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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Sep 02. 2016

미디어 시장에서 오리지널은?

시장 내 의미

BCWW2016의 행사에 초대받아 다녀왔답니다.  <MCN시장의 미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말하다>란 제목의 그럴듯한 세미나였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하더군요. 개념과 의미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업은 때론 개념과 무관하게 진행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개념적으로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구조적 사고를 할 수 없고, 전략적 사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들어갈 시장과 나갈 시장을 구분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일련의 행위가 모두 개념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세미나의 주어진 여건 때문에 채 스크립트에는 있었으나 나누지 못한 내용까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오리지널(Original)에 대해서 말이죠. 

사전을 뒤져보면 오리지널의 의미는 몇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는 원천이나 원인을 뜻하는 고어(archaic)도 있고요, 복사나 재생산의 대상인 원본을 지칭하거나 처음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을, 뭔가 독창적이어서 별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독창, 원본, 진짜 뭐 이런 의미겠죠. 여기저기 간판에 있는 원조도 결국은 오리지널이란 의미일 겁니다. 

최근 들어 미디어 시장에서 오리지널 혹은 복수형으로 오리지널스(originals)란 단어가 자주 사용됩니다. YouTube는 YouTube Red를 선보이면서 YouTube Red Original이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3~4년 전부터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란 용어를 사용했구요, 아마존도 아마존 오리지널이란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마존의 오리지널인 Transparent는 2016 Golden Globe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인 House of Cards도 수상했네요. Hulu도 얼마 전부터 오리지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확한 단어는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훌루는 콘텐츠란 단어 대신에 쇼(show)란 단어를 사용해서 훌루 오리지널 쇼라고 하더군요. 제법 오리지널이란 단어가 잘 붙습니다. 


그럼 다른 쪽에 한번 붙여보죠. KBS 오리지널, MBC 오리지널, SBS 오리지널, jTBC 오리지널. 어떠세요. 이상하죠. 낯설게 느껴집니다. 유튜브 오리지널은 용어는 어색하지 않은데, KBS 오리지널은 어색합니다. 왜 그럴까요? 오리지널을 자기만의 독창적인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KBS는 원래부터 오리지널이었습니다. KBS와 MBC가 동일한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던가요? 9시 뉴스가 3사가 동일하다거나 10시 대 드라마가 모두 같다거나 한 적이 있던가요. 원래 KBS와 MBC의 프로그램은 서로 다릅니다. 원래 다른 것이니 굳이 오리지널이란 단어를 붙일 필요가 없었겠죠. 


그럼 다시 나누어보죠. 오리지널이란 단어를 붙여도 괜찮았던 사업자들이 누구였죠. 그 사업자들이 하는 사업영역을 우리는 뭐라고 부를까요? 네 바로 플랫폼입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나 아마존이나 훌루나 모두 영상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일부에 오리지널이란 이름을 붙인 겁니다. 자신의 플랫폼에만 있는 콘텐츠를 식별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죠. 


오리지널이 낯선 사업자들은 다 콘텐츠 사업자들입니다. (지상파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만, 단일 채널 사업자이니 여러 상품이 유통되지는 않습니다). 원래 콘텐츠는 그 자체가 독창적이어야 하는 거죠.  




그럼 이야기가 조금 쉬워집니다. 익숙하든 낯설든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들은 모두 독창적인 그 무엇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구현되는 방식이 다릅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독창적인 것은 다른 사업자가 제공할 수 없는 콘텐츠, 나만의 콘텐츠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콘텐츠와 독점적인 계약을 맺어야 하겠죠. 


그래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오리지널을 이야기할 때 그 오리지널의 핵심은 독점계약(exclusive)입니다. 반면에 KBS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해서 수익을 얻어야 하죠. 내 것이어서 수익이 내 수중으로 들어와야 하고, 내 것이 확장해서 부가 수입도 올릴 수 있었야 합니다. 그러니 콘텐츠 사업자에게 오리지널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겠죠. 


그럼 왜 Machinima와 같은 MCN 사업자들은 오리지널을 이야기할까요? 콘텐츠 사업자의 맥락에서 설명하면, 자기 IP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앞선 KBS 등처럼 원래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던 사업자들은 저작권을 이야기할 뿐 오리지널이란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었지만, 원래 콘텐츠 영역에 있긴 하지만 자기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았던 MCN 사업자로서는 소유하지 않은 콘텐츠와 구분하기 위해서 오리지널이란 이야기를 꺼낸 거죠. 그러면서도 IP 확보를 내세우죠.


