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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

2024년 7월 24일 포르투갈 오비두스

by 경희

포르투갈 여행 마지막 날에 다녀온 오비두스를 떠올리면 부서지는 햇살에 빛나는 하양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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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아기자기하여서 천천히 구경하며 골목을 거닐었다. 비슷해 보이는 가게들 사이로 괜찮은 가게들이 숨어있기 마련인데, 보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성곽을 따라 걷는데 일본인 아주머니 한 분이 쑥스러워하시며 말을 걸어오셨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한국 사람을 만나서 반갑다고 하셨다. 나도 질세라 일본에 다녀온 이야기를 건네며 열렬히 응하였다. 남편 분께서는 아주머니를 주책스럽다고 여기신 탓인지 한 발치 물러서서 아무 말씀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니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높은 언어 장벽 때문에 발만 동동 굴리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두 분 모두 안녕하시죠?


따뜻한 볕을 쬐며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커다란 바위가 보여 저기 누우면 좋겠다 싶었는데, 엄마가 쪼르르 가더니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옆으로 누워 포즈를 취하였다. 모녀가 이리 마음도 잘 맞는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배가 출출하여 마을 나들목에 보이는 식당으로 갔다. 하나를 시켜서 나누어 먹어도 괜찮은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하였다.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먹을까 고심하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생선 구이를 주문하였다. 간단히 요기만 할 요량이었는데 세상에, 너무 맛있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하필이면 큰 지폐밖에 없었다. 난처해하며 상황을 설명하자 친절하게도 주변 가게로 가서 거스름돈을 구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저한테는 여기가 미슐랭 3스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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