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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리퍼 Mar 18. 2023

내 마지막 이직

곧 마흔이다 이직 좀 그만하자

내 나이 서른여덟. 지금까지 온라인 광고 쪽의 일을 12년 동안 하며 많은 회사를 거쳐왔다. 온라인 광고라고 하면 다양한 분야가 있기에 대부분의 광고人들은 1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곤 한다. 나는 좀 많이 달랐다.



첫 번째 회사 - 웹에이전시 (인턴)

두 번째 회사 - 키워드광고 (주임)

세 번째 회사 - 바이럴광고 (대리)

네 번째 회사 - SA, DA광고 (팀장)

다섯 번째 회사 - SNS 운영/광고 (팀장)

여섯 번째 회사 - 영상 프로덕션 (팀장)

일곱 번째 회사 - 온라인 종합광고 (본부장)  

여덟 번째 회사 - 인하우스 마케팅 (이사, 본부장)



대학교는 경영학과를 나왔지만 교수님이 주도로 운영하시는 마케팅 학회출신으로 광고 기획자의 길을 걸어가는 건 이미 졸업하기 전에 정해져 있었다. 애초에 욕심이 많기에 내가 다니는 회사의 업무를 어느 정도 마스터하거나 이 회사에서 더 배울 게 없으면 바로 노선을 갈아탔다. 광고는 지금도 소비자들에게 영향력 있는 트렌드가 매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저거 내가 해봐야 해'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나와 같은 커리어는 처음 하는 분야이면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고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들을 대게 하곤 한다. 그렇게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대부분 조기 승진을 했다. 광고 분야가 다르지만 축은 똑같다. 결국엔 클라이언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소비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라는 축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방식이야 이직하는 회사에서 인수인계를 받으며, 더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면 금방 익숙해진다.


결과는 남들보다 더 빠른 나이에 승진을 연속했고 평균보다 높은 연봉이 따라왔다. 근데 속이 허하다. 매번 내 이직의 결정은 이 조직에 배울 게 없다는 게 주요 기준이었는데 지금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어리기에 나는 항상 표적이 되었고 가만히 두면 알아서 성과를 만들 테지만 한시도 가만두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건 해온 업적에 맞는 인정과 다음 연도에 서포트를 바랄 뿐인데, 항상 내 이직의 원인은 연봉 동결을 어떻게 내게 얘기할지 내가 해온 성과를 윗사람들의 정치질에 이용당하기 일쑤였다. 거참 그거 중요치 않은데 정말...


난 결국 마지막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바랬던 사항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니 이미 시작했다. 회사는 아직 다니고 있지만 퇴근 후 내 여분의 시간을 활용해하고 있다. 외롭긴 하다. 회사에 오면 내 팀이 있고 팀원들과 함께하면 되는데 혼자 하려니 생각이 많아진다. 또 걱정이 된다. 회사의 돈은 항상 따라오지만 내 자본의 끝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 이직을 할 거다. 성인 평균 삶의 소비하는 시간의 절반이상이 '일'인데 행복한 일을 해야지 않을까. 내가 지금껏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하면 굶어 죽진 않겠지. 자본은 걱정하고 대비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을 거다. '사회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나의 일'이라는 이 중심 말이다.


다음 글은 내 마지막 이직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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