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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Jan 03. 2017

2017 미디어 시장 전망

불확실한 시장에서 선택할 지점이 도드라지는 한 해


1. 총론: 길을 떠나야 해서 필요한 ‘무모한’ 전망


2017년을 예상하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 예상이나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예상은 통계다. 정확히 퍼센트(%)의 확률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특정한 흐름을 읽고 흐름의 지속과 끊김을 살펴본 결과이기 때문이다. 흐름은 항상 일정하지도 일관되지도 않는다. 굽이를 만나면 속도가 느려지고 경사를 만나면 속도가 빨라진다. 천재지변이 일어나 갑자기 물 흐름이 막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흐름의 방향성만큼은 유지한다. 지금은 막혀있더라도 결국 그 흐름대로 시장은 흘러 간다.


2017년은 흐름이 막혀 있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말 대한민국을 뒤엎은 정치 변화는 미디어 시장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었다. 영화관의 복작거림은 줄어들고, 주말 드라마의 시청률은 감소하지만 평일 드라마는 선전하고 휴대폰 사용량은 늘어나며, 모바일 시청행위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관련 사업자들의 시장 전망이 움직일 수 있다. 시장의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움직임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수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 변수가 더해진다. 최근 중국은 한국 콘텐츠 및 연예인의 활동을 차단하는 강력한 제제 조치를 내 놓았다. 한편으로는 예상했던 조치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조치이기도 하다. 그동안 중국관련 연구들은 중국이 온라인 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해 왔었다. 다만 그 시점을 2016년 하반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연구에 따라서 가깝게는 3년, 멀게는 5년 정도를 예상했던 만큼 2016년도 연말에 닥친 ‘한한령’(限韓令)은 천재지변에 가깝다. 특히 이번에는 단순히 완성작품 뿐만 아니라 배우나 가수의 광고 출연까지도 막아놓은 상황이라서 시장 내 공포감은 훨씬 크다. 상승하기만 하던 인건비가 안정되면서 국내 미디어사업자의 비용 구조가 개선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미 전체 방송시장이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재편된 상황이라 그 뒷감당에 상당시간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손쉽

게 해 볼 수 있다.


다시 미국 변수가 추가된다. 국내 영상 콘텐츠의 수출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이지만, 이번에는 직간접적으로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는 망중립성 원칙에 반대한다. 벌써

부터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통신정책 고문(advisor)으로 망중립성 원칙에 부정적인 제프 아이제나(Jeffrey Eisenach)와 마크 재미슨(Mark Jamison)을 지명했다. 마크 재미슨은 최근에 ‘우리에게 FCC가 필요한가?(Do weNeed the FCC?)’란 논쟁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망중립성 원칙이 무너지면 OTT에 무게 중심으로 두었던 미국의 방송정책도 영향을 받게 된다. 당장 유료방송사업자의 셋탑(STB) 개방과 같은 조치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AT&T와 Time Warner의 합병 심사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대선 당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트럼프였지만 그가 영입한 제프 아이제나는 합병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SKT와 CJHV의 합병이 불허되었지만, 생존을 위해서 2017년 후반부터 다시 통신과 방송의 M&A가 불붙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의 합병 결정은 국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과거의 불허 이유가 오늘은 허용 이유가 될 가능성도 있다.


2017년은 한 산업을 겨냥하고 있는 대형변수가 서로 충돌하고 섞이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충돌의 파찰과 파편이 어느 쪽으로 튈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아, 종속변수로서 존재하는 미디어 시장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더구나 이런 대형 변수들은 시기를 두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2017년이란 단일 연도의 전망을 하기가 두려워진다.


수치가 아니라 방향성 자체를 예상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글은 그 무모한 시도를 가볍지만 무겁게 해 보려고 한다. ‘없는 이론보다는 틀린 이론이 낫(다)’고, ‘없는 전망보다는 틀린 전망이 낫(다)’기 때문이다. 그 전망의 길을 밟고 가다보면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길을 떠나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오늘 하는 ‘전망’이다.


