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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Sep 01. 2017

글로벌로 향하는 SBS의  몇가지 실험

: 김혁 센터장에게 묻다

고민에도 흔적이 있다. 흔적은 자국을 남긴다. 흔해빠진 고민은 ‘주저리’다.
자신의 고민을 체계화시키지 않고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주워 담을 수 있는 말과 그렇지 못할 말을 분별하지못한다.  제대로 된 고민은 생각을 체계화시킨다. 할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한다.
김혁 센터장은 구분했고, 나누었다. (이 인터뷰의 PDF 파일은 <방송트렌드 & 인사이트>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일단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TV 단말기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해요. 푹(pooq)과 모비딕(Mobidic)은 이 맥락의 사업이죠. 다른 한편으로는 도달 범위를 넓혀야죠.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황이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운명과도 같은거예요.”

당연한 선택이다.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비밀도 아니다. 물론 착시가 있긴 하다. TV 광고 시장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물가 인상폭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지속 상승 중이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의 수익이 감소했다는 것은 여타 종편과 CJ E&M과 같은 경쟁사업자가 물량을 가지고 갔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장 내에 경쟁사업자가 늘어났으니, 과거와 같은 영광을 기대하긴 어렵다. 선택을 해야 한다.


다만, 사업이 타이밍이라고 한다면 가시적인 해외 진출이 2016년과 2017년에 몰려 있느냐는 질문은 가능하다.


“철저하게 중국 때문이에요. 이렇다 저렇다 말은 많았지만, 중국 시장은 수백억 원의 콘텐츠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었죠. 그런데 급작스럽게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졌어요. 국내 시장 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로그램 제작비용은 상승했는데, 거대한 수익원 하나가 사라져 버렸으니 방법이 없는 거죠. 대체 수익원을 만들어야만 오늘 먹고 살 수 있어요. 그렇다면 선택은 해외 시장 밖에 없죠. 중국 시장이 있을 때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던 시장이, 중국 시장이 닫히자 커져 보이기 시작한거예요.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살펴보고 진입 기회를 찾아야 하는 거죠.”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 공통의 문제다. 스스로 나가지 못하는 사업자들은 넷플릭스(Netflix)에콘텐츠 대가를 받고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처음에는 완강했던 jtbc나 tvN 등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유다. SBS는 플랫폼에 손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jtbc나 tvN보다는 가격 협상력이 우위에 있지만 선택하지 않았다. 단기적으론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결국 넷플릭스(Netflix)를 키워주는 셈이라는 판단이다. 유튜브(YouTube)조차도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직접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어떻게 진출할 것이냐?


“국가별로 특성이 명확해요. 그런 시장을 같은 모델로 진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죠. 예를 들면 어떤 시장은 유료가 가능한 시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시장이 있죠. 어떤 시장은 광고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안 되고, 어떤 시장은 경쟁사업자가 너무 많아서 힘들기도 하죠. 어떤 시장은 유료도 안되고 광고도 안 먹힐 것 같기도 해요. 따라서 이에 맞는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해요.”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방송이 국가별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건 교과서다.그럼에도 운영비용 등 투입 변수를 고민하게 되면 단일 모델로 가되, 부분적으로 현지화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넷플릭스가 그렇다. 그런데 아예 국가별로 다른 전략을 택했다고 한다면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와 구체적인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시장의 구획 정리가 필요해요.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동남아 시장, 그리고 상대적으로 단일 언어권인 북미와 유럽 시장, 그리고 잠재적 시장으로 중동과 남미를 들 수 있어요. 중동과 남미 시장은 간헐적으로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나오기는 하는데 항상성이 없으니 일단 제외하죠.

동남아 시장과 북미 시장이 거점 지역이라고 할 수 있죠. 근데 조금 들여다보면 시장이 확연히 달라요. 미주 시장은 어느 정도 콘텐츠 유통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니 유료 서비스로 갈 수도 있고, OTT(OverThe Top)를 활용할 수 있죠.

그러니 코코와(KOCOWA) 같은 모델이 성립될 수 있어요. 동남아 시장은 일단 단일 시장이 아니더군요. 국가별로 다른 전략이 필요해요.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가격 수용도 등 다른 점이 더 많았어요. 단일 가격이나 단일 모델로 접근하기가 애매하죠.”


