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영료의 구체적인 기준과 산식
(글쓴이 주) 지난 글에서 북미시장에서 재상영료가 저작권법의 한계를 노동법과 단체협약으로 돌파해 낸 할리우드 창작자들의 전리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늘은 그 구체적인 구조와 산식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재상영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산되며, 실제 창작자들의 통장에는 얼마의 숫자가 찍히는가. 그리고 이 정교한 숫자들이 어떻게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넷플릭스의 한국행을 재촉하고 있는지 그 재무적 실체를 파헤쳐 보려고 한다.
재상영료는 단일하지 않다.
각 직군별 조합이 플랫폼과 맺은 단체 협약이다. 그러니 너무도 당연스럽게 직군별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기본 요율부터 지급방식까지 조금씩 다르다. 재상영료가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노동 가치를 스트리밍 사업자가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각각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 각 조합과 합의할 때, 기존의 방송과 다른 내용이 하나 들어갔다. 바로 성과 보상이다. 즉, 재상영료는 기본적으로 받는 것과 특정 수치를 달성하면 받는 성과 보상 재상영료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정리하면 재상영료의 기본 산식은 다음과 같다. (성과 보수의 경우 배우는 75%가 적용되는 반면 작가와 감독은 50%가 적용된다. 아래 산식은 배우의 재상영료다)
단 성과형 재상영료는 작품 공개 후 90일 동안 가입 고객의 20%가 시청했을 때 지불하는 일회성 지급이다. 2년 차에 아무리 높은 성과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지불되지 않는다. 따라서 2년 차부터는 고정형 재상영료만 지급된다.
플랫폼 계수(S)는 해당 플랫폼의 미국 가입자 규모가 2000만 명을 넘는지 여부에 따라서 결정된다. 넷플릭스처럼 2000만 명이 넘을 경우에는 1.5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1을 적용한다. 일종의 가산점에 가깝다.
연차별 지급요율(Y)은 1년 차에 45%에서 시작해서, 10년 차에 5%로 감소한다. 그 이후부터는 해당 플랫폼이 공급을 지속하는 한 5%로 고정된다.
스트리밍의 경우 콘텐츠 소비가 공개 초기에 폭발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반영해서 1~3년 차에 전체 요율의 상당 부분이 집중되어 있다. 공개 후 10년이 지나면 요율은 최초 대비 약 1/9 수준(45% --> 5%)으로 떨어진다. 플랫폼의 라이브러리 유지 비용과 콘텐츠의 노후화를 고려했다. 다만, 요율은 낮아지지만, 콘텐츠가 플랫폼에서 삭제되지 않고 '상영 중'인 상태라면 창작자는 평생(혹은 저작권 보호 기간 내내) 매년 5%의 리지듀얼을 수령할 권리를 갖는다.
플랫폼 계수와 연차별 지급 요율은 조합의 성격과 상관없이 동일하다. 그러나 기본요율(Base Rate)은 조합별로 상이하다. 먼저 기본요율은 별도의 산식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자. 작품 길이와 예산 등급이 기본 요율을 결정짓는 요소이기는 하나, 앞서 플랫폼 요율처럼 몇 %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각 조합에서 작품길이와 예산을 감안해서 서로 합의하는 값이 존재할 뿐이다. 이 기본 요율은 창작자 조합과 플랫폼연합(AMPTP)이 합의한 뒤 3년마다 갱신을 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물론 3년 안에서도 물가 상승률 등에 따라 기본 요율은 매년 조금씩 인상된다.
이 요율 표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작가와 감독의 기본 요율은 제작비 등급에 따라 대략 20%씩 상승하는 반면에 배우는 예산과 상관없이 작품길이별로 동일 요율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배우의 경우 출연료를 기준 삼아 요율을 정한 것이 아니라 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기준선으로 해 두었기 때문이다. 기본 요율을 산정할 때 작가 등은 표준 원고료를 기준으로 요율을 산정할 수 있는 반면에 배우의 경우에는 주연, 조연, 단역 등 다양한 이의 출연료에 따라서 금액을 산정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우의 경우는 상한선 개념으로 접근한다. 아무리 출연료를 높다고 하더라도, 재상영료를 계산할 때 이 금액까지만 받는 것으로 치자고 정하는 것이다.
