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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Nov 11. 2019

스페인에서 타파스 바에서
채식 도전하기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스페인 음식은?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8개월쯤 됐다. 한국보다 채식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진 코스타리카에서 채식을 시작한 덕에 꽤 쉽게 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는 외식할 때 좀 힘들기는 했지만 회식이 없는 업무 환경과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생활 습관 때문에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채식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장소를 찾는 건 중요한 문제였다. 다행히 채식에 대한 인식이 높은 유럽으로 오게 되어 한국보다는 수월하겠거니 했다.



두 달 동안 생활해 본 결과 말라가에서 채식하기는 나쁘지 않다. 일단 비건 식당이 꽤 많다. 그리고 일반 식당에도 채식 옵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관광지에 있는 곳일수록 그렇다. 하지만 스페인 전통 식당이나 타파스 바에 갔을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적이다. 채식 옵션을 따로 표시해 둔 곳도 거의 못 봤다. 그리고 보카디요(스페인 스타일 샌드위치)도 어디든 하몽(스페인 햄)이 들어간다. 페스코 단계부터라면 참치가 들어간 샌드위치, 계란과 감자로 만든 스페인 오믈렛을 넣은 샌드위치, 채소와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 등을 고를 수 있지만 비건을 경우는 그냥 다 빼고 양상추랑 토마토가 들어있는 걸 먹는 수밖에 없다.



말라가는 해산물이 풍부해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면 선택 범위가 넓어지지만 일반 식당에서 비건 메뉴 찾기는 힘든 듯. 오늘의 메뉴도 고기 아니면 생선이고. 다음은 스페인에서 외식할 때 타파스 바와 일반 식당에서 고를 수 있는 채식 메뉴들이다(락토, 비건 단계까지).



*저의 채식 단계를 잠깐 말씀드릴게요. 집에서는 비건으로 먹고 외식할 때는 가능하면 비건으로 먹으려고 하지만 락토까지는 허용합니다. 계란과 유제품이 혼합된 디저트도 가끔 먹고요. 한국에서부터 외식할 때도 비건으로 하다가 다시 락토로 하다가 계속 왔다 갔다 합니다. 스페인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냥 들어간 식당에서는 먹을 게 정말 없을 때는 스페인 오믈렛 같은 계란도 먹었는데 오래 안 먹다 보니까 먹고 난 후에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안 좋더군요. 스스로 너무 몰아붙이지 않고 내가 왜 채식을 하는지 잊지 않으며 비건 '지향'하려 노력합니다.




타파스 바에서



다음은 타파스 바에 갔을 때 주문할 수 있는 채식 메뉴들이다.



말라가에서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한 Casa Lola라는 타파스 바에서 먹어본 것들이다. 여기도 고기, 특히 하몽이 주가 되는 요리가 많아서 채식 옵션이 많지는 않다. 아래의 메뉴 세 개는 스페인 타파스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것들이라 어디를 가도 제일 만만하게 주문할 수 있다.




1. 삐미엔따스 빠드로네스(Pimientas padrones) 비건


우리나라 고추보다 짧고 통통한 고추를 튀기듯 구워 소금을 친 요리이다. 매우 짭조름해 맥주 안주로 좋다.



2. 빠따따스 바라바스(Patatas bravas) 비건


매운 토마토소스를 올린 구운 감자 요리이다.



3. 올리브 절임. 비건


말라가의 타파스 바에서는 올리브를 무료로 주는 곳이 많은데 마드리드에서는 돈을 내고 시켜야 했다.

              


말라가의 오래된 타파스 바 Casa Rola. 왼쪽이 삐미엔따스 빠드로네스, 오른쪽이 빠따따스 브라바스


                                 

4. 빵 위에 구운 가지를 올리고 바질 소스를 올린 타파스.


직원에게 고기와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는 타파스를 물어봐서 시킨 거라 이름은 모르겠다. 가지는 스페인어로 베렝헤나(berenjena)이니 이름에 이게 들어간 이름이지 않을까. 바질 페스토에 치즈를 넣었다면 락토일 거고 안 넣었다면 비건이겠지만 이건 치즈 포함 여부는 모르겠다. 


함께 곁들인 레드 와인에 환타를 섞은 띤또 데 베라노(Tinto de verano)

                  



                               

다음은 얼마 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론다에서 일박할 이유가 될 만한 타파스 집 Le Chugjita에서 먹은 것들이



5. 참피뇨네스 아 라 플란차스(Champiñones a la plancha), 비건


양송이 구이. 왼쪽은 론다에서, 오른쪽은 마드리드에 있는 꽃보다 할배에 나왔다는 타파스 집 Meson de Champiñon에서 먹은 양송이 구이다. 한국인들에게 매우 유명해 한국어 메뉴까지 있다. 원래 저 위에 하몽을 뿌려주는데 주문 전에 미리 빼달라고 했다. 