거대 사업자인 넷플릭스나 아이플릭스(Iflix) 등은 모두 단일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반면 SBS는시장별 상황에 맞게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듯 했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동남아시아의 방송시장은 화교가 장악하고 있어요. 굉장히 상업적이에요. 방송시간을 재판매할 수도 있어요. 이른바 블록딜(block deal)2)인데, 6~8시까지 2시간의 방송 시간을 수십억에 판매할 수도 있는 시장이에요. 그러니 동남아 시장을 놓고 전 세계 방송 사업자들이 다 ‘간’을 보고 있죠.인도네시아 시장만하더라도 1~3위 사업자들의 영업 이익률이 40~45%가 돼요.

아직 케이블TV시장 성장 전이고, 날은 더워서 TV 시청 시간이 하루 평균 6~7시간이나 되죠. 주도권이 자국 사업자에게 있어요. 그냥 해당국의 사업자에게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 말고 채널 사업을 한다거나 프로그램을 유통한다거나 해서 수익을 거두는 것이 쉽지 않겠다 싶었죠.

그렇다면 일종의 콘텐츠를 이용한 수익화는 어떨까하고 생각해봤어요. 우리에겐 아직 ‘한류’라는 원동력이 있고 한류 ‘팬’과 그들이관심을 가질 ‘상품’, 이 3가지를 잘 디자인하면 수익이 발생할수 있는 구조로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커머스(Commerce)다. 콘텐츠‘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사라졌다. 제작비는 증가했지만,콘텐츠에 대한 지불 비용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대체 가능한 것들이 너무 넘치는 탓이다.그래서 콘텐츠‘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독보적’인 콘텐츠로 유료서비스를 지향하기도 한다.


단, 이때의 독보성은 ‘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는데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넷플릭스가 유료일 수 있는 건 60억 달러나 되는 제작비용의 힘이고, 뉴욕타임스가 유료인 건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그들만의 시각으로 기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단 몇 개의 유료 서비스가 선택되고 나면 나머지는 무료 시장에서의 경쟁이다. 문제는 방송사업자인 SBS가 수익화에 대한 경험치가 낮다는데 있다. 뭔가 특별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실험이죠.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우린 실험이라고 말해요. ‘확실한 건 없지만 그 가능성을 두고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이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맞춤형 실험’을 하는 거죠. 일명 베트남식 실험과 인도네시아식 실험을 말이죠.”


험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실험을 이야기한다.솔깃해졌다. 의자를 당기고 허리를 폈다.


“우리끼리는 베트남식 모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일단 유명 시간대를 차고 들어갔어요. 공동제작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가 제작을 전담하고 상대는 시간대를 주었죠. 수익화에 적당한 프로그램을고민하다가 (SBS)가 떠올랐죠. 이 프로그램을 베트남에서는 로 이름을 바꾸어서 진입했어요.베트남의 경제 수준이 대략 1인당  4,000~5,000달러(GDP 기준) 정도예요. 딱 결혼, 출산, 육아이 세 가지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점이죠. 더구나 베트남도 우리식의 유교 문화권이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러니 유아용 프로그램으로 접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일단 시즌 1이 끝난 상태인데, 동시간대 1위를 하긴 했어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았죠. 물론 돈은 10원도 벌지 못한 상태이긴 해요. 제작비, 협찬, 광고, 편성비 등을 모두 감안하면 손해를 보지 않은 게 어딘가 싶죠.”



커머스를 하겠다고 했다. 동시간대 1위도 했다. 그런데 돈은 10원도 벌지 못했다? 그런데 표정은 밝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당장 간접광고(PPL)나 협찬광고를 넣어도 제법 괜찮은 수익을거둘 수 있었을 텐데, 무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씩 웃는 표정에서 뭔가 있는 것 같았다. 이건 장기포석이다.

“시즌 1에서는 수익화를 ‘못’한 게 아니고 ‘안’ 했죠. 노골적으로 가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제품군이 어떤 가격대에 들어가면 좋을지를 파악하는 정도의 실험은 했어요. 반응을보았죠.

현지 GS와 파트너를 맺었는데, 방송 끝난 후에 콜센터의 반응을 확인했었거든요.시즌 1을 보니 수익화가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게 소득이라면 소득이죠. 시즌 2에서는 편성 편수도 확대하고 제작비도 올렸어요. 조금 달려 봐도 되겠다 싶었죠.