이 시장에 계신 많은 분들이 몸으로 겪으신 것처럼 초기 MCN들은 대부분 1인 크리에이터의 여러 채널들을 관리해 주는 사업자로 시작합니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사업자로서 MCN의 영향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1인 크리에이터를 고용하는 형태가 되긴 했지만, 1인 크리에이터가 중심인 콘텐츠에 대해서 MCN 사업자의 전유물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쉽지 않죠. 맘에 안 들면 문을 박차고 나가서 1인 크리에이터 자체가 채널을 개설해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MCN 사업자로서는 1인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MCN 사업자가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해졌고, 그걸 오리지널이란 이름으로 호명한 것일 뿐입니다. 원래 콘텐츠 사업자라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그 과정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역시도 짧은 역사를 보면 MCN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그림이 아닙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요구하면서 나온 그림이죠. Machinima의 첫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Street Fighter는 버라이존의 Go90을 위해서 제작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GO90이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기들만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Machinima에게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Steet Fighter가 나왔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오리지널은 플랫폼 사업자의 언어입니다. 말이 무언가를 구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라면, 현재 영상시장에서 사용하는 오리지널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여러 콘텐츠 중에서 자기만의 것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서 사용하는 단어라는 이야기죠. 만약 콘텐츠 사업자들이 오리지널을 사용한다면, 그건 이제 그 사업자가 제대로 된 콘텐츠 사업자가 되었다 정도로만 이해해 보시면 어떨까요?



시장은 항상 자발적이지 않습니다. 외적 요인에 의해서 선택을 강요받고, 그 선택적 행위에 의해서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죠. 그림을 보시죠. 2005년 유튜브가 세상에 나타난 이후 수 없이 많은 플랫폼들이 등장했습니다. 넷플릭스와 훌루와 같은 전통적인 레거시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플랫폼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시장 진입에서 자유로운 UCC나 UGC에 의존하는 것들이죠. UCC나 UGC가 판을 치던 세상에서는 플랫폼 경쟁이 콘텐츠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사람들을 많이 모으기만 하면, 그 자체로 UGC와 UCC가 생산되니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희소해야만 값이 올라가는 법이고, 값을 올리기 위해서 희소해야 하죠. 그 희소성은 비용에 기인하기도 하고, 장소에 기인하기도 하고 여러 요인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MCN이라고 하는 UCC나 UGC를 공장화하고 산업화한 사업자가 등장합니다. 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던 개인이 아니라 수익에 신경을 써야 하는 기업은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들을 하죠. 그래서 이른바 사람들이 쫓아가면서 보게 되는 콘텐츠들이 하나둘씩 늘어납니다. 


사람을 모으면 콘텐츠들이 늘어나던 시장에서 콘텐츠를 가지고 오면 그 콘텐츠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현상들이 생기는 단계가 된 것이죠. 이런 일들이 3~4년 동안 반복적으로 진행되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경쟁을 하게 됩니다. 나만의 콘텐츠, 즉 오리지널이 필요했던 거죠. 


이 지점이 MCN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집니다.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시장에서 MCN 사업자 중심의 시장으로 이전되지만 여전히 1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 기대야 했던 사업자는 이제 플랫폼 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직접 기획한 콘텐츠를 만들게 된 거죠. 

다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초기에는 경쟁의 수단이 서비스 경쟁이거나 독특한 UI 경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2010년이 지나면서 콘텐츠 경쟁이 일어납니다. 콘텐츠 경쟁의 본질은 내 플랫폼에만 제공될 수 있는 독점적인 콘텐츠 확보 경쟁이었고, 이는 MCN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IP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죠. 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가 만들어내는 가성비 높은 콘텐츠 대비 독자적인 IP를 행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는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해야 합니다. 주어진 시장 규모에서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 사업자로서는 힘든 결정이죠. 그래서 미국의 MCN 사업자들이 규모를 확장하는 이른바 세계 시장(Globalization)을 논하기 시작합니다. 더 많은 인풋, 그러나 가성비가 높은 품질.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MCN의 콘텐츠가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콘텐츠에 품질을 어느 정도 맞추면서 가성비는 훌륭한 단계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중에 돌이켜 보면 플랫폼 경쟁에서 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가  시장의 파괴하는 시작점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내가 서 있는 자리. 

그가 서 있는 자리.

그 자리에 따라서 세상은 달리 읽힙니다. 오리지널에 대한 해석도 그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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