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인덴(2025년 2월 중)
겨울에 스위스에 가면 무얼 할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스키와 보드는 못 타니까 넘기고,
겨울에도 트레킹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춥지는 않을지, 길이 위험하지는 않을지 여러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온천.
트레킹에 필요한 슈패츠, 시티형 아이젠과 방풍 장갑에 더해 수영복까지 꽤나 준비물이 많아졌다.
두 번째 거점인 비스프 근처에 있는 로이커바트를 살펴보았다.
엄마와 둘이 가니 타임별로 소수 인원으로 운영하는 테르메51(therme51)로 정했다. 버스터미널에서도 가깝고, 다른 온천보다 물이 뜨거운 야외탕도 있다고 하니 마음에 든다. 온천은 자고로 따끈해야 제 맛이다.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점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 전에 날씨를 확인하고 갈지 말지를 정하면 되겠다.
그런데 겨울 성수기라 그런지 숙소가 비싸다. 인근 지역을 살펴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숙소를 찾았다.
이 가격에 가능한 숙소인가 싶어서 살짝 의심이 들지만 사진과 다르다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스프(Visp)에서 로이크(Leuk)로 접어드니 풍경이 사뭇 다르다.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목가적인 산과는 거리가 먼 험준한 산세에 놀라 장소를 잘못 정했나 싶다. 로이크역에서 내려 인덴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기사님이 짐칸에 캐리어를 싣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셨다. 지그재그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밑이 까마득한데, 저 멀리 산 사이로 안개 낀 풍경이 신비로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캐리어가 있어요. "
버스기사님이 짐칸 문을 여는 걸 보았으니 어렵지 않을 거다. 자, 그럼......
버스기사님이 언제 내리셨는지 성큼 오셔서 캐리어를 꺼내는 걸 도와주셨다. 시간 맞추어 운행하려면 갈 길이 바쁘실 텐데 너무 감사하다.
숙소는 버스정류장 바로 맞은편이다.
불이 꺼져 있어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계세요?"
잠시 후에 계단에서 발소리가 나더니 직원분이 나타났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다.
내일부터 묵는 걸로 예약이 되어있다니 그럴 리가!!!
서둘러 예약 사이트에서 확인하니 오늘부터가 맞다. 날짜를 몇 번이고 확인하고 예약을 한 건데 어긋날 리가 없단 말이죠.
다른 직원분이 나타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차질 없이 예약한 방으로 안내를 하겠다고 하였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다행이다.
우리가 묵을 방은 위층에 있는 두 개의 방 중 하나로 사진과 그대로였다.
지붕을 받치는 나무 기둥과 대들보가 있어 아늑하고,
지붕 모양을 따라 천장이 비스듬해서 다락방 같으면서도 삼면에 큰 창을 내어 공간이 답답하지 않았다.
정점은 지붕창으로 창턱에 앉으면 마을과 산이 내려다보인다.
다음날 아침에 눈이 일찍 떠져서 창턱에 앉아 날이 밝아오는 걸 지켜보았다.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보고 또 보고 싶었다.
이틀을 머물고 내일이면 떠나야 한다. 아쉬운 마음에 산책에 나섰다.
숙소 위로는 전통 가옥들이 꽤 있었다. 엄마는 옛것에 관심이 많으신 터라 흥미로워하셨다.
아저씨 한 분이 바깥에 나와 계시다가 나랑 엄마가 오는 걸 보시고서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셨다. 주거 공간에 이방인이 와서 불편해하시는 건가 싶어서 신경이 쓰였다. 출입문이 길과 바로 맞닿아 있는터라 더 가까이 가면 나오셔서 역정이라도 내시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였다. 나와 달리 엄마는 개의치 않고 길을 따라 걸으며 집 구경에 여념이 없으셨다. 그리고 환한 얼굴로 집이 나오도록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셨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니 엄마는 집만 보느라 아저씨가 있었는지도 모르셨다고 한다. 어쩌면 드문드문 비어있는 옛집들에 이방인이 보인 애정 어린 관심이 반가워 자리를 비켜주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0분이면 끝날 산책이 1시간 남짓 걸렸다. 하나라도 눈에 더 담고 싶어서 걷다 서기를 반복했다. 날이 흐린 오늘은 산 자락에 드리운 구름이 이리도 운치 있는데, 다른 날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
진짜 엄마 말대로 여기서 일주일은 머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