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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May 28. 2017

2017 미국 MCN 시장의 키워드

혼용의 시대,  점점 Legacy의 문법을 차용하는 MCN 사업자들


하루가 다르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분위기가 다르다. 확 달아올랐다가도 푹 하고 주저앉는다. 어제 만난 사람의 전망과 오늘 만난 사람의 평가가 다르다. 더구나 한 기업의 전략적 변화가 다른 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2014년을 기점으로 MCN 시장의 문법이 급속하게 바뀌었다. 


정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형 MCN 사업자들은 모두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품으로 들어갔고, 이에 따라 MCN 사업자들의 모양새와 전략도 달라졌다. 2014년에는 MCN의 고유 문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198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혹은 Z세대(1995년 이후에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MCN을 읽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시장에 대한 해석은 창발적이고 창의적이며 가변적이다. 그러기에 이 시장을 포괄적이고 단선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보다 몇 개의 키워드를 뽑아서 이해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일 수 있다. 


1. 레거시(Legacy)의 품에 안긴 MCN 사업자의 전략 변화


2014년은 MCN을 세상에 알린 기점이다. 2010년부터 조금씩 이름을 드러내던 MCN 사업자들이 시장의 평가를 받고, 대형 레거시 사업자들이 시장가치에 따라 MCN을 인수합병 했던 시기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메이커스튜디오(Maker Studio)였다. 이마케터(eMartker)의 분석에 따르면 채널 등 여러 가지 지표에서 메이커스튜디오는 1위 MCN 사업자였다. 이 업체를 디즈니(Disney)가 인수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인수합병의 거래 조건이다. 무인도에 낙오되어도 모래사장에 미키 마우스를 그리면 (그 그림을 지우라고) 디즈니가 찾아와서 생존할 수 있다는 유머 아닌 유머가 연상되는 디즈니다. 자신의 저작물을 철저히 관리하고, 콘텐츠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그 디즈니다. 그런 디즈니가 MCN을 인수할 때 내세운 조건은 우선 5억 달러, 그리고 쌍방이 합의한 실적을 거두면 추가적으로 4억 5,0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합의한 2년이 지난 후에 디즈니가 메이커스튜디오에 최종 지급한 금액은 1억 7,500만 달러였다. 2014년에 총 9억 5,000만 달러의 거래로 알려졌던 인수가 실제로는 6억 7,500만 달러의 거래로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해석지점이 나누어진다. 시장을 보는 시각에 따라 MCN 사업의 사업적 성과가 기대 이하라고 평가하는 측과, MCN 인수 금액이 약 7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는 측으로 구분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디즈니는 후자보다는 전자의 입장이 강한 듯하다. 거래가 종결된 후 디즈니는 바로 메이커스튜디오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6년 일부 스태프를 정리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2017년 메이커스튜디오가 포함된 디지털 부서의 인원 80명을 또 정리했다. 그리고 메이커스튜디오를 기존 방식인 독립적인 MCN 사업으로 존치시키기보다는, 디즈니 상품(merchandise)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메이커스튜디오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독립적인 사업으로는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일 수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광고 등의 사업모델에 대해서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비록 메이커스튜디오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전된 수익 모델을 선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콘텐츠 제왕인 디즈니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창의적인 집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디즈니는 구조적이고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되는 방식을 선호한다. 지나치게 창발적인 MCN 사업이 낯설어 보였을 수도 있다. 디즈니는 가장 먼저 MCN 사업자를 인수한 대형 레거시 사업자지만, 인수한 후에는 이 시장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 시장 전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2016년 12월 17일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는 머시니마(Machinima)를 인수했다. 머시니마는 게임 전문 MCN이란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로서, 전세계적으로 1,200만 명의 유튜브(YouTube) 구독자와 2,200만 명 이상의 트위치(Twitch)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MCN이다. 소위 MCN 업계의 4대 천왕 중 유일하게 2014~15년 인수합병 물결 속에서도 쉽사리 매각을 단행하지 않았던 사업자다. 그런 기업을 워너브라더스가 인수했다. 모든 인수합병은 희망이란 조건위에서 건설된다. 워너브라더스는 머시니마의 핵심 소비층인 10~30대 남성 고객을 확보하고, 게임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디즈니는 메이커스튜디오의 활용도를 재점검하고 있지만, 워너브라더스의 머시니마 인수는 레거시가 여전히 새로운 유형의 MCN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워너브라더스는 단순한 콘텐츠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이제 AT&T의 핵심 자산 중 하나다. AT&T가 854억 달러를 지불하고 타임워너를 인수함으로써 워너브라더스는 단순히 영상을 제작하고 배급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통신, IPTV, 방송 콘텐츠를 모두 소유한 대표적인 미디어 복합 기업의 일부가 됐다. 머시니마의 활용도가 단순히 게임 네트워크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규제 당국이 AT&T와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을 승인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긴 하다. 


