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은 넘겨도 지분은 남는다(1)

할리우드가 얻어낸 재상영료, 우리는?

(글쓴이 주) 앞서 프롤로그에서 넷플릭스가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얼마나 고압적인 단어임을 밝혔었다. 매절 계약을 하면 당연히 성과 보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1) 재상영료(Residuals)를 지급하고 있고, 2) 성과 보상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상영료에 대한 주장은 국내에서도 제법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그 논의의 대부분이 정교하지 못했다. 단순히 미국에선 재상영료를 받는데, 우리도 받아야 해요 라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오늘부터 2편에 걸쳐서 이 재상영료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재상영료라고 부르고, 그들은 '리지듀얼(Residual)'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상영이 반복되니까 거기에 맞춰서 돈을 달라는 이용료의 개념에 가깝고, 그들은 단어 그 자체의 사전적 의미인 '남겨진 것' 혹은 '잔여의'라는 의미의 성격이 강하다. 남겨져 있으니, 원래의 것이 있다는 이야기고, 잔여란 뜻이니, 처음 혹은 전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상을 단어에 담았고, 그들은 본질을 단어에 담았다.


구상이든 추상이든 양도했다고 생각해 보자. 일단 양도를 했으니, 이용료를 덧붙이기는 힘들지만, 일단 양도를 하더라도 남겨진 것, 혹은 잔여가 있다고 한다면 추가를 기대할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북미에서 말하는 리지듀얼은 우리말 재상영료보다 더욱 엄격하고 분명한 개념이 된다.


재상영료(Residuals)의 핵심은 창작자가 저작권이나 소유권을 플랫폼에 완전히 양도한 뒤에도, 해당 작품이 창출하는 이용 가치 안에는 창작자의 '잔여적 지분'이 계약상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를 통째로 팔았으니 열매도 다 너의 것이라는 약탈적 논리에 대항하여, 노동의 결과물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한 그 가치의 일부는 창작자의 몫으로 남아야 한다는 철학적 정의가 담긴 용어인 셈이다. 자본주의의 나라에서 이렇게 인본적인 장치가 마련되었다니!!!


재상영료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불거졌다. 버라이어티는 할리우드 역사상 모든 스트라이크에는 재상영료가 있었다고 표현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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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영료(Residuals)이 처음으로 개념화된 것은 1950년대 미국에서였다. 텔레비전이 대중 매체로 급부상하면서, 영화사들이 창고에 쌓여 있던 극장용 영화를 방송국에 재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당시 창작자들은 자신들의 출연작이나 집필작이 TV를 통해 수없이 반복 상영되며 새로운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격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최초의 출연료 외에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부당한 현실에 직면했다. 이에 1952년 배우조합(SAG)은 텔레비전용으로 제작된 필름 프로그램에 대해 최초로 재상영료(Residuals) 합의를 이끌어내며 역사적인 첫발을 뗐다.


결정적인 분기점은 1960년에 찾아왔다. 당시 영화계와 방송계는 1948년 이전에 제작된 극장용 영화를 TV에 방영할 때 창작자들에게 지분을 줄 것인가를 두고 격렬하게 대립했다. 작가조합(WGA)과 배우조합(SAG)은 전례 없는 합동 파업을 단행했고, 수개월간의 투쟁 끝에 '콘텐츠의 재사용은 곧 창작자의 추가 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재상영료(Residuals)의 대원칙을 확립했다. 이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수익의 변화를 창작자의 보상과 연동시킨 역사적인 승리였다. 이후 재상영료(Residuals)는 비디오테이프, DVD를 거치면서 매체가 변할 때마다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몫을 사수하기 위해 싸워온 전선이 되었다.


스트리밍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스트리밍은 더욱 큰 문제를 안겨주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등은 2차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이동했을 때 원작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것이었는데, 스트리밍은 일단 들어가고 나면 그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스트리밍은 전통적인 의미의 재상영이 아니며, 단순한 기술적 서비스이므로 재상영료(Residuals)줄 수 없다"는 주장을 했었다.