최종 목표는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라는 이름의 육아용품 체인 프랜차이즈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신뢰도확보가 프로그램의 우선 목표죠. 최소한 제작비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제한적인 의미에서 협찬은 필요하지만, 그 이상을 벗어나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죠.”


베트남 시장에 프로그램을 매개로 한 ‘유아용품’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다. 아마존 등이 수익화를위해서 미디어를 활용했다면, 미디어를 활용해서 수익화를 하겠다는 방향성이다. 그렇다고 무모하진않다. 직접 소매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하는 정도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거칠게 정리하면 베트남 식은 프로그램을 활용한 모델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는 베트남 식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어요. 환경이나 조건이 베트남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거든요.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진입시키는 비용이 너무 비쌌어요. 베트남 시장은 감당할 만한 편성료였지만,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많은 만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라서 우리로서는 감당하기어려운 규모였어요.

 2시간 방송을 하겠다고 수십억 원을 지불하고 프로그램을 진입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프로그램이 아닌 채널 진입으로 합의를 했죠. 우리만의 모델, 바로 홈쇼핑 모델을 차용해서 말이죠.”


비용 때문에 프로그램도 진입하지 못했는데, 채널로 진입하기로 했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채널 진입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가능하냐는 질문이 당장 머리에 맴돈다.


“인도네시아 1위 홈쇼핑 사업자가 레젤(Lejel)3)이에요. 레젤은 위성 채널을 빌려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도달 가구만 약 1,400만 가구인데다 프로그램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위치해서 시청자를 유인하는 거죠. 더욱이 레젤은 당일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자예요.

상상이나 했겠어요? 수만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인데 당일 배송이라뇨? 물론 품목이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엄청난 일이죠. 이 레젤과 파트너를 맺었어요. 그리고 우리 채널을 무료로 주겠다고 제안했죠. 그들은 프로그램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끼워넣어 시청자를 유인하기 위해서 프로그램 채널이 필요하고, 우린 수익화를 할 수 있는 사업자가 필요했으니 나름 윈-윈(win-win)이었던 거죠.

그렇게해서 시작한 서비스가 (SBS-IN)이에요.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모든 콘텐츠 권한을 에 먼저 주기로 결정했어요. 소위 콘텐츠 판매 수익을 포기한 거죠. 그만큼 수익화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어요.숫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해서 확보한 매출액의 일정 지분을 우리가 갖기로 했죠. 일종의 매출 배분인 셈이에요.”


이 모든 일이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 시장이 어려워지자마자 신속히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원래 희던 머리가 더 백발이 되고 불면증에 시달렸을지도 모를만큼 고민이컸을 것이다. 심지어 향후 이 모델이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실험이란 미명하에조직 내부에서 양해를 해 주긴 했겠지만, 인도네시아 등에 단순히 콘텐츠를 판매했을 때의 예상 수익보다 결과가 좋지 못했을 경우 돌아올 반발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무엇을 만들기는 힘들어도, 만들어진 것을 부수는 건 쉬운 일이니.


기존 사업자들이 역량과 능력이 없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조직 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래서인지 김혁 센터장은 ‘실험’이란 단어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원대한 목표는 있지만, 그 길을 위한 작은 실험. 그래서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실험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홈쇼핑과 연계시키는 모델은 태국 등 인근 국가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제 세 번째 모델인 미국이 남았다.


“동남아시아와 달리 미국은 OTT로 진입해요. KCP(Korea Content Platform)라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상품명은 코코와(KOCOWA)예요. 이미 한류 기반의 OTT사업자들이 기반을 닦아놓은 시장이니, OTT로 밀고 가도 되겠다 싶었죠. 이미 시청자의 경험과 습관은 만들어졌으니까요. 다만 기존의OTT 서비스 대비 경쟁력을 확보해야 시장을 장악할 수 있죠. 불법 서비스들도 있지만, 합법 서비스들도 있으니까요. 한류 콘텐츠가 유통되는 OTT를 분석해보니 흥미로운 것이 있더라고요. 백인들을 대상으로는 유료로 서비스를 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한인이나 아시아인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가더라도 우리 플랫폼은무료와 유료 서비스를 모두 제공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무료와 유료를 같이 간다? 훌루(Hulu)는 아예 광고가 있는 무료 버전과 광고가 없는 유료 버전으로 구분해서 제공했다가 최근 들어 유료 버전으로 서비스를 단일화했다. 옥수수(OKSUSU)에서도 개별 프로그램을 광고 있는 무료 버전과 광고 없는 유료 버전으로 구분해서 제공하긴 했지만, 유료 전환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런데 단일 서비스에서 유료와 무료를 같이 제공한다는 것이 어떤기대 효과가 있을까?