진입 방정식에도 차이가 있다. 디즈니는 급했다. 메이커스튜디오를 당장 인수하고자 했다. 반면에 워너브라더스는 머시니마의 핵심 투자자로 시작했다. 투자액은 총 3,600만 달러였다. 이 투자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이 이번 인수합병으로 이어진 셈이다. 디즈니는 야심차게 인수를 했으나, 그 성과에 만족하지 못해 인수 대금을 낮추었다면, 워너브라더스는 작게 투자한 뒤, 그 가치를 이해한 뒤 인수합병까지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Brian Robin, CEO of Awesomeness TV

버라이즌(Verizon)이 어썸니스TV(AwesomenessTV)의 지분 24.5%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흥미롭다. 어썸니스TV도 미국의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MCN 사업자 중 하나다. MCN 인수합병의 첫 단추였다. 2013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DreamWorks Animation)이 3,300만 달러의 규모로 인수했다. 드림웍스가 어썸니스TV의 지분 51%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2014년 허스트(Hearst)가 24.5%의 지분을 확보했다. 2016년 4월 버라이즌도 어썸니스TV의 지분 24.5%를 약 1억 5,9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어썸니스TV의 최대주주는 곧 바뀌었다. NBC 유니버설(NBC Universal)이 38억 달러에 드림웍스를 인수한 것이다. 결국 현재 어썸니스TV의 지분 구조는 NBC 51%, 버라이즌 24.5%, 허스트 24.5%인 셈이다. 이 구조는 어썸니스TV의 성격을 재규정했다. 대표적 MCN 사업자였던 어썸니스TV가 이제 종합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자리매김을 선언한 것이다. 인수 당시 어썸니스TV CEO인 브라이언 로빈스(Brian Robins)는 어썸니스TV를 넷플릭스(Netflix), HBO와 같은 영역에 있는 사업자로 규정했다. 더 이상 MCN 사업자로 머물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대신 기존 레거시 사업자와는 선을 그었다. 어썸니스TV의 장점을 내세워,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종합 콘텐츠 사업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10대를 위한 영화도 제작하고, 10대를 위한 방송 콘텐츠도 만들고, 10대를 위한 출판사업도 하는 사업자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10대를 위한 MCN 사업‘도’ 하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MCN‘만’하는 사업자였다면, 레거시 사업자의 품안에 들어간 이제는 MCN‘도’ 하는 사업자가 된 것이다. 


MCN 사업자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규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 TV가 되고 싶은 유튜브(YouTube)와 유튜브와 결별하려는 MCN


