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7.(월)
이번 기수의 독서모임이 끝나고 다음 달 중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무슨 책을 더 읽을까 고민하다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 몇 권을 사본다. 석 달간 숙제만 했으니 이번에는 육아 관련된 책을 읽어볼까.
딸의 자존감은 아빠에게 달려있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목차와 책 추천글을 읽어 보았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은 어릴 적 아빠와의 유대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었다. 다시 말하면 올바른 사랑받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교육과 훈육은 바로 아빠와의 애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인간에게 가장 슬픈 것은 누군가의 추억에서 잊혀 가는 것이다.
한국 신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족보다는 회사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다 회사에서 버림받고 나를 받아줄 것 같던 집에서도 내쳐지는 가장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토끼 같던 자식들은 온데간데없고 늙고 병들고 무시당하는 아빠. 물론 그런 삶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원하지 않은 것에 목숨을 걸고, 영원한 것을 잃어버린다면 결코 행복은 없을 것이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1년에 100권은 꼭 읽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하는 지금 나의 독서의 목적은, 사랑하는 금쪽이에게 등대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심연에는 금쪽이에게 무시당하는 아빠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불행한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섯 살 우리 금쪽이는 뭘 좋아하나.. 요즘은 부쩍 혼자 인형놀이를 많이 한다. 친구가 없어 혼자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오늘 하루는 인형놀이 친구가 되기로 했다.
"안녕. 나는 흰둥이 곰이야"
"우와. 나는 하얀 알파카인데!"
금세 친구가 되었다. 수줍음이 많은 우리 금쪽이 도 인형놀이 때는 인사다. 늘 어린이집 선생님이 가방에 꼭 넣어주시는 어린이집에서 금쪽이가 만든 낙서와 만들다 만(?) 장난감이 보인다.
"알파카야. 저기 저 종이는 뭐야~?"
금쪽이는 그 장난감(이라고 말하는 색종이 조각)을 지긋이 쳐다보더니
"아. 이거는 쥬쥬 핸드폰이야. 시크릿 쥬쥬가 가지고 다니는 건데 이거 만지면 남자가 여자가 된대."
흠칫. 조심해야겠다.
오늘 숫자공부를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거 인형놀이 숫자공부를 해볼 요량으로 물어본다.
"금쪽아. 너 숫자 세고 쓸 수 있어?"
"당연하지. 잠깐만~"
책장 구석에 꽂혀있는 숫자 익힘책을 꺼내 책상 위에 펼쳐 놓는다.
"하나.. 두울.. 세엣.. 넷..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쓰면 4!"
헐 대박. 오늘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미 어린이집에서 떼었는지 숫자를 다 익히고 있었다. 역시 어린이집 짱이다.
한 시간 정도 해주고 마무리하려고 하니 영 아쉬운 눈치다. 요즘 코로나로 친구들도 거의 못 만나고 날씨까지 추워져 놀이터도 못 나가는 마당에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둔 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도 오늘 한참을 인형놀이로 같이 노니 나도 즐겁다. 그동안은 "놀아줘"서 힘들었는데 오늘은 같이 "놀아서" 즐거운 듯.
금쪽이 한데 "아빠 사랑해. 그리고 같이 인형 놀이해줘서 고마워"라는 말도 듣고. 호사를 누린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