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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Feb 24. 2016

아디다스, Data에 눈을 뜨다

데이터는 고객의 친구

멜론, 넷플릭스, 코웨이 이 세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멜론은 음악 회사입니다. 넷플릭스는 미디어사업자입니다. 코웨이는 렌탈서비스입니다.

이 세 서비스를 묶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가입자 기반 서비스(Subscription Based Service)라는 겁니다.


사업이란 관점에서 보면 가입자 기반 서비스는 최고의 사업모델입니다. 매달 정기적으로 현금 규모를 예측할 수 있으면 사업 계획을 추진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합니다. 사업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련의 행위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현금 흐름이 손에 잡힌다는 건 단순히 현금 그 자체보다 의미가 큽니다.  더구나 일단 가입자를 확보하게 되면 메인 사업 이외에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길 수 있습니다. E-Commerce를 위해서 만든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Amazon Prime Service)의 확장 가능성도 이 맥락입니다.


다만 이렇게 좋은 줄 알면서도 대다수의 기업들이 가입자 기반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건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 그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정정도의 규모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운영비용 자체를 더 많이 쓸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 가입자기반 서비스에  아디다스가 동참을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6년 2월 19일 아디다스는 연정액제 서비스를 출시합니다. 그리고  Avenue A라는 상품명을 붙였습니다  600불정도를 지불하면 분기별로 스니커즈와 스포츠웨어 그리고 스포츠용품을 가정에 배송을 해주는 거죠.  


아디다스의 고민

어떤 사업자가 자신이 해 온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만년 2인자였습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점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더 이상 나이키의 경쟁상대로 아디다스를 언급하는 것이 불필요해 보일 정도입니다. 2005년 리복을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고,  신상품을 제작해서 수익을 확보(turnaround)하는데 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린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좀 차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만년 2인자 정도라면 아쉽더라도 "그래도 2인자"라고 버틸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3등으로 떨어진 겁니다. 미국시장에서 등장한 신생업체인 언더 아머(Under Armour)라는 회사가 2등을 차지합니다.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합니다.


당시 아디다스의 수장이었던 하버트 하이너는 더 이상 경기용품에 집중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합니다. 스포츠 용품도 트렌드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디다스는 전문 운동 선수를 겨냥한 제품 위주의 사업자였으나, 무게 중심으로 레포츠용품으로 이동을 합니다. 나이키와 언더아머가 레포츠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다는 점에서 착안을 한 것이겠죠. 특히 "도시와 여성"에 포커싱을 합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성과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2015년 상반기에 다시 미국 시장에서 2위를 탈환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아디다스는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반전의 징후는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면 도시와 여성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니 고객을 묶어낼 수 있을까?  


이 '어떻게' 에 대한 해답을 아디다스는 birchbox에서 찾습니다. 2010년도에 등장한 birch box는 월10불정도의 가입료를 내면 고객들한테 화장품 샘플을 포장해서 배달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샘플을 이용해 보고 나서 마음에 들면 다시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고객과 화장품 업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양쪽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국내에서는 미미박스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입자 서비스를 하지 않죠.)



10불이상의 밸류를 고객들한테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에 1,200명에서 시작했던 가입자규모가 2015년도에는 백만명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고객들을 이렇게 모으게 되면 그 고객들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할수 있을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 시장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민감한 사업자들. 민감한 고객들을 확보할수 있다는 판단. 이 birch box의 가입자모델을 스포츠용품에 적용한 것이 이번 아디다스의 Avenue A 프로젝트입니다.


연 600불을 내면 분기별로 150불에 해당하는 스포츠 용품을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제공하는 상품에는 소위 한정판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입자 규모에 맞추어 제작 공급하는 그림이니, 재고 관리 등의 이슈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공한 가입자 기반 모델, Birch BOX


가입자 모델 그 자체는 copycat하기 쉬운 상품입니다. 모델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해당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자가 많습니다. 반면에 이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Birch Box가 등장한 이후에  10여개의 유사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현재  남아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Birch Box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는 미디박스도 가입자형 서비스는 포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birch box는 이 시장에서 가입자를 그대로 유지발전시킬수 있었을까?  이 대목에서 데이터가 등장합니다. birch box의 CEO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데이터가 고객의 친구가 되었다." 


어떤 화장품을 쓰는지 그리고 어떤 화장품이 나한테 맞는지를 쓰는 사람도 잘 모릅니다.  항상 습관적으로 자기가 써왔던 상품을 써왔을뿐이죠. 그런데 birch box의 상품을 하나씩 샘플을 이용하고, 그 이용 경험을 가지고  특정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어떤 상품이 가장 고객에게 최적인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내게 최고의 상품'을 말해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본인보다 훨씬 적합하고 좋은상품을 birch box는 알게되는것이죠.


여기에 덧붙여 샘플을 구매하는 그 고객들을 통해서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애덤그랜트의  <오리지널스>를 상기시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어떤 사람이 이직을 많이할까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데이터를 조합하는  와중에 뜬금없이 어떤 브라우저를 쓰고 있느냐가 핵심 변수로 떠오릅니다.  디폴트로 장착돼있는 상품을 아무런 의심없이 쓰는 사람, 반면에 그 안에서 아주 사소한 차이 긴 하지만 또다른 대안을 찾아서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설치하는 사람. 이 두 그룹은 다르다. 그 주어진 시장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세상의 많은것들을 바꿔나가는 사람들. 이게 이 연구의 기본적인 결론입니다.


이 맥락에서 보면 10불을 주고 샘플을 받아 쓰는 사람들은 이 시장의 트렌드 세터(Trend Setter)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기에 그들이 어떤 상품을 쓰고 만족하는지를 아는 것은 시장의 미래를 앞서 갈 수 있는 확실한 도구를 가지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전문용품시장에서 매스형시장으로 이동한 아디다스에게 매스시장내서도 니치형상품인 이 Avenue A프로젝트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미래를 읽기 위한 시도, Adidas의 <Avenue A>


이번에 아디다스가 출시하려고하는  Avenue A 프로젝트는 단순히 연정액서비스를 기획해서 그것을 하나의 잘 만들어진 상품으로 포장하려는 시도 이상의 것입니다. 그 서비스에 가입해있는 사람들.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의 속성과 그들의 데이터를 잘 파악을 해서 미래트렌드를 지배하겠다라고 하는 시도다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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