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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Oct 25. 2019

스페인의 식사 시간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 나라

여기에 와서 일출 일몰 시간만큼 신기하다 생각한 게 바로 식사 시간이다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1. 데싸유노(Desayuno)


: 첫 번째 아침, 8:00 ~ 9:00



출근 전에 카페테리아에 들러서 간단히 빵과 커피를 먹는다


말라가 사람들은 삐투포(pitofu)라고 부르는 빵 위에 올리브유를 뿌리고 소금을 쳐서 먹거나, 올리브와 생 토마토를 올려서 먹는 데 이렇게 먹는 걸 전통적인 아침식사라고 부르더라.


커피는 보통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탄 까페 꼰 레체(Cafe con leche)를 마시는데 대부분 두유로 바꿀 수 있다!


첫 숙소가 있던 동네에 사무실에 많아서 노천 카페테리아는 식사 중인 직장인들과 동네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느지막이 일어나 열 시쯤 나가 사람들 구경하며 아침 먹으면 꿈틀거리는 하루의 시작이 느껴져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2. 알무에르쏘(Almuerzo)


: 브런치, 10:30 ~11:30


아침을 간단히 먹었으니 배가 꺼질 무렵인 이 시간에 브런치 정도로 볼 수 있는 식사를 한다. 역시나 가볍게 보까디요(bocadillo)라고 부르는 샌드위치 종류를 먹는다.  


학교 수업도 열 시 반에서 열한 시 사이에 삼십 분이나 되는 긴 쉬는 시간이 있는데 아마 점심 시간에 해당되는 듯. 이 시간에도 모든 카페테리아는 북적북적.

   


                 



3. 꼬미다(Comida)


: 점심, 2시 훅은 3시부터 시작



이제 본격적인 점심.


하루 중에서 가장 든든히 먹는 식사 시간이다.


식당에 가면 메뉴 델 디아(Menú del día) 즉 오늘의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고 여기에는 보통 메인 요리, 음료수, 간식 혹은 차나 커피가 포함된다. 대개 메인 요리가 고기나 생선이라서 정작 나는 한 번도 못 먹어 봤지만.


도착 첫 주에 동아시아학과 선생님들 포함 학과 일에 관련된 윗분들과 점심 식사가 있었는데 약속 시간이 세 시라기에 학과장님께 티타임이 아니라 점심 식사냐고 다시 물어봤다. 그러니 학과장님이 좀 이상하지만 스페인에서 점심 시간이 세 시부터라고 알려 주셨다. 한국에서 스페인 식사 시간에 대해 듣고 오기는 했지만 정말로 세 시에 먹는다니까 왠지 신기.... 


그리고 약속 당일은 이러저러한 일들로 결국 네 시에 식사를 시작했고 다섯 시 반에 자리가 파했는데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커피까지 먹었더니 저녁까지 소화가 안 돼 저녁 식사는 그냥 건너뛰었다.

         



                                        

4. 메리엔다(Merienda)


: 간식, 오후 5시경



이 시간에는 빵이나 간단한 디저트 같은 것들을 먹고

            


에어비앤비 호스트 아주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레몬 파이


                                       

5. 쎄나(Cena)


: 저녁, 8~9시부터 시작


오늘은 좀 맛있는 거 먹어볼까 하고 저녁 시간에 식당 갔다가 저녁 타임은 여덟 시에 오픈이라 허탕친 적 몇 번 있었다.


스페인에서 저녁은 점심보다 가볍게 먹는 편으로 집에서는 샐러드 종류를 먹고 외식하면 타파스 같은 것들을 먹는다. 너무나 궁금했떤 건 대체 저녁을 아홉 시에 먹으면 잠은 몇 시에 자는 걸까? 소화시키면 두 시쯤에 자지 않을까 했는데 잠은 또 평범하게 열두 시쯤 잔단다. 


한국에서 정해진 식사 시간에 끼니를 챙겨 먹던 내게는 스페인의 식사 시간이 너무 애매해 도착 며칠간은 숙소 호스트 가족들이랑 부엌 사용 시간 겹칠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해가 뜨고 아홉 시쯤 일어나면 열 시에 아침을 먹고,한동안은 배가 안 고프니 두, 세시쯤 점심을 먹고,살짝 출출해지면 간식 먹고 그러면 어느새 저녁 식시 시간 훅 지나 있고! 배는 살짝 고픈데 곧 자야 하니 아홉 시쯤 과일 같은 거 먹고 있는 나를 발견....!


생체리듬이 자연스레 이곳의 시간을 따르는 거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식사 시간이 완전히 꼬여 버린 것이다!


뭐, 식사라는 게 원래 해가 뜨면 아침 먹고,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점심 먹고, 해가 지면 저녁을 먹는 거니, 이렇게 먹는 게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거려니 한다. 스페인 생활, 식사 시간부터 적응 완료.



덧, 코스타리카 대학 캠퍼스에 나무늘보가 있었다면 스페인 대학교 학생식당에서는 맥주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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