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다윈의 진화론은 요즘의 과학계에선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는듯하다
오류가 자꾸 드러나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수정 보완의 학설들이 대두된다
하긴. .
좀 오만방자한 면이 있긴했다
어찌 이 방대한 우주와 생명의 위대함을
적자생존이니 돌연변이니 몇가지 가설로 설명하려 들었단 말인가?
갈라파고스에 가본적도없고 진화론을 제대로 공부한적도 없지만
아니다. . 싶은건 아닌거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암컷의 배란에 숫컷의 방정 그리고 그 결과물이
생명일까?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세포의 움직임 이것이 생명의 본질일까?
이 질문 자체는 답이 원래없다
있다고? 그럼 당신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
*
고등학교 1학년 미술시간이었다
수채화를 그리는데 주제가 바로 생명이었다
어려웠다
당시 미술 선생은 고1들을 너무 고상하게 보았거나
또라이거나 였다
난 성경의 한구절을 인용해 주제를 표현하기로 했다
그건 하나님이 흙으로 아담을 만들었다는 창조의 한 구절이었고
난 스케치북 하단에 땅을 의미하는 황토색 물감을 칠했다
그리고 그 땅위에 누워있는 나체의 남자를 그렸다
땅에서 막 솟아나오는 이미지를 표현하려 했던거였다
그런데 내손의 4B연필이 남자(아담)의 신체를 그리는중 가슴을 너무 크게 그려버렸다
내게 아담은 동양인의 이미지가 아니었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같은 개념이었던터라
건장한 근육을 표현 한다는게
남자가 남자가 아닌 그림이 되어가고 있었던거였다
이미 살색의 물감이 빼곡히 들어찬 풍만한 가슴의 스케치 라인은 여지없이 여성의 모습이었고
몹시도 관능적이기까지했다
근처의 친구들이 킬킬거리기 시작한다
무식한 넘들
나의 작품세계도 모르고. .
내가 창조한 신의 개념의 인간을 비웃다니!
미술선생이 미완성인 이 그림을 뒤에서 지긋이 보다가 농담을 던졌다
"한두번 그려본 솜씨가 아닌데?"
친구들이 그때부터 대놓고 웃었다
꽤 잘 그렸다며 괜찮다고
계속 그려보라는 선생의 말씀은 공허한 메아리였다
*
솔직히 말한다
난 그림 좀 그렸다
초등학교때 아톰부터 시작한 그림그리기는
이성에 눈뜨는 사춘기때 여성의 알몸을 연습장에 빼곡히 그려넣을 실력으로 자라났고
친구들은 나의 연습장을 허슬러 잡지 수준으로 인정해줬다
그러나 그 미술시간 만큼은 난 순수했었다
정답이 없는 생명이란 주제를 종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고무판화로 사생대회 대상을 먹은후
난. . 붓을 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