2. Legacy Media의 디지털화


아날로그 영역의 붕괴가 심각하다. 여기서 말하는 아날로그는 실체로서의 아날로그가 아니라 비즈니스 영역으로서 기존의 영업 방식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 중 증시에 상장되어 있어 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SBS의 경우 3분기 영업적자가 136억 원이었다. 3분기 연속 적자다. 4/4분기를 기대해 본다고 하지만 3분기 연속 영업 적자 규모를 돌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6년 SBS는 적자를 기록한 한 해가 될 것이다. 2014년에도 3분기 연속 적자를 낸 경험은 있다곤 하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일단 올림픽이 있었다. 특수 효과를 기대했다. 결과는 광고 매출의 감소였다. 전년과 비교하면 무려 20%나 감소했다. 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20%라는 점에 의미부여를 해야 한다. 물론 올림픽 중계권료를 판매해서 사업 수익은 증가했다. 그러나 중계권료 비용이 증가해서 결국은 손해였다. 독점권을 확보하고도 이를 행사하지 못하게 한 규제 당국의 의사결정도 한 몫을 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중계권료 비용의 문제라면 MBC와 KBS의 광고 매출 감소는 제한적이어야 하지만 그쪽 동네도 심각한 건 마찬가지다.


2015년 광고 총량제를 도입했지만 수익 효과는 전무했다. 광고 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주요 신문사의 광고 수익이 감소하고 지상파 쏠림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지만, 수요-공급 곡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상파 광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급방식이 달라진다고 해서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20174년도에도 광고 수익은 감소할 것이고, UHD 등 투자 비용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중간광고’를 허용해 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그 역시도 광고 시장 전체의 볼륨을 키워주지는 못할 것이기에 수익성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지상파만이 가지고 있는 ‘중간광고 없는 방송’이란 상징성을 잃어버리는 실익 없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처럼 현재 광고 수익 하락은 구조적인 문제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숫자가 보여주는 그 의미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SBS의 광고 수익 감소분과 영업적자 규모간의 차이다. 시장에서 알려진 광고 수익 감소분은 1천억 대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는 반면에 영업적자의 규모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광고 수익 감소분의 상당수를 다른 영역에서 메웠다는 이야기다.


바로 VOD 수익 등 이른바 디지털형 신규 수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SMR의 매출 기여도도 여기에 포함된다. 구조적으로 광고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그리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증가하는 영역에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SBS를 필두로 해서 2017년도에는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 가시적으로 디지털 영역에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SBS가 2016년 8월에 선보였던 대규모 조직 개편은 전조다. 당시 SBS는 뉴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서 미디어비즈니스센터를 신설해 사업 조직을 본부단위로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었다.


SBS 조직 개편도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1754)


이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푹(pooq)과 스마트 미디어렙(SMR, Smart Media Rep)등의 기존 서비스의 활성화와는 별도로 기존 콘텐츠와 다른 모바일 콘텐츠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기존 콘텐츠 중에서 온라인과 모바일에 유통될 만한 것들은 그것들대로 활용하되, 새로운 시장에 맞는 모바일 퍼스트 (Movbile Fisrt) 콘텐츠 공급이 늘어날 것이다. 모비딕(mobidic)이 첨병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서 당분간 큰 수익은 기대해 볼 수는 없지만, 가성비를 확보하고 네이티브 애드 제작 요청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국내 시장의 수익 구조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국 시장마저 막혀 있는 상황에서 푹(pooq) 등의 성장세를 기대하긴 사실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디지털 사업은 직접 해외 진출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J E&M이 지상파와 연대할 것이냐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Asia No. 1을 선언한 CJ E&M이 시장의 주도권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 가정을 해 볼 순 있지만, 그럼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SBS와 CJ E&M이 부산하게 의견을 교환해야 되는 상황이다. 2017년도는 국내 Legacy 콘텐츠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디지털을 수용해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다만 KBS, MBC 등은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KBS가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은 기존의 방송시장과의 연결고리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내부적인 지원도 없는 상황이라서 허명만 쫓아 움직이는 그림이고, MBC는 SMC를 설립했지만 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변수가 큰 2017년도에 경영진이 모바일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SBS 와 CJ E&M 등이 새로운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적 고민과 선택을 하면서 KBS, MBC 등 다른 사업자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3. MCN 시장의 Transformation: 글로벌과 콘텐츠 마케팅