. TV로 가는 유튜브


2017년 4월, TV가 되고 싶었던 유튜브가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레거시 콘텐츠를 패키지화해서 월 35달러의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 등 미국 5개 도시부터 시작했으며, ABC, CBS, FOX, NBC 등 50개 이상의 채널이 제공되고, N-스크린(N-Screen)은 기본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유튜브 레드 오리지널(YouTube Red Original은 덤이다. 클라우드 DVR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되어서 이용자들은 저장 용량을 고민하지 않고 어디서든 녹화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스마트TV 시절부터 유튜브는 거실 시장을 동경해왔다. 구글TV나 안드로이드TV를 만들던 시절을 우리는 기억한다. 하지만 UCC, UGC와 같은 콘텐츠만을 가지고 거실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무리였다. 소니 등 전자업체와 손을 잡고 시작한 구글 TV는 시장의 냉한 평가를 받았다. 접근 방식을 변경했다. 무거운 전략을 버리고, 크롬캐스트(Chromecast)란 가벼운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크롬캐스트 자체는 제법 괜찮은 판매대수를 기록했지만, 유튜브의 거실 시장 진입이란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Paid Content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고객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거실은 거실만의 문법이 있었다. 그 문법을 채택한 것이 이번 35불 콘텐츠 패키지다. 온라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레거시 콘텐츠로 무장해 좀 더 TV-like한 서비스로 모습을 바꾸었다. 


유튜브가 TV를 닮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은 적어도 MCN 사업자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MCN으로 알려진 신세대 미디어 콘텐츠는 유튜브 생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작이 유튜브였고, 이용자 규모 등에서 유튜브를 능가하는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아 선택 옵션이 별로 없었던 탓이다. ‘베젤(Vessel)’등이 유료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상징적인 의미 이상으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버라이존은 GO90를 선보였지만, 그 역시도 유튜브에 견줄 바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는 갈수록 TV 친화적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이 머무는 곳의 주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쳐다보는 상황에서 MCN 사업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 MCN의 자체 플랫폼화


그래서 등장한 몇 가지 옵션중의 하나가 바로 자체 플랫폼화다. 풀스크린(FullScreen)이 대표적이다. 2016년 4월 풀스크린은 가입자 주문형 영상 서비스를 출시했다. 풀스크린은 모바일 웹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 그리고 크롬캐스트도 지원해서 접근성을 높였다. 월 구독료는 4.99 달러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그다지 좋지는 않다. 아니, 냉담했다. 유튜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감을 확인한 것 외에 소득이 없다. 


비보(Vevo)도 마찬가지다. 비보는 소니뮤직과 유니버설뮤직이 뮤직비디오에 특화시켜 2009년 12월 설립했다. 유튜브 내의 최고 인기 채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등 대표적인 MCN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비보도 별도의 버티컬 서비스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비보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역시 유튜브 의존도를 줄여보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모든 시도는 아쉽게도 시장에서 의미있고 독립적인 사업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다만, 주어진 조건에서 다른 MCN 사업자 대비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은 했다. MCN 사업자간 차별화 경쟁의 일환으로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3. 인플루언스 마케팅(Influence Marketing)

     

MCN들은 나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이 맥락의 연장선에서 미국 MCN 시장에서도 조심스럽게 인플루언스 마케팅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Famebit

2016년 10월 11일 상징적인 시도가 있었다. 구글이 디지털 마케팅회사 페임비트(Famebit)를 인수했다.  페임비트는 온라인상의 ‘인플루언서’, ‘1인 크리에이터’ 또는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보유한‘MCN 기업’과 콘텐츠 제작을 원하는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사업자다. 구글이 MCN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공해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소박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2014년 6월에 설립된 페임비트는 단기간에 성장해서 2015년 5월에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리페임(REFAME)을 인수했다. 리페임은 짧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스냅챗(Snapchat), 인스타그램(Instagram), 바인(Vine) 등을 통해 홍보하던 회사로, 리페임 인수를 통해 페임비트는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페임비트를 통해 구글은 이른바 스폰서십이나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만들어주겠다는 의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광고 영업을 시작하면서 소위 여타 광고 사업자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구글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연결해 주기 시작하면, 그동안 직접 연결을 통해 수익 비율을 높여왔던 MCN 사업자의 역량이나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 1인 크리에이터라면 굳이 MCN과 손을 잡지 않고 독자적인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구글, 유튜브, 그리고 1인 크리에이터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MCN 사업자로서는 마냥 좋아할 수 많은 소식이다. 다만 구글의 참여로 인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광고 이외의 수익 모델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강하다는 것이다. 브랜드들도 광고 대비 효과를 찾아 인플루언서를 찾기 시작했다. 구글의 입장에서도 광고만으로 MCN 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새로운 수익 방정식을 만들어 주기 위한 고민의 일환일 것이다. 유튜브의 TV화가 진행되면서 생긴 공백을 신규 사업자들이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덤비고 있는 상황에서 MCN들과의 결속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유튜브 스타와 브랜드를 연결시켜주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MCN 사업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이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2016년 AT&T는 MCN 사업자인 풀스크린과 함께 소셜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인 헬로 랩(Hello Lab)을 발표했다. 헬로 랩은 10여명의 유튜브 스타가 직접 비디오, 팟캐스트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1년 계획의 단기 프로젝트였으나, 2017년에 들어와서도 지속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만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해서는 기대치가 높다는 이야기다. 


