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일 엥겔베르그와 로이커바트(2025년 2월 중)
# 엥겔베르그_트륍제(Trübsee) 호수
케이블카를 타는 곳부터 온통 스키와 보드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과연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부터 터보건이 운영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야속하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날씨만큼은 아주 화창하다.
겨울 하이킹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이 되지만, 야무지게 아이젠을 차고 슈패츠를 착용했다.
하이킹 코스는 눈길을 다져놓은 덕분에 스노우슈즈와 스틱이 없더라도 충분히 걷기 편하였다.
초입을 조금 지나니 여기도 저기도 온통 새하얗다. 눈앞에 펼쳐진 눈 세상에 엄마와 나는 흥이 폭발했다. 엄마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나는 그 모습을 촬영하면서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호수 건너편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은 한 무리가 스피커로 노래를 빵빵하게 켜고 춤을 추고 있다. 사람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호수 한 바퀴를 걷는 거니 같은 풍경만 지겹도록 보는 건 아닌가 했는데 기우였다. 곧은길이 아니라 굽은 길이라서 모퉁이를 돌면 금세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눈밭을 날카롭게 가르는 스키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짜릿할까 내심 부럽기도 하였지만 걷는 건 걷는 대로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벤치에 앉아 쿱(Coop)에서 사 온 빵과 간식을 먹었다. 대체 뭐지, 가격은 싸고 맛은 담백한데 너무 맛있다. 생각하니까 먹고 싶어서 군침이 돈다.
호수 끝자락에 다다랐을 즈음에는 익숙해져서 무뎌질 만도 한데 동화 속 세상이 펼쳐져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스위스는 여름도 겨울도 다 좋다니 반칙이야.
# 로이커바트_토렌트 파노라마 트레일
'하이커(Pedestrian) 티켓'이라니 이름부터 멋지다. 스키 리프트를 제외한 1일권이다.
날은 흐리지만 토렌트 파노라마 트레일은 개방되었으니 더 바랄 바가 없다.
스키어들 사이에 하이커 두 사람이 있다. 엄마는 의아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스키어에게 강력한 눈빛 한 방을 쏘아주었다고 한다.
훗, 경력직이라 주눅이 들지 않는다.
카페테리아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여유를 부려 본다. 창 밖으로 하이커 선배님들이 유유히 걸어가는 게 보인다.
마음이 든든해진다. 후배들도 곧 따라나서겠습니다.
그런데 진입로를 찾지 못해서 같은 자리를 여러 번 맴돌았다. 눈앞에 훤히 보이는데 가지를 못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모르면 모름지기 물어보는 게 최고다. 카페테리아에 가서 도움을 받았다.
여기서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는 사람과 썰매를 타는 사람도 만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썰매를 타고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셨다. 나도 손을 흔들며 미소로 화답하였다.
엄마와 어린 아들, 아빠와 어린 딸도 썰매를 타고 슝 지나갔다.
이쯤 되니 나도 썰매가 타고 싶어 져서 마침 쉬고 있던 가족과 마주친 김에 슬쩍 썰매를 어디서 빌렸는지 물어보니 개별적으로 챙겨 온 거라고 한다. 아이 엄마가 요들송을 맛깔나게 부르시는 걸 듣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갑자기 해가 나더니 포근한 이불을 덮은 것 마냥 다리가 기분 좋게 따뜻해졌다. 그리고 눈송이가 날렸다.
가만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햇살을 모으는 프레드릭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펼쳐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