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요리자격증이 있는 변호사, 어느 지역을 가든 따뜻한 독립서점과 맛있는 채식식당을 찾는 그의 ‘몸은 가뿐하게, 마음은 충만하게’ 여행하는 방법
왜 책방인가?
책과 토론이 가득한 공간을 운영 중인 부모님, 방마다 빼곡했던 책들, 주말마다 누볐던 헌책방 골목. 책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 덕분일까요. 스무 살 상경하여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도 저는 자연스레 학교 근처, 자취방 근처의 책방부터 찾았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크고 화려한 책방보다는 소박하지만 개성 있는 동네책방이 더 익숙하고 편안합니다. 어딜 가도 편안한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방. 그렇게 주말마다, 휴가 때마다, 출장을 갈 때마다 국내외 작은 책방을 찾아다니며 보낸 시간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책방들은 대부분 한눈에 전체가 다 보일만큼 작기 때문에 한 번 둘러보면 책방지기의 관심사와 고민, 때로는 그의 욕심까지 알 수 있습니다. 책방지기의 관심사가 나와 같을 때는 설레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보물 같은 책을 찾아내는 재미가, 또 그의 관심사가 나와 다를 때는 뜻밖에 나의 지평을 넓혀줄 책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죠.
책방지기의 개성으로 가득한 책방을 찾을 때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이 하나 있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책방에서는 반드시 책을 한 권 이상 사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한 책방의 진열장은 그 책을 거기에 두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책방지기가 보낸 셀 수 없는 독서의 시간과 깊은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각 책장은 책방지기의 관심사와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기장이자, 이 분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런 책들을 읽으면 된다고 알려주는 나침반이며, 당신이 바쁘게 사는 동안 세상은 이런 이슈가 있다고, 혹은 지금은 마땅히 이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때라고 알려주는 알림판이기도 합니다.
이토록 정성스러운 안내에 비하면 책 한 권의 값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가만을 받고 자신의 세상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책방지기들 덕분에 우리들의 세상은 자꾸자꾸 넓어집니다. 그렇다면 책방을 둘러본 뒤 책 한 권을 사는 행위는 자신의 세상을 방문자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책방지기에게 표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그렇게 최소한의 예의만을 갖추며 책방을 다니던 중, 여행지에서 오아시스처럼 기쁨을 주었던 동네책방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 명이라도 더 찾아갈 수 있도록 ‘채식식당과 동네책방’ 코스를 하나씩 소개하려 합니다. 고르고 골라 그 책방에서 제 책장으로 오게 된 책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일 생각입니다. (의지박약으로 완전 채식(vegan)을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무슨 채식식당 소개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글에서 하도록 하고요)
여행지에서 맛있는 채식 한 끼로 충만한 식사를 한 뒤 가까이 있는 책방에서 나의 세상을 넓혀줄 책 한 두 권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 마음의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맛집과 유명카페 자리싸움에 오히려 소진되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모두 충만할 수 있는 여행을 찾는 사람이라면 반갑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동네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다들 손에 책 한 두 권을 들고 나와 책방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