6. 토스타다 데 께소 데 카브라(Tostada queso de cabra), 락토


원래 빵 위에 염소치즈를 얹고 매운 토마토소스와 올리브유를 부린 것인데 왜 비스킷과 나온지는 모르겠다.



              



                        

7. 양상추(Lechuguita), 비건


이 집의 이름이자 시그니처 메뉴인 양상추. 생 양상추에 뭔가 간이 되어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모든 타파스 집에서 일반적으로 파는 메뉴는 아닌 것 같다. 양상추만 무슨 맛으로 먹나 싶은데 맛있다. 소스에 비결이 있는 것 같다. 

             


                                               

일반 식당에서


모로코와 가까운 말라가에는 모로코 식당도 꽤 있고 쿠스쿠스같으 모로코 식재료 구하기도 쉬운 편이다. 다음은 예전에 말라가에 계셨던 채식하시는 이웃분께서 소개해 주신 Azafran이라는 모로코 식당에서 먹은 채소 타진(비건). 타진은 고기나 생선에 채소 향신료를 넣어 만든 모로코 전통 스튜인데 메뉴에는 따로 없었지만 채식으로 된다고 해서 시켜 봤다.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은 상태라서 반 사이즈를 시켰는데 이렇게 큰 데 나왔다. 감자, 애호박 당근, 양배추, 콩 등 여러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고 얼큰하고 따뜻해서 쌀쌀한 날 딱이다. 그리고 이게 4유로밖에 안 했다. 감동... 



모로코 식당에는 이뿐만 아니라 타불레나 쿠스쿠스 같은 다양한 채식 요리가 있어서 채식하는 사람들이 쉽게 찾기 좋은 듯.

            



                 

집 근처에 있는 유명한 식당, 바, 카페테리아 모두 하는 곳에서 먹은 채소 그릴 구이(비건). 궁금해서 시켜봤는데 가지, 파프리카, 양송이버섯, 양파 등을 구워서 간한 게 끝.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듯. 

                 



                                     

론다에서 먹은 나폴리탄 피자(비건). 비건이라 표시되어 있어 주문해 봤다. 마가리타 피자에서 치즈만 쏙 빠져 있어 피자 도우에 토마토소스, 올리브유, 오레가노 뿌린 게 끝이다. 빵에다 토마토소스 발라 먹는 느낌. 서울 사당에 있는 남미 플랜트랩 야채 피자가 몹시 먹고 싶어졌다. 반도 못 먹고 남김.

         



                                    

마드리드 한식집 가야금에서 먹은 비빔밥.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한식 마니아고 나도 슬슬 한식이 당길 즈음이라 같이 한식집에 갔다. 집에서도 한식 먹은 적 없어 스페인에 와서 먹은 첫 한식이었다. 비빔밥 맛있는 건 말해 무엇. 고추장 넣고 슥슥 비벼 먹으니 잃은 식욕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가격은 사악했다. 

                 



                                

마드리드에서 저녁에 돌아다니던 중 갑자기 광풍과 함께 비사 쏟아져 급히 피신한 일식집. 메뉴에 채소 라멘이 있었다! 고기 먹던 시절 일식 라멘, 쌀국수 이런 면 국물 요리를 정말 좋아했다. 비건 전문 식당에도 잘 없고, 집에서도 하기 힘든 요리인데 스페인의 일식집에서 비건 라멘을 먹을 수 있을 줄이야! 비주얼은 좀 그렇지만 두유를 베이스로 해서 고소했고 라멘을 먹을 수 있는 것 자체로 좋았다.


말라가에서도 지나가다 메뉴에서 태국 음식점과 일식집에 채식 팟타이나 채식 면 종류 파는 걸 본 적 있다. 슈퍼마켓에도 채식 컵라면이 있고. 좋아하는 면 요리를 채식으로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어 행복.



텍스트 추가                    



                          

마드리드에서 돌아오던 날 기차역 앞에 있는 유명한 중국집 La Parada에서 먹은 가지 덮밥. 수업 시간 학생들이 말라가 맛집 소개하는 발표할 때 여기 가면 가지 덮밥 꼭 먹어보라고 했다. 바로 뒤에 단체 손님들이 있었는데 누군가 김치를 시켰고(여기에서도 김치를 먹을 수 있다니) 김치가 뭐냐 묻는 일행에게 김치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걸 들으며 맛있게 먹었다. 마드리드에서 한식, 일식 먹고 말라가 돌아와 중국음식으로 마무리함. 

         


                           

사진은 없는데 학교 식당에서도 채식할 수 있다. 뷔페식으로 여러 가지 음식이 준비되어 있고 그중에 고기 생선이 없는 메뉴가 늘 서너 개 정도 있다. 뭐 나는 도시락을 싸다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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