“코코와가 진입하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불법 서비스를 정리하는 것이에요. (이 부분에서 김혁은 단호했다.) 또한 불법서비스 이용자를 우리 서비스로 유인해야하는 과제도 있죠.그래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24시간 한정 무료 서비스인 ‘Taste 24’예요.

 일단 본방송 후 24시간동안은 무료로 다시보기를 제공하는 거죠. 다만 자막 등이 제공되지는 않아요. 하루가 지나면해당 프로그램은 자막이 붙은 유료 서비스로 전환됩니다. 이렇게 3주 동안 유료로 제공되고나면 다시 자막이 붙은 상태에서 무료로 제공돼요.

유료에서 무료로 윈도우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에서 유료로, 다시 무료로 윈도우를 조절하는 거죠. 부지런하기만 하면 이용자는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지난 7월 17일부터 시작했어요. 아직 성과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지만 나름 괜찮아요. 그리고 1일 상품권도 마련해 두었어요. 마음만 먹으면 몰아보기를 할 수도 있는 거죠.”


한쪽에서는 불법 사업자를 토끼 사냥하듯이 몰고, 다른 한쪽에서는가입자들이 들어올 공간을 터주는 전략이다. Taste 24에 맛을 들이고 나면 결국 한발, 한발 유료 서비스에 가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략적판단을 했을 터고, 지금도 그 데이터를 꼼꼼히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근원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한류콘텐츠만으로 구성된 플랫폼’의 한계다. 방송은 영화에 비해서 국지적 상품의 성격이 강한 일종의 갭 마켓(Gap market)이다. 국내 방송서비스의 품질이 올라오면 해외 콘텐츠의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는 시장이다.그러니 장기적으로 한류 콘텐츠만으로 구성된 서비스는 스스로 발목을 잡는 그림일 수도 있다. 한류 콘텐츠로 시작하되, 장기적으로는 해당 국가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진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의 결정은 타이밍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은 파고 들어갈 시장이 크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콘텐츠까지 수급해서 제공할 생각은 없어요. 그건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업자들의 그림이겠죠. 한류 콘텐츠를 유통하던 드라마 피버(Drama Fever)를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가 인수했고, 비키(Viki)를 라쿠텐(Rakuten)이인수했어요. 왜 인수했을까요?

여러 자료를 보니, 앞서 말한 레젤(인도네시아 홈쇼핑)이 도달할 수있는 범위가 대략 1,800만 명 정도 되더라고요. 우리에게 없던 1,800만 명의 시장, 그리고 그들이 한류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당장은 이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맞아요. 해당 국가 콘텐츠 수급 문제 등은 그 이후의 문제인 거죠. 그보다는 한류라는 이름의 시장을 좀 더 단단하고 공고히 만들 필요가 있어요.

적어도 한류 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나 서비스를 묶어 내야 하는 거죠. 그래야 장기적으로 한류를 메인으로 하되, 다른 콘텐츠의 수급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예를 들면 드라마빈즈(Dramabeans)란 서비스가 있어요. 한국드라마의 특정 장면을 현지인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죠. 예를 들어 김치로 싸대기를 때리고 하는 것 말이죠. 이런 장면이 나오면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그의미를 알겠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생기고, 답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해요.

이른바 한류 콘텐츠의 의미를 서로 해석해 주는 거죠. 이렇게 한 발 한 발 의미를 더하다 보면 커뮤니티가 단단해지고, 팬들이 공고해지죠. 그럴수록 다음 그림에 대한 상상력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하자. 미처 글로써 드러내지 못하는 내용은 행간을 통해 읽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시장도 이제는 마이크로 레벨의 미세공정 시대로 접어들었다.많은 사업자들이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도 고민을 거쳐 독자적인 전략을 세우고 미래에 대한 그림을그리고 있는 사업자가 있어 다행이다.




이 글은 <방송트렌드 & 인사이트> 2017년 2호에 게재된 글이다. PDF 파일은 링크를 클릭하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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