2016년 하반기부터 1인 미디어 시장은 투자자(Venture Capitalists)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2015년 여러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이들 MCN 사업자들에게 투자 자금을 건넸던 상황과는 확실히 다르다. 여전히 대표 사업자들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고, 크리에이터들도 활발히 영역을 개척하고는 있다. CJ E&M의 다이아TV는 3만 명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을 성대하게 열었고, 다이아TV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케이블 시장에 채널을 개설하는 등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러나 적어도 투자자들은 이 시장에서 한발을 빼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활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다.


시장은 외면했지만 그 사이에 시장을 선도하고 최적화하는 기업들도 하나둘씩 늘어났다. 아마도 2017년은 MCN 영역의 대표 사업자들이 관리 가능한 수준의 BEP에 도달하는 첫 해가 될 지도 모른다. 여기서 '관리 가능한'이란 의미는 수익을 낼 수 있으나 미래 투자를 늘려서 영업이익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MCN 사업자들은 하루 하루 힘들게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투자자가 한 발 뺀 시장에서 자금 수혈이 쉽지 않은 MCN 사업자들에게 2017년은 ‘생존을 위한 연대’를 해야 할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연대는 ‘글로벌’과 ‘협업’이란 이름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대가 생존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일단 여러 징표는 긍정적이다. DMC보고서2에 따르면 1인 미디어를 시청하는 이유가 ‘재미있고 흥미로워서’란 응답이 61%였던 것에 비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39% 였다. 시간을 때우는 수단에서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적극적으로 시청한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광고’라는 생각이 들어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해 국내 시장에서 MCN 사업자들의 주력 수익 상품인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는 것 역시 긍정적인 신호다.

http://www.dmcreport.co.kr/content/ReportView.php?type=Survey&id=10467&gid=10



결국 MCN 콘텐츠는 1~2년간의 활동으로 ‘적극적으로 시청할만한 영상물’이고, ‘거부감은 적은 영상물’이라는 평가를 얻어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성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있어 연대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다.


먼저 글로벌이다. 트레져헌터는 중국을 넘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일본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트레져헌터의 움직임은 다른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척박한 수익 구조 속에서 도달범위를 넓혀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야 하고, 거점 지역별 협업을 통해서 시장을 확대시켜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해당 지역 크리에이터나 에이전트와의 협업은 불가피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남들과 하지는 않는다. 협업을 내세우는 건 나 혼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에 성장한 국내 MCN 사업자로서는 해당 국가의 미디어 시장을 이해할 여유가 없었다. 들어가야 한다는 다급함과 불가피함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지역 사업자와의 협업일 뿐이다. 동상이몽의 협업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국내 사업자의 자본력과 노하우를 찾으려고 할 것이고, 국내 사업자는 지역 거점 기반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시장에서도 수익 구조가 탄탄한 것은 아니어서 동상이몽의 협업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16년이 트레저현터 등 MCN 대형 사업자가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움직임이었다면, 2017년에 는 MCN 관련 거의 모든 사업자들이 한 두 번은 바다를 건너는 상황이 그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의 조건상 당장은 과실을 기대하기 힘들다. 동남아를 헤매던 사업자들이 다시 국내 시장으로 리턴하거나 동남아에 기반 정도만 마련하는 수준에서 글로벌 전략은 멈출 것이다.


두 번째는 역무의 확장이다. 2016년까지 MCN은 모바일 동영상 사업자를 지칭하는 개념이었다면, 2017년에는 모바일 동영상으로 무언가를 하는 모든 사업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내에서 불리는 V-커머스(V-Commerce)는 이 상황의 단초다. 커머스란 개념을 사용하긴 하지만, 실체적으론 광고 대행의 의미가 강하다.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등등으로 발전되기에는 국내 시장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기에 무리가 있다.


