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과 경찰

살지갑성인

by 산돌림



기분좋은 술자리가 끝나고

귀가 했을때 마나님의 눈치를 보느라 지갑을 잃어버린것도 몰랐다

살금살금 화장실로 들어가서 조용히 씻고 나와서 쥐죽은듯 자는게. . . 이것이 상책인걸 그 술취한 정신에도 본능적으로 안다


"아이구 며칠째야? 몸 생각좀 해! 20대인줄알어?"


마나님의 바가지를 자장가 삼아 행복한 꿈나라로 떠난다

난 전생에 디오니소스였슴이 분명하다

체질적으로도 술이 잘 받고 잘 취하고 잘 깨며 무엇보다 중요한게 적당량에서 멈출줄도 안다


이른아침 대문밖에서 누군가가 내이름을 부른다

휴일인데 곤한 나의 단잠을 깨우는. . 누구냐? 넌


나가보니 두분이 서있다

한사람은 지긋이 나이가든 퇴직을 얼마 안남겨둔 분같고

한사람은 이 나이든분의 삶을 따라할 초짜 경찰로 보인다


그 초짜가 내게 이른아침의 방문을 설명하는데

뒤의 다른 경찰의 얼굴표정이 난감. . 그 자체다


"실은요. . 새벽2시쯤 선생님의 지갑을 제가 주웠거든요

동네분이고 해서 가져다드리려고 왔었는데

불이 꺼지고 주무시는듯 해서. . "


"그래서요?"


"제가 편지함 안에 선생님 지갑을 넣어두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 제 지갑을 넣은거예요. . "

이렇게 말하며 초짜 순경은 내게 나의 지갑을 내밀었다


"저 혹시 편지함 안에 지갑 못보셨나요?. . "


당연히 못 봤지 이 사라. . 아니 아!!

거 아침에 돌려주면 되지 왜 편지함에 넣어!

머 돈이 들었든 안들었든 찿아준건 고맙긴 한데

이 사라. . 아니 그렇게 안 생겼고만 꽤나 띨빵하구만!


이말을 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그의 얼굴이 정말 애처로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애처로운 표정으로

돌아가는 그의 어깨가 몹시도 측은해 보였으나

내가 해줄수있는 말이라곤

혹시나 찿으면 지구대로 가져다 주겠다는 기약없는 약속 뿐이었다


이사오기전 마당 딸린 단독주택 살던때의 추억이다

지금 사는집과 불과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집주인이 집을 헐고 빌라를 새로 지으면서 이사를 왔는데

새로 집을 지었으니

그 순경의 지갑은 이젠 영원히 찿을수 없게 되었다


*


이 순경은 가끔 순찰차 안에서 볼수있다

아마도 날 기억하진 못하리라

자신의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의 지갑을 찿아준

살지갑성인의 정신을 발휘한 순경이 근무하는 우리동네가

난 정말 좋다


때로는 지갑도 잃어버리고 하며

살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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