유명인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도 MCN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가스펠 가수인 에리카 캠벨(Erica Campbell)은 자기 이름을 내건 가발(wig) 상품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가발 및 모발 연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다. 미국 여성들은 40달러 수준의 저렴한 인조 모발부터 700달러 이상의 천연 모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가발 및 모발 연장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모발 시장은 제법 큰 시장 규모에 비해 영세 사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밀집되어 있어, 제품의 품질 보장이 불확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명도를 가지고 있고 신뢰할 만한 인물이 진입했으니 단기간에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결국 신뢰의 문제고, 신뢰를 확보한 유명인이 마케터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유튜브의 인플루언스 마케팅이 시대적 추세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튜브 스타들도 캠벨과 유사한 유명인 마케팅 전략을 사용할 수 있고, 기성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너 하트(Hannah Hart)는 음주를 하며 요리를 하는 ‘My Drunk Kitchen’ 시리즈를 업로드했다. 이것은 일종의 푸드 마케팅(food marketing)으로 볼 수 있다.


4. 잠재된 공포


시장에 대한 공포는 유튜버에 집중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지명도나 유명세의 관점에서 보면 소위 연예인(Celebrity)의 수준이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유튜버들은 지나치게 자유로워서 공인 의식이 부족하다. 시장이 천천히 달아올랐으면, 일련의 시장 형성 과정에서 다듬어지고 정리될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은 시장도, 유튜버도 시장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일부 BJ들이 돌발적인 발언이나 사회 통념 및 상식에 반하는 발언, 혹은 용납되지 못하는 발언 등을 해서 무리를 일으킨 경우가 있다. 통제되고 규율된 조직이 아닌 일반인들이기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이 잦아지기 시작하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하락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해당 서비스의 이용도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 MCN 사업자들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퓨디파이(PewDiePie)다. 2016년 8월부터 퓨디파이는 히틀러․나치 이미지나 영상들이 포함된 9개의 개그 영상을 게재했었다. 2017년 1월에는 농담이긴 하지만 ‘모든 유대인들에게 죽음을’이라는 메시지를 든 화면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 배우를 고용하겠다고 프리랜서 배우 사이트에 공모를 내기도 했고, 이를 통해 제작된 결과물에 대해서는 ‘진짜 이걸 만들 줄 몰랐다’는 식의 발언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영상에 출연한 배우들은 소속 프리랜서 사이트에서 퇴출당했고, 퓨디파이는 이들의 잘못은 없다며 복귀시켜 달라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1월 22일에는 예수님을 재현하는 이스라엘의 프리랜서 배우가 “안녕하세요. 예수입니다. 히틀러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그는 그냥 하나님을 따르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는 이제 하느님과 같이 천국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영상을 또 올렸다. 그리고 이에 대해 퓨디파이는 “내가 이 사람보고 이런 말을 하라고 했던 게 아니에요. 아니!! 내가 그러라고 했나”라며 농담처럼 취급했지만, 일은 더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해당 영상에 대해서 퓨디파이의 의견을 요청했고, 결국 퓨디파이는 논쟁이 되었던 3개의 영상을 지우는 것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인종주의, 반유대주의에 앞장섰다는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메이커스튜디오는 퓨디파이의 퇴출을 결정했다. 유튜브는 퓨디파이를 내세운 유튜브 레드 오리지널 시리즈인 ‘Scare PewDiePie 2’출시를 취소하고, 퓨디파이 채널의 광고 노출을 차단했다.

