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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Apr 03. 2016

방송 시장의 애플, MCN

- 변화를 이해하는 방식 #시장의 조건

고리타분하게 MCN이 뭐냐는 질문에서 시작하지 말자. 고유명사로 시작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총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MCN(Multi Channel Networks)가 실제로는 MCN(Mobile Content Networks)라는 말도 노는 시점이다. YouTube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업자를 지창하는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YouTube 뿐만 아니라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MCN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광고 수입 밖에만 없던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직접 상품 거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상과 광고의 경계를 허문 네이티브 애드(Native Ad)를 수익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MCN을 논하는 지금도 개념은 진화하고 있다.


MCN이란 용어가 주는 막연함을 떨쳐버리고, 그냥 우리가 온라인 등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러나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콘텐츠와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자를 모두 MCN이라고 총칭한다고 이야기를 해 버리자. 실제로도 그렇다. MCN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이름들, 양띵, 대도서관, 이브, 악어, 도티 등등. 일상생활에서 들어볼 수 없는 온라인 상의 독특한 작법이다. 마치 영화 주토피아에서 물소가 앵커를 하는 것처럼 MCN에서는 악어가 동영상을 만들고 소통한다. 악어가 방송을 한다?


https://namu.wiki/w/%EC%A3%BC%ED%86%A0%ED%94%BC%EC%95%84/%EB%93%B1%EC%9E%A5%EC%9D%B8%EB%AC%BC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는 사람은 10대들 뿐이다. 악어도 방송을 하고, 독수리도 방송을 하는 세상이다. 어른들이 방송을 소비만 하고 있는 사이에, 아이들은 생산과 소비를 혼용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사회성을 만들어간다. 그렇게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고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고, 그러기에 이들은 철저히 방송과 영상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있다. Uber가 택시산업을 재규정한 것처럼, Airbnb가 호텔 산업을 재구성한 것처럼, 넷플릭스가 유료방송사업자를 재정의한 것처럼, MCN은 기존 영상 콘텐츠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Legacy Media가 매스 사업자가 아니라 장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내로우캐스팅(Narrowcasting)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MCN는 10~20대를 사로잡고 30대로 진격 중이다. 2015년  YouTube Fan Fest는 이들이 더 이상 niche 시장이 아니라 미래의 주류 시장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적어도 그들에게 도티와 악어와 양띵은 송중기였고, 전지현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DnS-1xZDww  


시작은 미약했다. 2010년 미국 시장을 일으켜 세웠던 MCN은 국내에서는 2013년 CJ E&M의 MCN 사업부서로 시작했다. 그러던 사업이 2015년에는 수십 개의 기업들이 이 시장에 터를 마련했고, 시장 가치만 해도 수천억 원대의 시장으로 커졌다. 2015년 1월 7일 사업을 시작한 트레저헌터는 시장 가치만 8백억 원에 육박하고 있고, 2014년 상반기에 시작한 메이크어스는 1천억 원대를 기록했다. 경제 상황이 녹녹지 않아서 2016년도에는 대규모 투자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수십억 대의 투자는 여전히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유튜브가 인증해 준 공식 MCN 사업자도 아프리카 TV, DiaTV, 트레저헌터, 그리고 샌드박스로 4개 사업자로 확대되었다.  KBS, MBC는 이미 이 시장에 진입했고, SBS도 2016년도 상반기내에 시장 진입을 할 모양새다. 국내 시장을 놓고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MCN 시장에 진입했다면, 선두 MCN 사업자는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문법을 바꾸다


MCN의 해외 진출, 이 수는 신의 한 수가 될지 모른다. 변형된 문법은 막혔던 곳을 풀어주는 청량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방송 콘텐츠는 지역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 방송 사업은 철저히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권을 관리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업자들도 국내 판권은 보유하되, 해외 판권은 제작사나 다른 사업자에게 넘겨서 제작비를 낮추었다. 방송 콘텐츠의 주 수익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특정 지역을 벗어나면 싸구려 덤핑 물건이 될 뿐이었다. 중국과 일본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을 하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지만, 기본은 국내 시장이다. 그게 방송시장의 해외 유통 문법이었다. 그래서 외국의 문이 닫히거나 해당 국가의 방송 시장이 성장하면 수출 경로가 막혔다. 70년대 우리네 방송시장을 장악했던 해외 방송들이 시나브로 사라진 걸 상기하면 알 수 있다.


그러나 MCN은 다른 문법을 만들었다. 중국을 향했고,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물론 캄보디아까지 직접 날아갔다. 방송 사업자들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비용과 수용의 문제로 접근조차 하지 않았던 시장이다. 그러나 이 사업자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아니,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영상 문법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최적의 구조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뷰티 YouTube 스타의 영상물도 국내에서는 별로 호응을 받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국내 뷰티 스타가 나와야 한다. 기존의 방송시장은 해당 국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엄청난 제작비용이 소모되었지만, 개별 국가별로 1인 미디어 서비스를 하는데 필요한 경비는 최소한이다. 그러니 개별 국가별로 콘텐츠를 제작하면 그만이다. 굳이 국내 콘텐츠를 해당 국가에 수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영상 산업의 수출 방정식이 어떻게 다른지 언제 긴 스토리를 말씀드릴 기회가 있길...)


Design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


MCN 사업자가 할 일은 영상물의 완성도다. Made in California가 아니라 Design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 식이 될 수 있다. MCN 사업자가 기획을 해서 현지의 크리에이터와 프로듀서를 통해 Assembled 하는 작업이 가능한 사업자다. 작은 규모이기에 시장에 진입하는데 문제가 없다. 현지에서 작업하고 유통하기 때문에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개별 정부의 온라인 방송정책이 바뀌면,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콘텐츠 전략을 수정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당기간 해당 국에 콘텐츠를 유통시키는데 문제가 발생하지만, 현지화된 MCN는 그 가능성에서도 벗어난다. 거기에 광고가 아닌 상거래를 바로 견인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Created & Produced in Malaysia, Designed by MCN, in Korea 가 될 수도 있다. 애플식이다.


MCN은 이렇게 방송시장의 문법을 변용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국내 어떤 영상 사업자도 못했던 글로벌 시장 개척을 MCN이 해 내고 있다. 위기와 한계가 명확하지만, 그럼에도 지켜보고 건승을 빌어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사보에 4월 1일 실렸던 글을 조금 손 봐서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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