2023년 5월 2일, 작가조합(WGA)이 파업을 선언했다. 7월에는 배우조합(SAG-AFTRA)도 합류했다. 1960년대 이후 63년 만의 동반 파업이 시작된 것이다. WGA의 파업은 148일간 지속되었으며, SAG-AFTRA는 118일간 파업을 이어갔다. 초기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업체들은 완강히 버텼다. 스트리밍 시장에는 원천적으로 재방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시장은 스트리밍 업체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파업이 100일을 넘기면서 신규 콘텐츠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었고, 이는 스트리밍 가입자 이탈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넷플릭스는 '가장 많은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며 주주들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파업으로 다져진 창작자들은 영리했다. 창작자들은 "플랫폼이 데이터를 숨기는 이유는 수익을 가로채기 위함"이라고 비판하며 여론전을 전개했다. 넷플릭스는 기업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파업 도중 'What We Watched'라는 시청 데이터 보고서를 발표하며 일부 협상의 물꼬를 텄다. 물론 이 보고서가 협상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여론전에서 넷플릭스 등이 우위에 서지 못하는 데 기여한 것만은 분명하다.


톱스타들도 나섰다.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등 톱스타들이 10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노조에 전달하고 직접 피켓을 들면서, 넷플릭스는 일부 스타와의 개별 협상이 아닌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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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WGA는 2023년 9월 27일 새 합의안을 타결하며 먼저 파업을 종료했고, SAG-AFTRA는 11월 9일 파업을 끝내고 12월 5일 조합원 비준을 완료했다. 성과 기반 재상영료(Residuals)을 포함한 새 계약은 2024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여기선 분명한 건 넷플릭스가 할리우드에서 재상영료(Residuals)을 지급하는 것은 그들이 표준을 준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화된 단체협약의 힘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표준이라 부르는 것들은 사실 창작자들이 투쟁을 통해 매일같이 수정해 나가는 '살아있는 합의문'인 셈이다. 할리우드 창작자들은 기술이 바뀔 때마다 그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이윤의 경로에 자신들의 깃발을 꽂아왔다. 필름에서 TV로, 다시 비디오테이프와 DVD로, 그리고 지금의 스트리밍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은 창작자들이 자본의 독점에 균열을 내며 지분을 확보해 온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재상영료(Residuals)은 플랫폼이 임의로 조절하는 보너스가 아니라, 매년 혹은 주기적으로 재설정되는 권리의 최전선이 되었다.


이 대목에서 재상영료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유럽에서 이야기하는 보상 청구권은 저작권법 자체를 수정해서 만든 것이다. 그러니 저작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북미의 재상영료(Residuals)는 저작권이라라고 보기보다는 단체 교섭권의 승리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영상 산업의 보상 체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음악 산업의 그것과는 출발점부터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음악 산업의 경우 작곡가나 작사가와 같은 창작자가 저작권을 직접 소유하거나 신탁 단체(KOMCA 등)를 통해 관리하며, 작품이 스트리밍 되거나 방송될 때마다 '저작권료(Royalty)'라는 이름의 자산 수익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이는 창작자가 법적 소유주로서 이용자에게 사용 허가를 내주는 구조이며, 음악 산업은 이러한 창작 주권의 방화벽을 비교적 선제적으로 구축해 왔다. 창작자가 곧 권리자라는 명확한 등식이 성립하기에 음악에서의 보상은 자본과의 협상보다는 법적 권리의 집행에 가깝다. 달리 이야기하면 가사와 곡을 작사가와 작곡가에게 비용을 주고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음원 수익에 대한 저작권료가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그러나 영상 산업은 늦었다. 영상 제작은 거대 자본과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집단 노동의 산물이라는 특성상,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에 명시된 '업무상 저작물(Work for Hire)' 법리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이 법리에 따르면 영상 저작물의 소유권은 창작 개인이 아닌 자본을 대고 인력을 고용한 제작사나 플랫폼에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즉, 법전 안에서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경로가 사실상 원천 봉쇄되어 있다. 할리우드의 창작자들이 저작권법이 아닌 노동법과 단체교섭권으로 눈을 돌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이 창작자를 소유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로서의 단결권을 통해 자본과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절박한 선택이었다.


