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꿈은 카피라이터였습니다.
당시 독서 평설이라는 월간지를 정기구독해 보고 있었는데 거기서 광고홍보학과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소개를 봤어요. 글 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보고 좀 설렜던 기억이 나네요.
수능 직후, 그 잡지에 무슨 운명처럼 고등학생 대상 광고 캠프가 열린다는 광고가 실렸어요. 기차 타고 서울까지 올라가 캠프에 참가했고 대학 입학 후 그 캠프를 주최한 연합 광고 동아리에 무려 재수를 해서 들어갔답니다. 그렇게 대학 2,3학년을 동아리 생활에 완전히 올인하고 내린 결론은 어이 없게도 광고를 안 하겠다는 거였죠.
그 2년은 카피라이터의 '라이터(writer)에 혹해 광고에 접근한 방식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깨닫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며 뭘 잘 사지 않는 내가 한때 광고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해요.
그 후 광고와 전혀 다른 분야로 진로를 정하며 대학 생활의 절반이었던 동아리 활동은 묻힌 기억이 되었는데요, 그때 같이 광고 캠프에 참가해 나란히 동아리에 재수해 들어가 나란히 카피부장을 지낸 친구 오월과 지금껏 진-한 우정을 이어오며, 내게 저런 근본도 있었다는 걸 떠올리곤 합니다.
제 주변은 교육계 종사자가 60% 이상이다 보니 오월의 회사 생활을 들을 때마다 신기해요. 오월은 우리가 동아리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있는지도 몰랐던 직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제가 더 신기하다고 하지만요. 일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여기 있는 진상은 저기에도 있구나 뭐 그런 생각을 종종 하면서요.
그러니까 인트로가 너무 길어졌는데 본론은요!
홍보,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넘나들며 10년 넘게 성실히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는 유능한 회사원이자,
툭하면 퇴사하고 말라가로 와 장기 하숙생이 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퇴사 후 스페인행 유경험자 오월이
일하는 도시 여성들에 대한 인터뷰 기록인 사이드 프로젝트 <도시일꾼여자들>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브런치에 발행하고, 인터뷰가 쌓이면 뉴스레터로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도시일꾼여자들>의 첫 번째 인터뷰가 지난 1월에 나왔답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접니다!
프로젝트의 첫 장을 내어 주다니 영광스럽네요.
무려 지난 10월에 한 인터뷰가 1월에 나왔으니 오월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요!
오월이 얼마나 정성 들여 인터뷰를 다듬는지 지켜보기도 했지만, 친구가 한 인터뷰는 애정이 담겨 있어서 확실히 깊이가 다르더라고요. 앞으로 자기소개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냥 이거 보여주면 될 것 같아요.
서로의 일을 신기해하면서도 그래도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이야기해 본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었고, 10년 넘게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일해 왔는지, 분야는 달라도 보편적인 경험과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인터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ypark/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