언니 오빠의 관계에서 시작했던 국내 크리에이터 시장이 언니 오빠가 사장님이 되는 시장으로 재편되기에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V-커머스란 요란한 문구와는 달리 실제 판매 전환율과 같은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100만 정도의 가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가 있어 그 상대적 가치를 증명하곤 있지만 역설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1개 크리에이터가 확보할 수 있는 범위는 딱 그 정도다. 가입자 100만 명이면 대략 5를 곱하는 5백만 명 정도가 콘텐츠를 시청하는 인원이라고 가정하고, 다시 이 중에서 1%가 실제 구매로 연결된다고 계산하면 1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의 구매 파워는 5만 명 정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V-커머스는 광고나 홍보를 대행해 주는 수단으로도 제한적이다. 한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크리에이터들이 연대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V-커머스란 용어가 제대로 시장 내에 안착하기도 전에 2016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콘텐츠 마케팅이란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제품의 기획 및 홍보 등을 콘텐츠를 핵심으로 놓고 디자인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V-커머스가 제품을 만든 사업자가 자신의 상품을 제대로 홍보해 주기 위해서 동영상 제작을 의뢰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제품 생산 단계 이전부터 콘텐츠 사업자와 논의를 거쳐 제품의 콘셉트와 홍보 방향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다.

조영신(2016. 12)


이는 MCN이 담당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뷰티와 결합하고, 패션과 결합하고, 음식과 결합하고 요리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장된다. 일부 영역에서는 MCN 사업자나 크리에이터가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데 관여하거나 아예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로 진화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래서 2017년 MCN 시장은 V-커머스로 상징되는 광고 에이전시에서 본격적으로 콘텐츠 마케팅 사업자로 진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4. 새로움의 도전: 메신저의 진화


스마트폰 도입 이후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서비스는 메신저(Messenger)다. 그러나 상당 기간 동안 시장 내에서 조망 받지는 못했다. 메신저가 사업영역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은 시점은 2012년도였다. 전 세계에 페이스북(facebook) 등의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SNS 서비스에 가입자 수가 굉장히 증가했다. 그런데 SNS 서비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메신저 앱단순히 이용자 숫자가 많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뜨내기손님이 많아지면 관리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이용자도 많고, 이용 횟수도 많다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도이치뱅크의 자료에 의하면,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을 하루에 15회 정도 열어보는데 메신저 앱은 25에서 30회 정도를 이용한다. 결국 메시저 앱이 SNS 서비스에 비해 이용자의 숫자도 그리고 이용량도 많다. 그러나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라인과 카카오톡과 같은 국내 메신저 서비스도 예외가 아니다. 여러 부가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앵커 서비스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자체가 독립된 수익 사업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2016년 하반기 라인과 카카오톡은 미디어에 눈을 돌렸다. 메신저 그 자체가 수익 구조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 범용성을 무기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미디어로 전환해서 광고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당한 콘텐츠 대가를 준다면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경쟁 플랫폼 사업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위쳇과 동일하다. 위쳇은 핵심 콘텐츠와 트래픽을 연계하면서 광고 사업을 확대했고, 그 결과 텐센트의 성장 동력이 되었고 실리콘 밸리도 주목하는 서비스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를 카카오 등 메신저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채택해서 확대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라인이 타임라인을 기반으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야후 재팬과 페이스북의 영역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시작한 네이버 ‘모바일판’과 ‘마이피드’ 등이, 카카오의 ‘카카오채널’과 ‘뉴플러스 친구’가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무기로 영역을 확장한다. 콘텐츠 유통을 통한 광고 사업으로 확장하는 그림은 조만간 다시 커머스 기능과 연계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이 지상파 방송 등 콘텐츠 사업자들의 디지털 확장 전략과 맞물린다. 전통 영역에서 나오려고 하는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담을 그릇을 창안하고 디자인하기보다는 손쉽게 기존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5. AI에 기반한 새로운 융합시장 등장


2015년 아마존 에코가 시장에 소리 소문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을 기본으로 해서 음성 인식 기반 대화형 UI로 무장한 기기였다. 이런 저런 기능이 하나둘씩 보태어지더니 2016년 현재 7백만 대 이상 팔린 대표적 기기로 성장했고, 2017년도에는 1천만대 이상으로 판매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지금도 매주 10여개의 기능이 덧붙여지면서 일상생활의 핫 아이템으로 성장했다. 아마존 에코 소유주가 약 10% 정도 상거래를 더 활발하게 한다는 보고도 있는 상황이라서 아마존 입장에서는 더 많은 에코 판매에 열을 낼 유인이 충분하다.