그러기에 북미 재상영료의 실체적 법적 뿌리는 저작권법이 아니라 창작자들이 결성한 조합(WGA, SAG-AFTRA 등)과 플랫폼 간의 강력한 '단체협약(CBA)'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게 앞서 살펴본 할리우드 창작자들의 투쟁 역사이기도 하다. 그들은 연대의 힘을 빌려 플랫폼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소유권은 너희가 가져가되,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재사용하여 수익을 올리려면 그 수익의 일부를 우리에게 사후 사용료로 지불하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래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Residuals다. 이는 소유권이 없는 노동자들이 계약을 통해 쟁취한 독창적인 사후 보상 시스템이다. 유럽의 프랑스나 독일이 저작권법 내에 '적절하고 비례적인 보상권'을 명문화하여 국가가 창작자를 보호하는 모델을 취했다면, 할리우드는 철저히 노동조합의 힘으로 플랫폼의 소유 독점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결국 재상영료(Residuals)은 법전 속의 문구가 아니라, 창작자들이 흘린 땀과 연대의 결과물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법이 지켜주지 못하는 권리를 계약과 투쟁으로 완성시킨 할리우드식 실용주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대목은 재상영료는 작가나 배우 등 개인에게 부여되는 인적 보상이지, 제작사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제작사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계약의 구조를 보면 제작사 법인은 계약 시점에 실제 제작비에 약 10~15% 수준의 마진을 더한 금액을 받고 수익 확정이 종료된다.


즉, 작품이 전 세계적인 대흥행을 기록하여 넷플릭스에 수조 원의 가치를 안겨주더라도 제작사 법인의 통장에는 단 1원도 추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매절 계약' 계약의 기본이다. 제작사는 자본가로서 위험을 회피하는 대가로 초과 수익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셈이다. 이 구조는 제작사가 창작자들의 재상영료를 가로채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보호막이 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제작사의 재무적 건전성을 플랫폼의 선불금에만 의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더구나,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재상영료 지급에 대한 대가로 제작비를 낮추거나 마진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물론 제작사는 재상영료를 무기로 배우의 인건비 등을 낮추려고 하겠지만, 이는 자율 계약의 일부일 뿐 재사용료처럼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맹점이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제작사는 이 재상영료 협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지원했다.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생태계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질적 하락과 산업 전체의 쇠퇴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개념적으로 재상영료(Residuals)를 정리해 보자.


재상영료(Residuals)은 창작자 개인에게는 강력한 생존권 보장 장치이며, 산업 전체에는 흥행의 성과를 풀뿌리까지 전달하는 선순환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제작사가 중간에서 수익을 여과하지 않고 창작자에게 직접 보상이 전달되게 함으로써,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고 다음 작품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다. 이러한 직거래 방식의 보상 구조 덕분에 플랫폼이 제작사를 압박하더라도 창작자 개인의 권리는 침해받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재상영료(Residuals)은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콘텐츠가 살아있는 한 그 가치를 만든 인간의 노동도 계속해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 역사 이래 최악의 국면이라고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권리의 가이드라인이기도 한 셈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재상영료(Residuals)란 용어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을 살펴보았다. 그동안 한국 콘텐츠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의 과실에 취해 정당한 보상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소홀했을지도 모른다. 성장이 모든 모순을 덮어주던 시기는 끝났다. 이제는 플랫폼이 독점하는 데이터의 블랙박스를 열고, 그 안에서 창착자들이 흘린 땀의 대가를 숫자로 증명해야 할 때다.


다음 편에는 구체적으로 재상영료(Residuals)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누가, 누구에게, 몇 년이나, 어느 정도 지급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1) 넷플릭스가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란?
2) 소유권은 넘겨도 지분은 남긴다(1/2)
3) 소유권은 넘겨도 지분은 남긴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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