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과 채식 한 끼를 곁들인 여행 안내서
채식요리자격증이 있는 변호사, 어느 지역을 가든 따뜻한 독립서점과 맛있는 채식식당을 찾는 그의 ‘몸은 가뿐하게, 마음은 충만하게’ 여행하는 방법
*모든 질문의 답은 책 속에 있다고 믿고, 여행지를 고를 때 독립서점부터 찾아보고, 독립서점에 가면 무조건 책을 한 권 이상 사서 나와야 한다는 철칙을 지킵니다.
*채식을 지향하지만 의지박약으로 매일 실천하지 못하고, 적어도 새로운 곳에 갈 때만이라도 하루 한 끼 꼭 채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며 맛있는 채식옵션이 있는 식당을 찾습니다.
# 왜 해외에서도 책방과 서점을 찾는가?
국내 여행지를 고를 때 그 지역의 책방과 채식식당을 가능한 모두 살펴본 뒤 마음에 드는 곳들 위주로 동선을 짭니다.
책방이나 채식식당은 보통 유명한 관광지에 있지 않고 오히려 번화가에서 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동선이 애매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도시를 기억할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모두가 꼭 가야 한다는 그 건물을 보았을 때도, 모두가 줄 서서 맛봐야 한다는 그 유명한 음식을 먹었을 때도 아니라, 낯선 도시의 채식 식당에서 조용히 혼자 식사를 하던 순간, 한국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책들로 가득한 책방에서 보물 같은 책을 찾아낸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새부터인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일정이 있을 때 꼭 반나절 정도를 빼서 책방과 채식식당을 가봅니다. 20대 초반의 해외방문은 주로 반드시 가야 하는 관광지 위주로 보되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하나 정도를 추가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사전 검색을 통해 꼭 가고 싶은 책방과 채식식당 콤비 한 두 개를 정해 동선을 짜고, 그 주변의 필수명소와 함께 방문하는 방식의 여행을 합니다.
책을 읽으러 오는 공간, 채식을 먹으러 오는 공간에서는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곳들에서는 유명한 여행지의 유명한 식당들에서 여행객들에게 날리는 무뚝뚝한 시선이나 차가운 대우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낯선 곳이라도 신기하게 책방, 채식 식당에서는 짧고 달콤한 (무엇보다 편안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출장을, 여행을 다닌 지 수년이 지나니 국내는 물론이고 호주, 일본, 대만, 태국,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많은 도시에서 보물 같은 장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이 장소들을 간직하고 취향이 비슷한 주변사람들에게만 공유하던 중, 2024년 초여름 파트너와 함께 두 달이나 해외에서 체류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국내에서도 같이 좋은 책방을 찾는 것, 새로운 채식음식을 시도하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파트너 덕에 두 달간의 일정 중 이틀에 한 번은 꼭 '책방- 채식식당'을 묶는 동선을 만들어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중 동선이 너무 애매하거나, 음식이 맛이 없거나, 특색이 없는 곳들은 제외하고, 둘 다에게 만족을 준 곳들로만 추렸습니다. 이탈리아 로마 그리고 피렌체, 오스트리아 빈과 잘츠부르크, 독일 베를린 - 이렇게 세 나라 다섯 도시에서 총 아홉 가지의 조합을 추천하려 합니다.
사람들이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외에서 만큼은 ‘필수 여행지’, ‘필수 음식’ 공식을 따르게 되는 것은, 정해진 시간 안에 이번 생에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는 다른 나라에서 최대한 안전하고 보장된 경험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겠지요.
필수 여행지와 필수 맛집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납니다. 하지만 저 같은 취향을 가진 여행자를 위한 정보는 많지 않기에, 직접 다녀본 곳들 중에서도 정말 좋았던 곳들은 꼽아 전합니다. ‘해외’라는 공간이 다시 오기 어려운 곳이고 여행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 각 나라 각 도시의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장소들, 갈 만한 장소들과의 동선도 고려한 곳들로만 추렸습니다.
해외여행까지 가서 웬 책방? 무슨 채식 식당?이라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게는 보물 같은 이 장소들을, 저처럼 책을 사랑하고 또 여행에서 한 끼라도 채식을 찾으려 노력하는 분들과 나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