이를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배우의 요율이 작가와 감독 대비 현저히 낮은 것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와 감독의 경우에는 소수만 재상영료의 대상이 되는 반면에 배우의 경우에는 주연, 조연, 단역 등 대사를 한 대부분의 배우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 요율이 작더라도 총액은 가장 크다.
더구나 이 기본요율은 기본적으로 타이틀이 아니라 에피소드 기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재상영료를 대상 배우의 수가 30명이고, 10회가 되면 이것만 해도 기본 요율에 30x10이 된다. 이 때문에 배우의 경우에는 상한선을 적용한 것이다. 대신에 배우는 상영 시간의 임계점(30분/60분/85분)을 넘을 때 단가가 크게 높아진다. 특히 30분 물에서 60분 물 시리즈로 넘어갈 때 기본 요율(상한선)이 약 82% 급등하는데, 이는 드라마 에피소드 전체를 책임지는 주연급 배우들의 노동 가치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물론 저 요율은 상한선 개념이고, 주연, 조연, 단역에 적용되는 비율은 차등적이다. 상한선에 미치지 못하는 출연료를 받을 경우에는, 받은 출연료를 기준으로 기본 요율을 적용한다.
조금 더 분명하게 정리하자면 회당 1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는 주연 배우는 그 출연료에 상관없이 4,698달러를 기본 요율로 적용받는 반면에, 4,000불을 받는 조연 배우의 경우에는 4,000불을 기본 요율로 적용받고, 조합 최저임금 수준의 단역 배우의 경우에는 자신이 받는 출연료를 기본 요율로 적용받는다. 보조 출연의 경우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감독은 전체를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기본 요율을 높게 책정했다. 60분 물 Tier 2의 경우 감독 1인에게 주어진 기본 요율은 29,249 달러고, 작가($6,144)나 배우($4,698) 보다 월등히 높게 책정한 이유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최근의 영상 시장은 메인 감독 1인과 다수의 보조감독이 같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메인 감독은 재상영료의 대상이지만, 보조감독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에 플랫폼은 메인 감독에게 지불하는 재상영료 총액의 2%를 감독조합에 지급하고, 이 금액이 다시 보조 감독에게 지급되는 구조다. 이때 감독조합은 0.5%~1.0% 수준의 수수료를 차감한다. (만약 메인감독이 2인 경우에는 감독에게 지급될 총액을 1/2로 나누어서 지급한다)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이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살펴보자.
TOM STUDIO에서 최근 60분짜리 (Tier 2급) X 10회 분량의 TV 시리즈물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2026년 1월 1일 방영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남녀 주연 각 1명, 조연 2명(에피소드당 2000불), 단역 10명(에피소드당 1000불)이 참여했고, 보조연기자 30명(에피소드당 300불)이 참여했으며, 시나리오는 메인 작가와 보조 작가 이상 2명이, 그리고 연출은 메인 감독 1인과 보조감독 3인, 그리고 10명의 스태프가 동원되었다. 첫 90일 동안 넷플릭스 전체 가입자의 25%가 시청했다. 이 경우 연말에 이 작품에 참여한 개인들에게 어느 정도의 재상영료가 지급될까?
우선 공통으로 플랫품 계수 X 1.5와 연차별 요율인 X 0.45가 적용된다. 전체 가입자의 21%가 시청을 했으니 당해 연도에만 발생하는 성과 보너스 할증이 추가되어 배우의 경우에는 기존 재상영료의 75%, 작가와 감독의 경우에는 50%가 적용된다.
작가의 경우 'Writing Credit' 소지자에게만 재상영료가 지불된다. 보조 작가가 크레디트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리지듀얼은 메인 작가 독식이다. 이 경우 메인작가의 기본 요율인 6,144불을 기준으로 플랫폼 계수와 연차를 적용한 고정 재상영료는 4,147불이고, 성과보상 재상영료는 2,073불로 연말에 정산받는 회당 재상영료 총액은 6,220불이다.
