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북인도 여행 1/3

2024년 10월 3일 델리에서 바라나시까지

by 경희

2016년 12월 29일 저녁에 간디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로써 25박 27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제껏 캐리어만 가지고 다닌 터라 배낭을 메고 다닐 자신이 없었지만 인도의 길거리를 감안하면 답은 명확했다. 대신 집에 있던 21L 등산 가방에 최소한의 짐을 꾸렸다. 그동안 숙소와 교통편은 떠나기 전에 예약하고 여행을 다녔지만 이왕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기분을 내자 싶었다.

그래서 첫 목적지인 델리와 다음 목적지인 우다이푸르에서 묵을 숙소, 델리에서 우다이푸르로 가는 항공권과 마지막 목적지인 바라나시와 델리 간 왕복 항공권 정도만 예약을 하였다. 열몇 시간이나 기차를 타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위험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낭만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였다.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겠냐는 근심 어린 말들을 듣다 보니 태연하게 굴던 나도 조금씩 겁을 먹기 시작한 거다. 그래서 치안이 안전한 부자 동네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예약하였다.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같이 신청하였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캄캄하고 기사님은 보이지 않았다. 발만 동동 굴리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지나가는 아저씨께 전화를 부탁드려서 간신히 기사님과 만났다. 숙소에 도착하니 뉴욕에서 공부 중인 아드님,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제야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다음날 아저씨는 이렇게나 질문을 많이 하는 손님은 없었다며 마침 묵고 있던 한국인 손님에게 다른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라고 하셨다. 불안을 잠재우고자 오기도 전에 아저씨를 귀찮게 해 드린 것 같아 머쓱하였다. 말씀은 그리 하셨지만 내가 있는 동안 알뜰살뜰 잘 챙겨주셨다.

유심을 사야 한다고 하니 나를 데리고 가게로 가서 유심을 개통하는 것을 도와주셨다. 타지마할에 다녀올 거라고 하자 혼자 위험하다고 타지마할로 가는 열차 상품을 예약해 주셨다. 당연히 비용은 내가 지불했다. 일행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현지 사람들이었는데 혼자온 이방인인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숙소를 떠나는 날에 아저씨는 여행 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하라고 하셨다.

혼자라면 분명 어려움이 많았을 터인데 따뜻하게 보살펴주신 덕분에 마음의 문을 열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자리가 비어있어서 바라나시에서 델리로 돌아와 남은 이틀도 아저씨댁에 머물렀다. 낯선 타국에서 돌아가고 싶은 곳이 생길 줄이야. 아저씨께서 접시에 완두콩같이 생긴 음식을 주셨는데 보기에는 그냥 그랬는데 엄청 맛있어서 놀랐다. 애석하게도 배앓이를 하고 있어서 조금밖에 먹지 못했다고 말씀드리니 안쓰러워하시며 길거리 음식을 조심하라고 하셨다. 엄마에게 드릴 헤나를 사고 싶다고 하니 평소 이용하시는 가게로 데려가 주셨다. 아침에는 아저씨가 키우는 늠름한 개, 아저씨와 다른 손님과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요가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서 깊은 유적도 있고 푸르른 멋진 공원이었다.


아저씨는 분명 오늘도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셨을 테다. 덕분에 그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인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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