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언론사 '뉴요커'에서 일하던 저자는 암으로 형을 잃고, 홀연 사표를 쓰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10년 동안 일한다. 그 이야기를 13편의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워낙 인기있는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어, 모인 4명은 전부 책을 구입해 읽었다. 그리고 다들 글이 너무 좋았다, 밀도가 있고 앞으로도 자주 꺼내볼 것 같다, 광경이 영화처럼 눈에 보이게 펼쳐진다, 그림에 대한 표현을 잘 했고, 책의 구조가 좋다, 큐레이터나 미술 전공자가 아닌 블루칼라 입장에서 쓴 글이라 좋았다는 칭찬 일색의 평을 했다. 그래서 졸렸다는 입장도 소수 있었다. ㅎㅎ
Q 만약 내가 메트로폴리탄 경비원이 되어서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테마의 전시실에서 일하고 싶은가요?
영 _ 관련지식이 전무한 이집트관이나 이슬람관.
광 _ 같은 이유로 이슬람관.
이 _ 마룻바닥이고, 넓고 개방감이 있다는 옛 거장의 회화관.
정 _ 실제 가봤을 때 동굴이나 무덤 속 같아서 좋았던 클로이스터(분관) 지하.
Q 저자 브링리는 형이 죽고 지하철을 타다가 갑자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뜬금없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직업이 있나요?
이 _ (책방 점원) 회사 관두고, 1년간 간호하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속초여행을 갔었다. 그곳에서 문우당 서림이라는 40년 역사를 지닌 오래된 서점에 갔다. 곳곳에 주인장의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문득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책방 주인이라 적어낸 기억도 떠오르고, 그때 진심 여기서 한 2년 동안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우당 서림이 좋아서 이후 3일 동안 계속 여길 갔다.
광 _ (파수꾼) 28살 때 인도여행을 갔었다. 그때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을 가져 갔는데, 당시에 읽을 때는 '파수꾼이라니...이게 뭐야?' 했었는데, 최근 2~3년 전부터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리면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파수꾼처럼 아이들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정 _ (패션 디자이너) 예전에 살던 광흥창 집 근처에 패션 디자인 학원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한번 배워볼까 했는데, 아마 20대였다면 어떻게든 거길 들어가 배웠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잡지에서 패션 사진 오려 붙여 스크랩북도 만들고 했다.
정 _ 나도 옷 일러스트 그리곤 했었다. 최근엔 북촌의 독립책방 갔다가 그 공간이 부러워서 설계도를 그려보기도 했다. 지금 비누를 하고 있는 것도, 2018년에 뉴욕 여행 갔다가 본 '죄인들의 비누가게'를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와 이태원 비누 공방에서 배워서 하게 된 것이다. 비누가 세상에 쓸데 없지 않고, 다 쓰면 사라진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Q 나의 미술관 이야기 (관람스타일, 소개해주고 싶은 미술관 혹은 작품 등)
영 _ 나는 공부해야 하는 미술작품은 별로 안좋아한다. 예를 들어 마크 로스코 작품 같은 건 이야기가 바로 들리지 않으니까 좀 답답하다. 그래서 미술관에서 제일 싫어하는 작품은 '무제'라는 제목의 작품들이다. 라울 뒤피의 '전기요정' 같은 건 큰 화면에 수많은 그림이 그려져 있어 보면 이야기가 보이니까 좋아한다. 보면 금방 이해되고 예쁜 일러스트 작품을 좋아한다. 중국 일러스트레이터 중 오아물루의 작품 좋아하고, 한국 곽명주, 김참새 등의 일러스트 좋아한다.
이 _ 미술관과 가까워진 건 20대 중반에 유럽 여행 갔다온 후부터인 것 같다. 그 여행 때 오스트리아 빈의 쉔브룬 궁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실제로 보고 압도당했다. 이후 일상적으로 미술관을 다니는데, 친구들과 갈 때와 혼자 갈 때 보는 패턴이 좀 다른 것 같다. 혼자서는 여행 갔다가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계속 그 그림을 보러 갈 때도 있다. 미술 작품은 아니지만 제주도 여행 갔을 때 곶자왈 환상숲에서 가이드투어를 했는데, 세 가족이 각각 가이드를 하신다. 그 중 딸인 이지영 씨의 가이드가 최고였다. 추천!!
