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과 양복

택배기사의 어느 결심

by 산돌림



"아저씨 배달완료라는데 왜 우리 남편 양복이 안와있는거죠?"


앙칼진 여자의 따지는듯한 목소리가 전화기속에서 울린건 십수년전 택배일을 잠깐했던 어느날이었다

하루200개 정도의 물품을 배달하는 나날들이었으니

양복이라고 말하면 기억을 한참 더듬어야했다


송장에도 분명 내글씨로 배달완료라고 적혀있었다

몇시간 전으로 기억을 애써 되돌려본다


*


한눈에봐도 양복커버부터 고급져보였다

어느 명품샾에서 수제로 제작했을듯한 양복이었다

아파트13층이 이 양복이 배달되어져야할집이었고 1초가 아까운 택배기사였던 나는 혹시나 13층까지 갔다가 사람이 없으면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기에 미리 전화를 했다


"여보떼효?"


초딩스런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렸다


"ㅇㅇ씨 댁이지요?"


"네 울 아빠인데요?"


"택배입니다 곧 도착합니다"


"아됴띠~~제가 내려갈게효오~~"


이런 기특한 초딩을 보았나!

이윽고 도착한 아파트 1층입구엔 날 보더니 인사마저 꾸벅하는 기특한 그 초딩이 서있었고 내가 건네준 양복을 받더니 다시한번 꾸벅 배꼽인사까지 하는것을 본게 이 양복에 대한 내기억의 끝이었다


*


뭔가 일이 꼬였다

분명 그 기특했던 아이는 지금은 엄마의 전화기에 대고 자기는 택배를 받은적이 절대없다고 소리마저 지르고 있었다


"일단 제가 가겠습니다"


물건 분실의 책임은 기사에게 있기에 퇴근후 피곤했던 몸을 이끌고 수제명품기특한아이의아빠 양복의 행방을 찾으러 다시 그 아파트로 향했다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자 꼬마의 뒤통수가 제 엄마뒤에 보였다


"얘 아까 네가 분명. . . . "


읭? 아까 그 아이가 아니었다

귀신이 곡을 펜타포드 콘서트장에서 할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거죠?"


아이 엄마는 날 한심하다는듯 쳐다보았고

난 여차즉해서 저차즉했고 저차즉하니 여차즉이 되었노라 설명을 하고 있었다


"어? 아됴띠! 아까 그애는 제 친구예요!"


이건 또 웬 초딩스런 말인가?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같이 게임기를 가지고 놀던 두아이중 전화를 받은 이 아이가 제 친구에게 택배를 받아오라 시켰던것이었다


자 그럼 양복의 행방은 어디로 갔느냐. . . .


이 친구라는 아이가 아무 개념없이 자기네 집에 뙇! 가져다 놓은거였다

역시 초딩은 초딩이었다


"아휴 기사님 죄송해요 애들이 그런거니 이해해주세요"


난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이해를 해주었고 마음속으로

6개월간의 택배일을 관두어야 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후 몇십키로짜리 역기세트를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5층에 배달해주고 계단 난간대를 잡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내려온날. . 택배일을 그만두었다


#택배1개월이면10키로감량보장


#착불비는바로송금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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