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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May 21. 2020

일의 기쁨과 슬픔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소설가라면 장류진이 아닐까? 창비에서 신인상을 받은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은 SNS로 전문이 뿌려졌는데, 직장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꽤 긴 분량인데도 스마트폰으로 한달음에 다 읽어버릴만큼 흡입력이 있는 이야기였다. 그 소설을 표제작으로 건 이 소설집에는 깔끔하고 계산적인, 딱 우리같은 여자들이 나와 일하고, 울고, 웃는다. 

Q 책을 읽은 소감과 가장 재밌었던 소설

영 _ 첫 작품 '잘 살겠습니다'와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압도적으로 재밌었다.

정 _ 한국 여성직장인 소설의 계보를 나름대로 세워보자면 90년대 은희경, 2000년대 정이현, 2010년대 장류진이 있다고 생각한다. 뭐가 더 재밌다고 말할 수도 없을만큼 모든 작품이 고루 재밌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SNS에 떠돌때 한달음에 읽고 이 작가의 작품집을 기다리게 되었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놀러갈 때 차 안에서 낭독을 했다가 친구들이 다 소설 제목 뭐냐며 사보겠다고 했다.

은 _ 결혼을 앞둔 친구와 밥을 먹는 문제로 다른 친한 친구와 신경전이 오갈 때 '잘 살겠습니다'를 읽어 와닿았고, '탐페레 공항'도 좋았다. 이사한 집의 옆집에 50대 남자 혼자 사는데, 방음이 안되는 집이라 무척 신경 쓰여서 '새벽의 방문자들'도 잊을 수 없다.

옥 _ 너무나 재밌었고, 관심사가 딱 맞아서 즐겁게 읽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잘 살겠습니다'와 '일의 기쁨과 슬픔'이 좋았고, '탐페레 공항'을 읽으면서는 비슷한 일을 겪어서 스웨덴 할아버지 생각이 나기도 했다. 한국 오신 스웨덴 할아버지를 안내하고 서로 이메일도 주고받고 했는데, 어느 순간 소식이 끊겼다. 아마 지금 다시 메일하면 나를 기억할텐데....

포 _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와 엽편소설 '101번째 이력서와 첫 출근길'이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이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런 소설을 썼나 했다. 남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소설들인데, 여자들은 이런 삶을 사나 싶기도 하고. '새벽의 방문자들' 같은 경우는 나도 오피스텔에서 살았는데, 그때 방 안을 야릇하게 꾸며놓고 대관하는 방들도 있었다.

진 _ 한국 소설 특유의 기분 나쁜 찜찜함이 없어서 좋았다. 산뜻하고 담백하다. '탐페레 공항'을 보면서 울었고, '도움의 손길'도 좋았다.


Q. 소설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은?

빛나언니 파와 거북이알 파로 양분되었다. 빛나언니의 그 해맑음과 강력함은 도저히 우리를 대적할 수 없게 만들고, 포인트로 월급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묵묵하게 사는 거북이알에게 반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 외에 도우미 아줌마(도움의 손길), 케빈(우동마켓 직원) 등의 소수 의견이 있었다. 

'다소 낮음'의 장우, 유미, 돈사장 중 자신은 어떤 인물에 속하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은과 정은 100% 유미에 감정이입했고, 포는 반반 섞였다고, 진은 장우에게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우를 이해하다가 강아지를 사는 그 순간 마음이 돌아섰다고 한다.

Q 거북이알은 월급을 포인트로 받는 황당한 일을 겪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황당한 일로 뭐가 있을까요?

정 _ 프리랜서로 카피 쓰고, 돈 대신 할머니도 못신을 빨간 구두와 호피무늬 장지갑을 받았던 적이 있다. 돈 대신 화장품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포 _ 일을 해주고 돈 대신 밥을 사주겠다고 해서, 1년 동안 밥 얻어먹은 적 있다.

은 _ 구성작가 할 때 돈 대신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구직할 때 문화상품권으로 준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문상을 주는 게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들 개인정보를 넘겨야 문상을 줬다. 방청객에게 가야하는 문상을 작가들에게 돌린 것이다. 기분 안좋았다.

진 _ 7개월 다닌 직장에서 5개월치 월급을 못받은 적이 있다. 근데 그것보다 회사 비품 산다면서 나한테 15만원 빌려간 부장이 그 돈을 안 갚은 게 더 기억에 남는다. 아직도 아깝다, 내 15만원~~


Q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나요?

영 _ "이 정도로 해서 우리랑 일할 수 있겠어?"하는 말을 들었을 때. 

진 _ 그만 둘 때쯤 인쇄사고가 났는데, 확인하지 않은 사람, 그대로 앉힌 사람 모두의 잘못이었는데 "우리 카피라이터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라고 전화로 나를 콕 찍어 일러바치는 걸 보고, 화장실 들어가서 울었다. 억울하고 열 받아서.

정 _ 11Kg짜리 도트 프린터를 대방동에서 대학로까지 지하철타고 혼자 떠매고 가서 설치까지 다 끝났는데 안사겠다고 해서 울었다. 사무실에서부터 지하철 타고 가는 내내 울었다. 내 일생 가장 오래 운 기억.


대체로는 사회초년생 시절 잠깐 울었다는 사람들과 회사에서는 한번도 운 적 없다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Q 거북이알에게는 거북이가, 주인공에게는 조성진이 있었던 것처럼 나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면?

정 _ 기쁨 : 블로그 / 슬픔 : 일이 없거나 결제가 안되는 것.

영 _ 기쁨 : 친구들, 여행 / 슬픔 : 일이 없는 것.

은 _ 드라마 

옥 _ 기쁨 : 마켓컬리, 와인쇼핑(즉 월급) 

포 _ 카포에라 

진 _ 기쁨 : 광고주들의 사소한 칭찬 / 슬픔 : 나의 가치를 폄하하는 상무님의 말


Q '도움의 손길'은 을이었던 사람이 갑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내가 갑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은 _ 친구들이 종종 나에게 재벌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 것 같다. 내가 돈많은 재벌이었다면 갑질로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렸을 것 같다. 땅콩회항이 나의 일이었을 수도!! ㅎㄷㄷ  

영 _ 시간 약속을 안지키거나 성실하지 않은 사람을 참기 힘들어할 것 같다. (정 : 나도!나도!)

포 _ '도움의 손길'의 주인공은 시키는 걸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다. 쓸데없는 데 예민하고, 진짜 해야 할 말은 안했으니까. 을의 입장에서 별로 좋은 갑의 태도는 아니다. (정 : 나도 그럴 것 같아서 도우미를 못부른다. 무서워.)

진 _ '도움의 손길'의 주인공은 서비스를 해주던 여자다. 그래서 마음만 있지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 관한 우리들의 마인드맵

2020년 5월 16일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 창비)

참석자 _ 6명 (진, 정, 포, 옥, 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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