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일상이 되다, 이 도시의 리듬 속으로

러닝, 치파 한 조각, 스페인어 첫 수업

by 신정호


아침 러닝 – 바다를 향해 달리다

오늘 아침, 어제보다 가볍게 눈을 떴다. 이틀간의 러닝 덕분인지 몸이 적응된 느낌이었고, 피곤함도 없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지만, 오늘만 넘기면 꾸준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조금 더 멋지게, 그리고 더 멀리 달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이번 목표는 바다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바다에 접한 도시라는 걸 떠올리며, 구글 맵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를 찾아봤다. 최단 경로를 설정하고 출발했다. 도심은 이제 꽤 익숙해졌고, 첫날처럼 낯설거나 긴장되지 않았다. 바다까지 가는 길은 공항을 지나야 했는데, 마치 서울에서 김포공항을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공항 근처는 건물도 적고 한산했다. 러닝을 하면서 거리를 청소하던 아저씨들과 마주쳤는데, 그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나도 "부에노스 디아스!"라고 크게 외쳤고, 그들도 같은 인사를 되돌려주었다. 작은 상호작용이었지만, 이곳에 점점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공항을 지나 도착한 바닷가. 넓게 펼쳐진 해안길을 달리는 느낌은 좋았지만, 바닷물 색깔이 기대와는 달랐다. 푸른빛 바다를 상상했는데, 물은 탁했고 황토색을 띄고 있었다. 전날 비가 내려서 그런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이곳은 해수욕장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고 했다. 해변을 가려면 4~5시간은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지중해를 따라 달리며 일출을 봤던 경험과 비교하면, 조금은 아쉬운 순간이었다.

러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공원을 다시 떠올렸다. 확 트인 공간에서 달리는 기분은 좋았지만, 다시 이곳까지 올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전날 달렸던 공원이 러닝하기에 훨씬 쾌적하고,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어 더 기분 좋게 뛸 수 있었다. 앞으로는 다른 공원들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치파 구입 –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아침마다 길에서 파는 치파(Chipa)를 사보기로 했다. 현지인들이 마테차와 함께 간단한 아침으로 즐긴다고 하던데, 이제 나도 그들의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 싶었다.

치파를 사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다가가려 했지만, 판매자가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듯해 대화는 최소한으로 진행됐다. "Cuánto cuesta?" (얼마예요?)라고 물으며 1,000페소(약 1,200원)를 건넸다. 빵 두 개를 받아 들고 걸어가며 한 입 베어 물었다. '왜 이렇게 딱딱하지?'

처음에는 의외였다. 짭짤하면서도 밋밋한 맛.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지만, 마테차 없이 먹기엔 다소 심심했다. 다른 가게에서는 마테차와 함께 팔고 있는 걸 봤다. 다음번에는 그런 곳에서 사서 함께 먹어보기로 했다.


길에서 치파를 사는 사람들을 보며, 한국에서 아침 출근길에 김밥을 사 가는 직장인들이 떠올랐다.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작은 경험이었지만, 이곳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스페인어 수업 – 실생활에서 바로 쓸 표현 배우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하기로 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스페인어를 배우는 것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학원에서 한 달간 정규 수업을 들었고, 이후 2년 동안 듀오링고로 감각을 유지해왔다. 이번 방문이 스페인어를 배우고 직접 사용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규 학원 대신 현지 대학생에게 개인 수업을 받기로 했고, 오늘이 첫 수업이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정리해 온 노트를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문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회화를 배우는 게 더 적합하다고 느꼈다.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표현도 있었다. 예를 들어, "Como estas?" 대신 "Todo bien?"을 쓰면 하루에 여러 번 마주치는 사람과 더 자연스럽게 인사할 수 있다고 했다. 건물을 지키는 마이클이라는 친구에게 써먹어봐야겠다.



작업 공간 탐색 – 로컬에서 답을 찾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무도 손에도 놓을 수가 없기에 작업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이용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WeWork에서 받은 답변은 2월 17일부터 이용 가능하지만 월단위로 계약이 이루어지기에 최소 두 달 계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달만 머무는 나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대체 공간을 찾아보기로 했고, 그중 하나가 'Libros del Pasaje'라는 오래된 서점이었다. 이곳은 별도의 카페 공간이 있고 와이파이도 잘 된다고 해서 방문해 보았다.

숙소에서 12분 정도 걸어 도착한 서점은 외관부터 오래된 분위기가 풍겼다. 내부에 들어서자 층고가 높고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 대화를 나누는 이들,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카페 공간은 서점과 분리되어 있었고, 노트북을 두고 작업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여기가 작업 공간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와이파이 정보가 테이블에 적혀 있어 편리했고, 자리에 앉아 레모네이드를 스페인어로 주문했다. 직원이 "Perfecto!"라고 반응해 주어 스페인어 수업의 효과를 실감했다.

이곳에서 3시간 정도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이곳을 자주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WeWork 단기 계약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바르셀로나에서 WeWork을 사용했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로컬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더 의미 있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루의 마무리

오늘 하루는 새로운 도전과 경험으로 가득했다. 아침 러닝으로 바다를 보았고, 처음으로 치파를 사 먹었으며, 스페인어 수업을 통해 실생활에서 사용할 표현을 익혔다. 또한, 로컬 공간에서 작업할 가능성을 확인하며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다. 조금씩, 이 도시에 적응해 가고 있다. 처음과 달리, 이제는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아침을 사 먹고, 공부하고, 일할 공간을 찾아 다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세 번째 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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