감독의 경우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메인 감독은 재상영료를 받지만, 보조 감독(AD)은 재상영료를 받지는 않는다. 다만 감독조합에서 넷플릭스로부터 받은 기금(Supplemental Market Payments: 메인감독에게 지급될 재상영료의 2%) 중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보조감독 3인에게 지불한다. 메인 감독의 경우 기본 요율인 29,249불을 기준으로 플랫폼 계수 1.5와 연차요율 0.45를 적용하면 회당 29,614불을 받게 된다.
배우는 역할의 비중에 따라서 개별적으로 정산된다. 주연배우 2인은 상한선인 4698불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회당 5,549불을 받게 되고, 조연배우는 자신의 출연료 2000불을 기본 요율로 적용해서 회당 2,362불을, 단역 배우는 자신의 출연료 1000불을 기준으로 회당 약 1,181불을 재상영료로 받게 된다. 보조출연자는 재상영료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일반 스탭은 재상영료 지급 대상이 포함되지 못한다. 할리우드 조합 협약상 재상영료는 저작권적 실연 기여가 인정되는 작가, 배우, 감독에게만 적용된다. 대신에 촬영, 조명 등 기술 스태프(IATSE)는 노동 시간에 대한 높은 시급과 초과 수당, 연금 기여금을 받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가 끝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와는 별도로 총 재상영료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금 및 건강보험(P&H) 기여금으로 조합에 납부해야 한다. 이 금액만 하더라도 대략 $128,118이다. 결국 10부작 시리즈가 성공했을 경우 넷플릭스는 1년 차에 제작비와는 별도로 총 재상영료와 관련해서 $768,710를 지불해야 한다.
이상이 오늘 정리한 내용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내용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위에 언급한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한정된 예다. 라이선스 콘텐츠의 경우에는 오늘 설명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설명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라이선스 콘텐츠의 경우에는 재상영료의 지불 주체가 넷플릭스가 아니라 배급/판매를 담당한 측(예, 원제작사)이라는 점이다. 이 역시 배경 설명을 하자고 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언젠가 이 대목까지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한정하더라도 재상영료를 지급하는 방식은 위에 언급한 것을 기본으로 하되, 변주가 굉장히 많다. 최고 감독의 경우에는 매년 재상영료를 지급하지 않고 일종의 선급금처럼 지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경우 해당 감독이 받는 재상영료는 연도별로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이 되어 버린다. 또한 위 산식은 미국 시장만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해외 시장의 경우에는 또 다른 산식이 적용된다. 과거에는 정액제처럼 적용되었지만, 최근에는 해외의 경우에도 비율제로 적용되고 있다.
다만 기억할 것은 매절 계약일 경우에도 재상영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고, 그 재상영료에 대한 산식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합의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자동으로 우리도 넷플릭스에게 재상영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층위의 문제가 된다.
넷플릭스에게 우리도 재상영료를 달라고 한다면, 거꾸로 넷플릭스는 국내에는 이미 제작비와 출연료로 보전해 주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주장하면 재상영료에 대한 논쟁은 제작사와 각 직군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입을 닫아야 할까?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우리네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면 재상영료가 뭐가 문제이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영상시장 내 각 주체가 다 힘든 상황이고, 영상 산업의 기저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재상영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네 각 주체가 그럴 의지가 있는지는 별건으로 취급하더라도)
시스템은 결코 플랫폼의 호의로 주어지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사례가 보여주듯, 표준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대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정당한 몫을 숫자로 요구할 때, 비로소 ‘K-콘텐츠’는 화려한 수사를 넘어 창작자의 삶을 지탱하는 진정한 산업이 될 수 있다. 권리는 요구하는 자의 몫이며, 표준은 질문하는 자가 만들어간다. 우리는 이제 그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다음 글은 성과보상 인센티브에 대한 논의를 해 보려고 한다. 다음 글도 기대해 주시길
(꼼꼼히 정리한다고 했지만,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 이해한 대목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길)
1) 넷플릭스가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란?
2) 소유권은 넘겨도 지분은 남긴다(1/2)
3) 소유권은 넘겨도 지분은 남긴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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