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에이지리스, 앤드류 스틸

by 꿈꾸는 라만차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 노사연, 바램(2015)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언젠가는 나이를 먹고 늙고 죽는 것이 삶의, 그리고 세상의 불변의 이치이다.

그러기에 익어간다는 표현이 늙어감을 말하는 또 다른 단어로 느껴져 저 가사가 가슴을 울리는 것 같다.

참고로 바램을 부른 노사연 님은 57년생. 이제 환갑도 훨씬 넘기신 분인데 외모도, 노래 실력도 전혀 환갑을

넘긴 분 같지 않다. 사실 요즘 세상에는 옛날처럼 환갑인 분들이 "나이 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기도 하지만 말이다.


늙어간다는 것, 즉 노화라는 것은 내게 주어진 내 몸(안에 장기와 세포들)이 마모되고 에너지가 소진되어서 상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화라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현상을 우리가 반드시

감내해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하나의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mcs.jpg 씽큐베이션 네 번째 도서 "에이지리스"


옥스퍼드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과학자이자 과학작가 앤드류 스틸의 저서 "에이지리스"에서는 노화를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이를 예측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몇 가지 치료법과 이론만으로 소설에나 나올 법 한 "영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화라는 현상을 질병으로 보고, 원인을 찾고, 원인을 해결해 나왔던 인류의 과정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노화 과정을 치료한다는 개념은 그림의 떡처럼 허황된 이론에 머물러 있는 생물학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 실험실과 병원에서 이러한 개념에 대해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p.20 서문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한 점은, 작가의 이론에 대해 반대 의견이 생기고, 이것에 대해 어깃장을 놓으려 하는 순간 '네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서 이런 걸 준비했어' 하는 느낌이 자주 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노화를 치료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와닿지도 않을뿐더러(왜냐하면 노화가 치료된다는 것은 내 인식의 우주를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므로) 문제점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걸어진 수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노화 치료의 불평등 문제 등.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걱정을 대하는 인식을 뒤집어 우리에게 질문을 한다. '만일 우리가 노화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었다면 과연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노화를 발명했을까?


작가는 노화를 "진화"와 "번식"을 위한 일련의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진화적 방치를 통해 노화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지구에 사는 같은 생명체라고 하더라도 하루살이와 지렁이가 사는 생애와 바다의 혹등고래가 사는 생에의 차이는 무척 크다.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더 큰(더 세포가 많은) 동물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산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면 사람도 더 큰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것일까?


mcs2.jpg 북극고래는 200년을 산다고 한다.

이러한 생애의 차이는 그 생명체가 노화가 정해진 그 시기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노화가 되기 전에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죽을 확률(예를 들면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가혹한 환경을 견디지 못해 죽을 확률)이 높은 생명체인 경우는 "진화"가 생명체를 치유하고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왜? 굳이 개선해도 그때까지 살아 남기 어렵기 때문에. 그래서 수명이 짧은 생명체는 "번식"도 위와 같은 외인성 사망률이 낮은 젊은 시기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하므로 번식이 끝나면 노화의 과정이 시작된다. 그러나 북극고래나 갈라파고스 거북같이 외인성 사망률이 낮은 생명체는 노화의 과정이 늦게 나타난다. 오래 살아도 생명에 위협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번식도 천천히 이루어지고, "진화"의 입장에서 그 생명체는 더 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노화를 늦추는 옵션을 택하게 된다. 다시 말해 노화라는 것이 우리가 바꿀 수 없는 필연의 과정은 꼭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노화는 죽을 수 있는 "시한폭탄"을 간과하면서 생기는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늙어 건강이 나빠지는 돌연변이가 생기고 축적되었는데 진화가 그것을 제거하지 못해서 생기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사실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을 하면서 손상된 상처를 치료하고, 마모된 피부를 재생시키고, 손발톱과 머리카락을 계속 자라게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노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회복 과정이 늦어지거나 때로는 멈추기도 한다. 이러한 재생의 과정에서 세포는 계속 복제를 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세포의 DNA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DNA에는 말단소체라는 일종의 보호 캡이 있다.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가 복제되면 이 보호캡도 조금씩 마모가 되는데, 지속적인 복제로 인하여 말단소체가 짧아지고, 이러한 과정이 노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또는 우리 몸속의 단백질 문제로 노화가 진행되기도 한다. 당분이 당화반응을 통해 단백질과 결합하여 엉키게 되면 '최종당화산화물'이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세포의 바깥에 있는 단백질에게 영향을 미친다. 혈관을 뻣뻣하게 만들면 고혈압을 유발하고 심부전 심장질환 치매를 유발하게 된다. 그리고 혈액에도 영향을 미쳐 당뇨를 일으키기도 한다. 단백질의 문제가 노화의 많은 문제를 만든다.


그 외에도 노쇠 세포에 의한 염증,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 면역계의 고장 등도 노화를 발생시키는 원인들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화의 치료 방법은 결국 낡은 것들을 내치고 새것을 몸속에 들이는 과정으로 진행이 된다. 몸속의 노쇠 세포를 죽여 염증을 줄이고, 세포의 자가포식을 유도하여 몸속에서 세포를 재활용할 수 있다. 식사량을 상당히 줄임으로써 염증을 줄이고 자가포식을 유도할 수 있다. 통념적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들은 소식을 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한다는 전제하에 소식을 하면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 같기는 하다.


현대 과학은 이러한 노화를 막거나 최소한 늦추기 위해 많은 연구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책에서 노쇠 세포를 죽이는 살벌한(?) 기술부터 말단소체를 연장하는 기술, 노화 재프로그래밍을 위한 후성유전학적 연구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만드는 것은 과학자들의 몫. 우리는 노화를 미루고 오래 살아서 더 오래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국은 모두가 다 알지만 누구나 다 실행하기는 어려운 것들. 즉 술 담배를 끊고 잘 자고 잘 먹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 이렇게 건강하게 몸을 만들어 오래 살다 보면 언젠가는 과학이, 그리고 진화가 나를 더 오래 살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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