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뒷 Boo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 Oct 20. 2024

다이나믹 코리아

한국요약금지


<한국 요약 금지>는 한국에서 산지 10년이 넘어가는 미국인 콜린 마샬이 쓴 한국에 관한 칼럼집이다. 대부분의 글을 한글로 썼다. 읽어보면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것 같고, 어떻게 외국인이 한글로 이렇게 유창한 문장을 구사하나 놀랍다.

가을이 완연한 토요일 아침, 아무도 없는 카페에 4명의 여자들이 모여 이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Q1. 이 책을 어떻게 읽었나요? 감상.

정 _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이 쓴 책(예 : 다니엘 튜터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을 좋아해서 이 책을 발제하게 되었다. 발제 준비 때문에 2.5독 정도 했는데, 중반까지는 무척 재밌게 읽었고, 뒷부분은 약간 지친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현 _ 제목이 좋다. 외국인이 한국을 어떻게 느낄까 궁금해서 읽었고, 너무 재밌어서 책 읽다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이 이렇게 히트템인지 몰랐다.

옥 _ 프롤로그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기고글을 모아놓은 형식이라 뒤로 갈수록 형식도 비슷하고 좀 아쉬웠다. 한국이 모국이기에 알고 있다며 넘기고 뭔가를 더 파보거나 공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반성했다.

달 _ 지금 3부 읽는 중인데, 처음에 서울 웨이브 동영상에 관한 글 무척 흥미로웠고, 그래서 새로운 시각을 기대하게 되었는데, 뒤로 갈수록 한국에 대한 비판은 줄어들고 좋은 점만 나오는 것 같아 아쉬웠다. 마치 한국 사람이 쓴 것 같은 느낌이었다. 5년 전에 나왔더라면 신선했을텐데...


모두가 앞부분은 재밌었는데, 뒤로 갈수록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한국에 대한 시각이 신선한 외국인은 한국어를 못하고,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하게 될 즈음에는 이미 한국인의 시선을 장착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2. I Seoul you를 비롯한 서울 슬로건 중 내가 좋아했던 슬로건이 있다면?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가장 마음에 드는 슬로건이라는 의견 일치를 봤다.

 

3. 나에게 서울이란?

정 _ 제2의 고향이지만, 이미 고향보다 2배 이상 길게 서울에서 살았다. 그러므로 제1의 고향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뉴욕에 여행 갔을 때, 전 세계의 예술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잘 못하는 영어로 식당과 커피숍에서 서빙 일을 하는 걸 보며 나는 뉴욕에서 살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왜냐? 이미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온 것이, 뉴욕으로 가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현 _ 나에게 서울은 애증의 도시다. 여기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쭉 살아왔지만, 가끔은 싫기도 하다. 하지만 남대문이 불탔을 때 울었고,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싫었던 부분은 직장생활할 때 출퇴근이 지옥 같았던 것 때문이다.   

달 _ 평생 서울에서 살다 5년 전 경기도로 이주했는데, 여기서 배달 전화하다가 지역번호가 031인 걸 알고 크게 좌절했다. 그때 내게 서울에서 산다는 부심이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서울에는 모든 것이 있어서 좋지만, 또한 너무 넘쳐나서 불편한 것들이 있지 않은가? 주차문제라든가 차 막히는 거라든가. 지금 내게 서울은 왔다갔다 하고 싶은 도시. 지금은 경기도에 사는 게 더 좋다.

옥 _ 내게 서울은 서식지. 세계여행을 다니며 미국도, 유럽도 가봤지만 내 서식지는 그곳이 아니라 서울이라고 느꼈다. 특히 건대에서 사가정으로 이사가면서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 지하철만 바로 연결된다면 서울에서 사는 게 좋다.


4. 서울 말고, 가본 중 좋았던 한국의 도시나 지역은?

통영, 군산, 경주, 옥천, 강릉, 목포, 김포 등의 지역이 거론되었다.

여유있고, 사람들이 열려 있고, 환대해주고, 나즈막하고, 교통이 편리하고, 텃세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

5. 이번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올림픽 금메달 을 딸 때 나는 어떤가요? 기쁘다면 왜 기쁜가요? 이와 더불어 국제 수상에서 샤론 최, 데보라 스미스 같은 번역, 통역가들이 관심을 끄는 것에 대한 생각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옥 _ 세 가지를 다 다르게 느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국인이었던 내 눈에도 좋은 영화였는데, 그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느낌이어서 공감의 기쁨이었고, 한강의 경우는 공감이 아니라 리스펙의 기쁨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은 축하 이상의 느낌은 없다. 통역가에 대해서는 샤론 최나 데보라 스미스의 개인 역량이 뛰어난 거라고 본다. 영화 만들면서 통역가들과 일해 본 결과 개인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능력이 뛰어난 개인에 대해 관심이 높은 건 당연하다고 본다.

