다고 하자, 나이 차이가 20살쯤 나는 정과 교환일기를 쓰라고 다들 부추겼다. 은이 말했다. "그럼 언니는 제게 답장을 이렇게 할 것 같아요. 너는 문장을 참... 잘 못쓰는 구나." 다들 빵터졌다. ㅋㅋㅋㅋ

임경선의 오랜 팬이었던 진은 임경선의 당당하고, 확신있는 태도가 좋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불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은은 임경선이 스스로 자신이 솔직하다고 말하지만 진짜 솔직한 사람은 요조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진은 둘 중 누구와 비슷하다기 보단 세상엔 요조, 임경선, 진 이렇게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다들 공감. 요조와 임경선은 극과 극의 사람들 같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간에 미지근하게 있지 않겠느냐며.

옥은 20~30대에는 요조과였으나 지금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요조가 임경선에게 했던 '어떤 솔직함은 못됐다'는 말을 따서 옥이 임경선의 순한맛이라는 여론몰이가 있었고, 이에 옥이 "나 못됐게 할 때 꼭 말해줘요. 지금 매운 맛이라고."라고 화답했다.

다들 친구와의 관계에서 임경선과 요조 같은 측면이 있는데, 독설 날리는 친구를 좋아하는 은은 확실히 임경선을 좋아하는 듯 보였고, 임경선 역할을 했던 진은 요조 같던 친구와 여행 갔다가 절교했다고 한다. 포는 이들이 10년 뒤에는 이런 책 낸 걸 후회할 지도 모른다고 했고, 은은 '임경선은 돈 벌었다고 괜찮다고 할 듯, 요조만 후회할 듯'이라고 했다. 옥은 요조도 이 책으로 호감이 된 독자들이 많으니 나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가장 좋았던 챕터가 어디냐는 질문이 세번째로 나왔다.

은은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일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와 '가까울수록 때론 낯설 필요가 있어'가 가장 좋았다.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 이상으로 각자의 개체로 흩어질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그러면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성숙해지고 서로가 더 잘 보이게 되는 것 같아. 엄마랑 아내라는 역할 연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은 정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는 부분에 완전히 공감했다고.


이는 '난 이런 사람들이 싫어요'의 요조 부분을 좋아했다. 아무리 신념이 옳다고 해도 극단으로 밀고 가면 안된다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내 신념과 같지 않은 사람들을 공격하고 파괴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게 된다는 부분에서 넘 찔렸다. 옳은 편이라는 명분에 취해 종종 혐오에 빠질 때가 있었기 때문. 


진은 요조가 쓴 '제가 준비하고 있는 마지막 한방', 임경선이 쓴 '사십대'가 좋았다고 했다. '어차피 자고 나면 정말 다 똑같을까'도 매우 동감하며 읽었다. 


옥은 '우리가 일을 같이 할 때'가 좋았다. 예전에는 일을 할 때 비아냥이 많았는데, 그게 분노, 불만, 용기없이 합쳐져서 그런 거였고, 요즘은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을 거라는 신뢰를 느끼고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게 다 여러분(독서모임) 덕이라는 커밍아웃도 했다. 이 커밍아웃 덕분에 한동안 변화와 안정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마지막은 이 책에 나온 주제를 골라서 멤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하고싶지 않은 것 베스트3를 뽑아봤더니

정 _ 청소

은 _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수학, 돈 빌려주기, 먹는 걸로 장난치기

포 _ 돈 빌리는 거, 배고픈 거

진 _ 감동없이 사는 거, 안주고 안받기, 누군가 미워하기

윤 _ 거짓말하는 거

이 _ 여행갈 때 면세점 부탁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안드로메다로 슬슬 새기 시작한다. 면세점 부탁을 하는 상사 이야기가 나오더니 라떼는 말이야를 거쳐 꼰대로 이어졌고, 옥이 어디선가 꼰대성향검사 링크를 가져왔다. 다들 한동안 꼰대성향검사를 하느라 단톡방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결과!!!

진 _ 옹졸한 평화주의자

옥 _ 요란스런 처단자

정 _ 망원동 나르시스트

이 _ 종잡을 수 없는 조커


자, 다시 흐름을 돌려 이번에는 여행스타일이 어떤지에 대해 물었다.

이는 요조스타일로서, 친구들이랑 갈 때도 혼자 갈 때도 계획을 짜지 않는다고 한다. 진은 완전 임경선 스타일. 윤과 옥은 준비는 임경선처럼 하지만 막상 여행 가면 요조스타일.  


그 다음 드라마나 영화의 스포일러에 대한 부분도 완전히 엇갈렸다.

스포파(=임경선) _ 은, 윤, 옥  

스포 완전 금지파 _ 진, 정, 이, 포

스포일러를 알고 영화를 본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또 그럴 듯 했다. 은은 그 반전을 어떻게 표현했나 보는 게 즐겁다고 했다. 주입식 교육을 받아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ㅋㅋ 윤은 반전에 너무 깜짝 놀라는 경향이 있고, 놀라고 나선 그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어 영화에 몰입을 잘 못한다. 그래서 그냥 알고 보는 게 속편하다고. 옥은 영화를 다시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처음 볼 때 한번에 제대로 잘 보고 싶어서 스포를 찾아보고 본다고 한다. 헐...정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이렇게 옆길로 새다가 수다를 떨다 하면서 2시간의 온라인 모임이 끝났다.

다음 책은 과연 만나서 할 수 있을까? 제발 그러기를....


참석자 _ 은, 이, 포, 윤, 옥, 정 (초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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