퓨디파이는 이 같은 사태에 대응하는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농담이 지나쳤으며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이 사례를 주류 미디어와 신규 미디어간 주도권 경쟁으로 포장하고자 했다. 자신의 발언을 보도해 이슈화한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주류 미디어가 유튜브를 근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신을 개인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류 미디어가 유튜브 스타를 혐오하고 있으며, 인터넷상의 콘텐츠 창작자들의 성장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자신과 같은 유튜브 스타들에 대해서 적대적인 보도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상당수의 유튜버들이 동조하기도 했다. <포브스(Forbes)>는 보다 직설적으로, 퓨디파이의 예를 들어“인플루언서가 위험하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인터넷 태생의 스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 또한 TV, 영화 등 주류 미디어 태생의 스타들 못지않게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갖추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이는 산업적으로 보면 MCN 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스타들에 대한 관리․감독 및 교육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퓨디파이 문제로 메이커스튜디오는 퓨디파이와 진행하려고 했던 게임 전문 채널도 포기했고, 메이커스튜디오를 인수했을 때 고려 대상이었던 핵심 유튜브 스타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5. 미국 MCN의 글로벌 시장 진출


세계로 나간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다. 온라인의 모든 사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이다. 인위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이상 온라인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에 있는 모든 사업자들에게 글로벌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것이다. 언어를 준비하고 UI/UX를 개선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나간다는 표현을 쓴다면 그것은 물리적으로 움직인다는 말이고, 국가별로 콘텐츠의 구성 등을 차별화하겠다는 말이 된다. 바로 그 작업을 미국의 MCN 사업자들이 하기 시작했다. 30년전 등장했던 콘텐츠의 localization이 미국 MCN 사업자들이 외치는 글로벌화다. 


여러 움직임이 있지만 가시적인 그림으로는 어썸니스TV가 유튜브 내에 어썸니스TV UK 채널을 개설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2016년 1월부터 한 달 동안 준비해서 2월에 개통한 이 채널은 매일 업데이트 되는 것이 특징이다. 요일별로 올라오는 콘텐츠의 성격도 다르다. DIY, 뷰티, 엔터테인먼트, 코미디, 요리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업로드될 예정이다. 어썸니스TV UK의 콘텐츠들은 10대들의 팝 문화, 패션, 스타일 등을 이해하고 있는 영국의 유튜버가 호스트로 출연한다. 해너 위튼(Hannah Witton), 에밀리 캐넘(Emily Canham) 등이 참여하며 이들은 각각 유튜브 구독자 수 10만 이상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다.  


미국 국내 시장만을 보지 않고 다른 시장에 어울리는 크리에이터와의 관계를 맺겠다는 이야기다. 규모를 키워서 낮은 수익성을 보완하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2016년부터 이야기했던 MPP 이야기도 결국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튀어나온 발상이다. 역설적으로 글로벌로 가겠다는 표현이나, MPP를 하겠다는 말은 현재는 수익성이 너무 낮다는 것을 인정하는 다른 선언인 셈이다. 


이제 정리를 해 보자. 시장은 요동친다. 여전히 레거시 사업자들은 MCN의 가능성에 의미를 두고는 있지만, 그 자체로 독립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이다. 유튜브조차도 기존 UGC, UCC 시장에서 벗어나 레거시 방송사업화를 추구하고 있고, MCN 사업자들도 유튜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독자적인 플랫폼 영업을 상상하기 시작하는 한편, 기존의 광고 영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산업. 이것이 현재 미국의 MCN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그래서 그들은 조직화한다. 

반면에 우린 파편화되고 있다. 



위 글은 <방송통신 심의동향> Vol. 14(2017. 5)에 게재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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