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사랑의 결과

by 산돌림

<爱say 만삭>


올해 서른이 된 이 청년은 듬직한것이 참 남자답다라는 표현이 딱 맞다

심성이 진중하여 말을 아끼며 상황대처 능력도 탁월하다

절대 큰소리를 내지 않는 잔잔한 미소가 일품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알바로 시간을 때우기보단

건설현장이면 어때? 돈버는게 다 똑같지라며 새벽 출근을 택한, 건전한 상식마저 갖추고 있다


내가 특별히 잘해준것도 없는데 20년의 나이차를 의식하지 않고 형님! 하며 성큼 다가온 이 친구가 좋다


한마디로 속이 꽉 찬 남자다

편의상 가명으로 현이라고 부르겠다


*


요 몇일간 현이의 표정이 어둡다

과묵한 성격이라해도 말수가 점점줄었다

점심식사후 한시간의 꿀같은 오침을 포기하기로 했다


"커피 한잔 할래?"


현장 근처의 작은 카페로 향했다

정작 질문을 하려니 망설여진다

내가 해결해주지도 못할 큰 고민이면 어쩌나?라는

이기적인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나 난 모모가 되기로했다

들어라도 주자

혹여. .말을 안한다해도 시원한 냉커피 한잔의 휴식만으로도 의미가 있지않은가


"요즘 무슨일이 있니?

너 일요일도 마다않고 일 나오더니 요즘 평일날도 가끔 쉬고?"


현이가 물방울이 서린 커피를 집어 한모금 마셨다

긴이야기를 하거나, 아닙니다 한마디로 입을 열지 않을수도 있는 전조행동이었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헤어진 여친이 있어요. . "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 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둘은 강남의 한 카페에서 알바를 하다가 사귀기 시작했고

그녀는 단골로 오던 유명연예인이 전화번호를 물어올 정도로 예뻤다고 한다


사이가 깊어지자 그녀의 자취방에 초대를 받았고

그녀에게 현이는 첫남자였다고 한다

둘은 매일 같이 일했고 현이는 그녀를 매일 바래다 주는

행복한 시간들이었노라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를 가겠다는거예요

상당히 먼곳으로. .

전 반대했죠

알바가 늦게 끝나니 퇴근하기도 힘드니까

그런데 하루 쉰다고 하더니 결국 이사를 갔어요. . "


"그녀에게 급박한 심정의 변화나 사정이 있었나보다. . "


"네. . 있었지요

나중에 알았지만. .


이사를 가고 결국 알바도 관두더군요

그리고 내 전화도 안받는거예요

그러더니 한달만에 갑자기 보자는거예요

상당히 큰 과자바구니를 들고 와서 주더니

자주 못봐 미안하다고만 하고는 헤어졌어요

그리고

또 연락을 안하는거예요. .


그리고 크리스마스때 다시 연락이 왔죠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가 화를 냈어요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만나자고. . "


현이가 이렇게 말을 많이하는것은 처음이었기에

난 심각하면서도 신기하게 이야기를 계속들었다


이윽고 현이는 깊은 눈빛을 하고는 커피를 마셨다

결론이 다가올것 같았다


"친구가 전화를 했어요

며칠전에 말이죠. .

그런데 그녀를 보았다는거예요

그 친구도 같은곳에서 알바를 했었기에 잘 알거든요

그런데

그녀가

만삭이더라는 거예요. . "


*


현이는 모든 정황상 그녀의 만삭은 자신으로 인함이 확실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계속 그녀를 찿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왜 내게 말을 안했는지. .

진정 궁금해요

그리고 만나면 꼭 하고 싶은말이 있어요

내가 너를 너무 잘 몰라서 미안하다고. . "


해줄말이 없었다

반 정도 남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해줄말은 없었으나 묻고 싶은 말이 생겼다


"그녀를 사랑. . 하니?"


단호하게 현이가 말했다


"네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화를 냈던것이 너무나 후회되요"


*


둘이 제발 다시 만날수있기를 빈다

그녀는 그녀만의 미련한 사랑의 방식이 있었을테고

현이는 답답한 나날들을 회한으로 얼룩진 괴로운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같이 있어야만 할 둘은

어긋난 시간의 선상에서 평행선이어서는 안되기에. .


우린 이야기를 마치고 나왔다

거리는 눈을 뜨기도 힘들게

오후의 햇살이 너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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