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라서 더 간절한....
하라다 히카의 <낮술>은 밤에 누군가를 지켜봐주는 일을 하는 쇼코라는 주인공이, 밤을 새우고 일한 뒤 식당에서 밥과 함께 낮술을 마시고 집에 가서 자는 매번의 에피소드를 드라마처럼 연속적으로 구축한 소설이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와 닮은 구성이지만, 주인공이 이혼한 여성이고, 밤에 일한다(이 직업 자체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왔음)는 점이 다르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지만, 코로나 시대라서 이제는 마시기도 힘든 낮술을 놓고 줌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일단 이 책을 가장 재밌게 읽은 사람은 옥. 그러리라 예상했다. 술을 좋아하는 그녀는 여기 나오는 대부분의 안주를 먹어보았고, 페어링을 보면서 이렇게 먹으면 맛있을까 생각하며 읽었다고 한다. 그 외 다수의 의견은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걸 과연 읽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별로였는데 읽다보니 주인공의 사연이 나오고 에피소드들이 다양하게 풀리면서 재밌어졌다는 것이었다. 앞보다는 뒷힘이 쎈 소설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끼고 싶은 술자리가 어디였나 하는 질문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생선구이였다.
자취생이 많은 관계로 집에서 생선을 구워먹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에 나온 생선구이는 입안에 침이 돌 정도로 맛있게 표현되어 있어 많은 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예는 에어프라이어에 기름종이를 깔고 생선을 구우면 냄새 없이 생선구이를 해먹을 수 있다며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외에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돈까스차즈케를 먹어 보고 싶다는 사람, 장어덮밥에 청주를 먹고 싶다는 사람, 친구들과 함께 먹은 자리그물 해산물덮밥이 맛있어보였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소개된 사람들 중 기억에 남는 의뢰인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2번 등장했던 호접란 키우는 할머니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누군가는 호접란을 그렇게 방에서 키우면 잘 크지 못한다는 팩트를, 또 누군가는 난을 방에서 키우면 질식사 하지 않나하는 우려를, 또 누군가는 그 할머니의 아들과 쇼코가 연애할 줄 알았다는 추측을 풀어놓았다. 젊은 노인과 늙은 노인이 있다는 것도 신선한 발견이었다고 가장 젊은 은이 말했다.
밤에 누군가를 지키는 이 직업에 대해 윤은 애가 아픈데 얌전히 잔다는 첫 에피소드부터 말이 안된다(아이는 아프면 자지 않는다는 걸 아이 키운 그녀는 너무 잘 안다)고 했고, 그런 일을 하며 이렇게 아무 사고도 없을 수는 없다고 정 역시 환상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니 성매매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취약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도 돌이켜보게 되었다고 했다.
주인공 쇼코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남편에게 맡겼다. 재혼에 대한 반응을 비롯한 쇼코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물었다. 정은 이혼할 때부터 지금까지 쇼코가 남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답답하다 했고, 이에 대해 옥은 안궁금하니까 안물어본 것 같다고 했다. 둘은 쇼코와 남편이 그닥 사랑하지 않은 것 같다는데 의견 일치했다. 우는 시어머니 때문에 헤어진 거 아니냐며 남편에게는 애정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윤과 영은 쇼코의 선택을 지지했다. 자기라도 양육권을 남편에게 줬을 것 같고(경제적인 이유나 현실적인 이유로), 자신의 상태를 알기에 거기에 맞춘 선택을 한 거라고 했다. 비록 낮술로 도피하긴 했지만 곧 자기 길을 찾아갈 거라고 했다. 포는 이 결혼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케이스이고, 경력단절의 이야기로도 읽힌다고 했다.
각자 겪어본 기억에 남는 낮술 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텔레토비 동산 같던 학교 중앙 광장에서 막걸리를 마신 20대 때의 기억을 떠올린 이가 두 사람 있었다. 한 명은 여름, 한 명은 가을. 또 낮술이라면 캠핑 가서 텐트 치고 모든 세팅을 끝낸 후 마시는 맥주 한 캔이 맛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보니 직장에서 마감 끝내고 마시는 낮술에 대한 경험도 많이 나왔다. 마감 끝내고 낮에 마시는 낮술이 가장 맛있고, 기분 좋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판사 사장님을 따라다니며 낮술 먹는 버릇을 들인 사람도 있고, 자신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데 선배들이 낮술 마시고 노래방까지 가길래 따라 가는 고역을 치른 사람도 있었다. 같은 마감의 낮술이라도 자신의 위치나 술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나리오 작가 시절 아무것도 풀리지 않아 비가 쏟아지는데 문 여는 술집에 들어가 우울한 기분으로 마셨던 낮술 이야기도 나왔고, 백사실 계곡에서 마셨던 낮술 이야기도 나왔다.
낮술이 나오는 영화나 책을 추천하기도 했는데, 갑 오브 갑은 홍상수의 영화들. 그 외에 라면과 소주를 마시는 <내부자들>, 와인 기행 <사이드 웨이> 등의 영화가 나왔고, 권여선 작가의 <오늘 뭐 먹지> 책도 추천되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쇼코가 낮술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에게도 포기하지 못하는 조그만 사치가 있는지 물었다.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제철음식, 치즈와 견과류, 잼이 포함된 아침식사, 돈을 들이며 만들고 있는 독립잡지, 장난감, 쌀, 처음 해보는 경험, 주말에 먹을 음식, 드립커피, 향수 등이 나왔다.
이런 책은 다같이 모여서 낮술을 마시면서 해야하는데...ㅠ.ㅠ
술은커녕 실물도 대면하지 못한 채 줌 화면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백신 2차 접종이 끝나고 10월말쯤 되면 만날 수 있을까? 그날을 기약해본다.
2021년 9월 25일
낮술 (하라다 히카 지음 | 문학동네)
참석자 8명 (영, 옥, 정, 예, 포, 은, 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