달 _ 나는 이 경우에 국뽕이 차오른다. 누가 상을 받거나 하면 많이 찾아본다. BTS의 경우도, 그들의 노래나 퍼포먼스 자체가 멋지기도 하지만,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외국인의 리액션 동영상을 찾아보며 더 빠지게 되었다. 전문가들이 분석해주고, 놀라고 하는 걸 보면 더 많이 알게 되고 자랑스러워진다. 통역가나 번역가에 대해서도 부러운 감정이 우선한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본업을 잘하는데다 영어까지 잘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바탕이 되는 것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도 처음엔 영어에 주목하다가 K컬처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이제 더 이상 영어 이야기를 안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현 _ 나는 하지 못하는 국위선양을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닐까? 예전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 너무 좋아했었고, 이번에 한강 수상을 보며 엄청 파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한국을 싫어하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걸 느꼈다. 너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번역가나 통역가가 주목받는 현상은 별로다. 봉준호나 한강에게 메인포커싱이 되어야지 왜 주변인이 포커싱되는지 잘 모르겠다. 미디어에서 부추긴다는 느낌이 든다.

정 _ 나도 세 가지를 다르게 느낀다. 올림픽 금메달은 내가 아는 사람(김연아라든가)이 아닌 경우 별 느낌 없고,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기쁘긴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칸 영화제를 비롯 수십개의 트로피를 받은 뒤라서 감흥이 덜 했다. 빌드업이 너무 되었다고 할까? 그런데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고 누구도 예상 못했다가 받은 거라 기뻤고, 특히 고은이 아니라 70년대생 여성 소설가 한강이 받았기 때문에 더욱 기뻤다. 한국문학계는 여성이 이끌어가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느낌이다. 

통역가와 번역가에 대한 관심은 나도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한국 사람들의 영어 콤플렉스 때문이 아닌가 느낀다.

6. 저자는 대표적 한국식 영어로 '시너지, 패러다임, 네티즌, 스펙, 노하우'를 꼽았습니다. 여기에 더하고 싶은 한국식 영어 단어가 있다면?

스타일, 화이팅, 아파트, 아젠다, 컨셉, 스캔들 / 여기까지는 거의 일상화된 한국식 영어단어

이슈, 디벨롭, 레퍼런스, 힙, 엣지 / 요즘 유행하거나 한때 유행했던 (듣기 싫은) 한국식 영어단어

책에 나오는 5가지 단어 중에도 '네티즌'은 이제 한물 간 단어가 아닌가 싶다. 이 단어를 쓰면 중년 이상의 나이겠구나 싶다. 결국 이야기는 영어를 떠나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단어 중 듣기 싫은 단어로 소통, 관계성, 존중 등이 거론되었다. 니 말 존중해 하면서 내용은 하나도 안 존중하는데 대체 왜 쓰나 싶은.


7.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왜 자꾸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까요? 왜 우리는 강대국이면서도 피해자의 스텐스를 취하는 걸까요?

이건 발제자가 정말 궁금한데 답을 찾지 못해 넣은 질문이다. 그런데 너무나 깔끔하게도 3개의 정답이 나왔다.

옥 _ 우리나라가 피해자의 스텐스를 취하는 것은 기준점이 미국, 일본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관 자체가 강자 vs 약자로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기 때문이며, 이 세계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을 태도로 보인다.

달 _ 단일민족이어서 조금만 남과 다르면 '왜 저러지?'하는 시선을 보내기 때문에, 우리가 잘 살아서 앞으로 열등감이 없어진다고 해도 이런 태도(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것)는 계속 갈 것 같다.

현 _ 단일민족인데다 외부로부터의 침략도 많이 받았고, 식민지도 오래 겪었기 때문에 그것들이 은연중에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나라 눈치를 많이 보고 신경 쓰는 것 같다. 


즉, 기준점이 미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이며, 단일민족이고, 식민지배와 외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이렇게 되었다는 결론. 잘 배웠습니다.^^ 


8. '아이러니를 싫어하고, 여전히 미래를 좋은 것으로 여기는 한국'이라는 저자의 진단에 동의하나요?

정 _ 동의한다. 나만해도 나이가 벌써 50대인데, 여전히 나는 앞으로 잘할 것이고 더 잘 될거라고 (현실을 외면하며) 희망회로를 돌린다. 분명 한국인들에게는 그런 점이 있다고 본다.

달 _ 반만 동의. 내 개인적으로는 아이러니를 좋아한다. SNL이 인기 있는 것도 그렇고 한국인들이 아이러니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건 맞다.

옥 _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이를 낳았겠지. 한국인에게 이런 면이 있는 건 맞지만, 변하고 있고, 젊은 세대는 전혀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현 _ 외국인이 좋아하는 아이러니와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이러니가 다르다. 한국인은 상황적 아이러니를 즐긴다. 현실 자체가 아이러니이기 때문에 그런 유머를 안좋아하는 것 뿐. 상황은 거지 같지만 미래는 희망적으로 본다. 엇, 이거 자체가 아이러니네? 


이후 연속학습일수 519일을 기록하고 있는 달에게 듀오링고 앱 소개를 받고, 영어 공부를 시작해볼까 의논도 하고, 1년에 며칠되지 않는 선선하고 좋은 날 야외에서 점심을 먹었다. 4명이어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좋았다.

 

한국요약금지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2024. 10. 19 

참석자 : 정, 현, 달, 옥 (4명)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자정 능력을 잃은 벌레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