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일 by 스탠리 피시
애니 딜러드가 '작가 살이'(1989)라는 저서에서 전하는 이야기 한 토막. 딜러드의 동료 작가가 학생의 질문을 받는다.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반문한다. "글쎄요, 문장을 좋아하나요?"... 동료 작가가 학생에게 던진 질문은 "문장을 좋아하는 일이야 말로 작가 생활의 출발점"이라는 의미였다.
애니 딜러드는 그 이후에 화가 친구와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고, 왜 화가가 되었냐는 질문에 그 친구는 "물감 냄새가 참 좋아."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위대한 소설 혹은 루브르 박물관에 걸릴 걸작을 구상하는 것이 작가나 화가로의 출발이 아니라, 오히려 그림이나 글의 도구에 대한 느낌이 그 시작이 된다는 일화로 이 책은 시작됩니다. 그림의 도구는 물감이고 글의 도구는 문장입니다.
저자는 문장이란 세계 내의 항목들을 조직한 것이고, 문장이란 논리 관계의 구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부분에 얽매이기보다는 내용 전달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용 전달, 즉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이면서도 황홀하게 전달하는 일이야말로 문장이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다.
... 형식이라는 도구는 일을 진행시킬 뿐 그 자체가 종착지는 아니다. 글을 쓰는 열망의 종착지는 결국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이고, 하고 싶은 말(내용)이야말로 일관성 있고 훌륭한 문장을 썼는지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문장을 쓸 때 해야 할 첫 질문은 바로 이거다.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언어는 인식의 시종이 아니라 인식 자체다.
언어는 활기 없이 죽어 있을 것에 형태를 부여한다.
작가는 좋은 내용들의 문장을 소개하고 그 문장의 의미, 그 문장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HOW TO WRITE A SENTENCE-AND HOW TO READ ONE'으로 영어 책입니다. 영어 문장을 한글로 번역해서 매끄럽게 읽기 힘들었는데, 게다가 영어 문학 작품을 많이 인용하고 있어 글쓴이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이해 가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좋은 문학작품들의 문장들을 한글 문장과 영어 문장을 그대로 나란히 인용을 하신 부분이 많아서 영어 공부를 하거나 문장 공부를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