실제로 아마존은 에코의 보급형으로 에코 닷(Echo Dot)을 출시했다. 덧붙여 아마존은 에코의 UI/UX이기도 한 인공지능 알렉사(Alexa)를 범용으로 풀었다. 누구든 알렉사를 쓰고 싶다면 일정한 프로토콜을 확보하면 이용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업자인 페블(Pebble)은 스마트워치에 알렉사를 장착했고, 미국에 시판되는 제너시스로 알렉스를 채택했다. 2017년 상반기에는 스크린이 장착된 에코 시리즈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스마트 스피커였기 때문에 음악이 최적의 미디어 상품이었다면 스크린이 장착된 에코에는 영상 미디어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도 유사한 서비스인 구글 홈을 출시했다. 사실상 작동방식은 같다. UI/UX로 음성을 활용했고, 구글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장착했다. 여기에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졌다. 구글 캘린더와 연동하고, 스마트폰의 위치추적 정보등과 결합되면 훨씬 개인친화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마존이 에코로 수익모델을 만들어 낸 것에 비해서 구글홈은 아직까지 수익모델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용자의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할 수는 있지만 기존의 검색 기반 광고 수익 모델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마존은 에코의 확대를 통해서 커머스 수익이 확대되는 직접적인 효과를 경험하고 있지만, 구글 홈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두 사업자의 전략의 방향이 흥미롭다. 결국 구글 홈도 에코와 유사한 커머스로 진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는 있으나 실제 커머스사업자가 아닌 구글로서는 기존의 배송 서비스에 보여주었듯이 아마존에 대적하고자 하는 사업자를 물색해서 연대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어떤 커머스 사업자가 구글과 손을 잡을지를 예측해 보는 것도 2017년 이 시장을 읽는 재미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0월 아마존 에코와 유사한 서비스인 누구(NUGU)가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다. 아마존 에코가 음악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미디어 시장에 문을

열었듯이, <누구>도 일단 멜론과 연계를 했고, 최근에는 온라인 주문이나 뉴스 브리핑 서비스도 붙였다. 에코의 초기 진행 속도보다는 빠르다. 에코나 누구는 모두 보이스를 UI/UX로 채택했고, AI(인공지능)가 내장되어 있다. 즉 AI기반의 첫 서비스인 셈이다.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지속적으로 서비스 확장에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업자들이 이 상황을 관망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에코가 문을 연 시장을 구글 홈이나 애플 시리가 따라갔었던 것처럼 한국은 2016년 10월에 출시한 누구를 따라서 관련 통신사나 네이버 등이 2017년 유사 서비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시장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업자가 유사한 서비스로 경쟁을 하던 시장에서 구글이 단순한 검색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했던 과정을

지켜보았다면 이 시장에서의 관문인 호칭(call name)이 중요한 경쟁 지점으로 등장할 수 있다. ‘누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콜네임으로 ‘아리아’나 ‘레베카’와 같은 이름을 사용해서 친화도를 높였듯이 다른 사업자들도 이들 콜네임 경쟁에 진입할 것이다. 특히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인 ‘아미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누구’와 유사한 기기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일단 기기와 콜네임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그 기기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진다. 기기의 사용빈도를 높여야 인공지능의 지능도 향상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결국 에코처럼 ‘미디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자사의 포털과의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사업자를 포섭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고, 개별 통신사업자나 여타 사업자들 역시 이 생태계 경쟁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한 패쇄적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한국 시장에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1차로 디바이스를 통한 시장 진입과 2차로 진입한 시장에서 생태계 경쟁이 일어나는 2017년이 될 것이다.