광 _ 조카를 매주 돌볼 때 집 근처 북서울 미술관에 매주 다녔다.
정 _ 미술관 들어가면 쭉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찜해둔 후 다 본 뒤 다시 처음으로 가서 찜해둔 작품을 뜯어보고, 사진도 찍고, 미술관 다녀와서는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후배들과 미술관을 같이 간 적 있는데, 안내도를 들고 순서따라 한 방도 빠짐없이 다 둘러보는 것보고 혀를 내둘렀다. 난 그렇게는 안본다. 좋아하는 미술관은 너무 많은데, 한창 해외여행 다닐 때는 '나는 작은 미술관이 좋다'라는 책을 기획해보기도 했다. 워싱턴의 프리어 미술관, 뉴욕의 클로이스터, 마드리드의 소로야 미술관이 작고 좋은 미술관이었다. 서울에선 기획전이 좋은 서울 시립미술관, 국현 덕수궁 미술관, 윤석남전을 자주 하는 학고재를 좋아하고, 애프터눈 갤러리나 알부스 갤러리는 예쁜 일러스트전을 많이 한다. 어릴 때 경주박물관을 자주 갔는데, 거기에 뼛가루를 담아놓는 옥색 유리그릇이 있다. 그 그릇과 신라 토우를 좋아한다.
Q 이 책의 추천사 중에 '이 책은 미술관의 그림을 지킨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예술을 통해 제 마음의 소중한 부분을 경호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곽아람)'는 글이 있다. 나는 예술로 상처나 상실감을 치유, 위로받은 경험이 있는가?
이 _ 양요섭을 좋아해서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 <그날들>을 보러 갔다. 김광석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로 알고 갔는데, 상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거기서 출연자 중 하나가 "아들이 죽고 나서 숨을 쉴 때마다 아팠고, 1년 간은 아침저녁으로 눈물이 났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술을 마실 때 생각이 난다. 슬픔은 잊혀지는 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는 대사를 하고 바로 이어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나온다. 그때 무척 위로 받았다. 이 책에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애도의 끝을 애도한다고 나오는데, 진짜 슬픔이란 잊혀지는 게 아니라 익숙해진 채로 살게 되는 것 같다.
정 _ 섬 카페에 대문 그림 갈아주는 일을 10년 넘게 했는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대문 그림을 검색하다 김원숙 화가의 그림을 봤다. 붓으로 그린 수묵화 풍의 간단한 그림인데,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없었다.
영 _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 키호테가 앞으로 나갈 때 부르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를 들으면 투지가 샘솟는다. 요즘도 마음이 디프레스 되어 있을 때 그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좋아진다.
광 _ 나도 소방차, 서태지, 핑클 등의 시대에 따른 댄스곡들을 들으며 기분을 업해왔다.
그 외에 이 책에 나온 관람객들 중 행운의 동전을 던질 때 2개의 동전을 던지며 한 개는 너의 소원을 위해, 다른 한 개는 누군가의 소원을 위해 던지라고 했던 엄마의 말이 기억난다는 이야기, 뉴욕 도보 가이드로 일하는 저자가 정기적으로 메트로폴리탄 가이드도 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발췌하며 모임을 마무리 했다.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다 끝내지 않은 비디오를 누군가 돌려줘버린 느낌이야.(42p)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164p)
이제 더 이상 전성기 르네상스와 같은 개념을 빌어 생각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새로 만든 회반죽을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회반죽을 조금 더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조금 더 그리는 한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302p)
메트에서 애정하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배울 점이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될 작품은 또 어느 것인지 살핀 다음 무엇인가를 품고 바깥세상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렇게 품고 나간 것은 기존의 생각에 쉽게 들어맞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 당신을 조금 변화시킬 것입니다. (323p)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32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