덧붙여 4차 산업혁명이란 담론과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디지털로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미디어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2017년에는 AI 기반 미디어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첫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6. 온라인 영역에서 실시간의 대세화


‘미국 시장’이란 단서를 붙인다면 2017년은 모바일 실시간 라이브가 대세로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는 페이스북 등 일종의 미디어 주류 시장이 아니라 주변 시장을 중심으로 실시간 방송을 하는 움직임이었다. 2015년 페리스코프와 미어캣 간의 경쟁으로 촉발된 실시간 방송시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이를 수용하면서 한 단계 진전했고, 2016년도에는 유튜브 등이 다시 이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이 모든 시장은 일종의 UCC/UGC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가볍게 서로 편하게 개인용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정도였다면, 2017년도에는 주류 시장을 중심으로 실시간 방송전(戰)이 벌어질 움직임이다.


당장 AT&T는 100여개의 채널로 무장한 디렉TV 나우(DirecTV Now)란 OTT를 출시하면서 기본 서비스로 실시간 서비스를 수용했다. 그동안 유료 방송시장 및 미국의 레거시(Legacy) 시장이 TV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저해 왔던 것에서 완전히 탈피한 그림이다. 훌루(Hulu)와 뷰(Vue) 등도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할 움직이고, CBS나 ESPN 등도 실시간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OTT 서비스를 기 출시했거나 출시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더 이상 케이블 등 유료 방송 서비스에 의존하기보다는 OTT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 훨씬 나은 이득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이런 여파가 그리 크게 다가올 것 같지는 않다. 모바일 라이브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의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는 보이지만 산업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시장은 이미 실시간 라이브가 자연스러운 시장이다. 일부 전통의 미디어 사업자가 페이스북 등을 실시간 라이브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이는 뉴스등의 일부 장르에 국한될 예정이다. 페이스북 등 SNS가 좀 더 실시간을 강하게 푸시할 여력은 있겠지만 콘텐츠 사업자입장에서는 이미 pooq 등에서 실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글로벌 트렌드와는 간극이 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실시간 방송이 OTT를 통해서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방송시장 트렌드가 일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반면에 콘텐츠 저작권과 관련해서 미디어 사업자와 페이스북 등 사업자와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커졌다.


7. 방송의 독립성


방송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공공 섹터를 중심으로 방송의 독립성 문제와 거버넌스(Governance)가 2017년 방송계를 움직일 또 하나의 키워드다. 최근 5~6년 사이에 급속도로 보수화되는 사회에서 방송 저널리즘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시각과 유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옮음(PC: Political Correctness)을 지향하기보다는 권력자의 지시와 분위기에 순응하는 현상들이 공영 방송군을 지탱하는 핵심 아젠다가 되어 왔다.


촛불 집회에서 공영 사업자를 밀어내고 민간 기업들이 그 위치를 점유하는 상황 등이 반복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도 하반기 국내 정세와 국민적 분위기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 온 국민이 체감하고 비판하기 시작한 셈이다. 결국 산업으로서의 방송 이전에 이념과 실천으로서의 방송의 존립 근거에 대해 본원적이고 근원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방송의 독립성 문제가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고, 이와 연동해서 규제 기구의 거버넌스 문제도 필연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8. 짧은 마감


시장은 연속적이면서 불연속적이다. 시장의 속성은 연속성을 가져가려고 하겠지만, 통제하지 못하는 외생변수와 내생변수의 돌발적 부상으로 인해서 연속성이 깨지기도 한다. 특히 1년이란 기간을 예상하는 대목에서는 이런 돌발적 변수의 출현으로 시장을 정확히 예상하긴 힘들다.


다만 중장기적인 연속성의 염두에서 보면 2017년도 한해에 일상적이지 않은 특이한 상황들이 보이기는 한다. 이 맥락에서 보면 2017년은 ‘한계 극복’이 큰 트렌드일 것이다. 레거시는 광고 수익 하락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고, MCN은 개선되지 않은 미디어 수익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메신저는 그동안 자신들의 닫힌 사업모델을 극복해야 하는 시점이고, 누구 등은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고 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2017년 한계 극복을 목표로 협력을 수단으로 내세우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미디어와 교육>(2016. 12)에 게재된 글을 EBS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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