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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Mar 25. 2021

우울함에 대해서 수다 떠는 사회
만들기

또라이 실패 실험실 두 번째, 트로스트의 클럽하우스 도전기

우울함은 어쩌다 말하지 않는 감정이 되었을까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우울한 순간을 겪어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우울하기도 하고, 먹고 싶은 걸 못 먹어도 우울해요. 그만큼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감정이죠.


그런데 왜 우리는 우울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까요? 


분위기를 무겁게 하는 것 같아서, 상대방까지 우울해질까 봐, 징징대는 것처럼 들릴까 봐 망설여본 적 있나요? 우울한 감정이나 사건에 관해 얘기한 이후 나를 다르게 대하거나, 원치 않는 조언에 당황스러운 적도 있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울함에 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는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우울함에 대해 감추지 않고,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당연해질까요? 트로스트는 우리의 마음이 기쁘든 슬프든 편안하게 얘기하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부터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어요.



클럽하우스에서 만나요!



클럽하우스는 음성으로 대화하는 오디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등의 유명인사들도 참여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클럽하우스의 글로벌 다운로드 건수는 1천50만 건, 국내 다운로드 수는 32만 5천 건을 넘었다고 해요.

출처: 클럽하우스, 국내 이용자 30만 명 돌파... 글로벌은 1천만 명 (매일경제, 2021.02.26)


트로스트는 클럽하우스에서 대화의 장을 열기로 했어요. 많은 사람이 이 새로운 방식의 소통에 관심을 보이고 재미있어하는 시기라, 좋은 분위기에서 우울에 대해 편하고 재미있게 대화하는 경험을 만들어보기로 한 거죠. 얼리어답터가 많은 이곳에서 함께하신 분들이 다른 곳에서도, 주변 사람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시작해볼 수 있을 거고, 그렇게 우울함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최대 5천 명까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도 있고요.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오가는 곳이어서 우울에 대한 경험도 나눌 수 있길 기대했어요.


여기서 잠깐, 클럽하우스 용어 짚고 넘어가기!

* 방 : 클럽하우스의 소통은 '방' 단위로 이루어져요. 원하는 방에 들어가서 대화를 듣거나 참여할 수 있어요
* 모더레이터 : 대화의 진행자. 발언권을 줄 수 있어요
* 스피커 : 발언권을 받아 말하는 사람. 누구나 손을 들어서 발언권을 신청할 수 있어요



편하고. 쉽고. 재밌게


1. 편하고

우울증에 대해 심각하고 어려운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무겁든 가볍든 자기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 제목도 이렇게 지었어요. 


우울했던 썰 푼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힐링하는 방 by trost (깜짝 선물을 드려요!)

"나 이렇게까지 우울해 봤다, 우울해서 이만큼 돈 써봤다, 남들은 잘 모르는 우울증..." 누구에게나 우울한 순간이 있죠. 마음 한쪽에 꾹꾹 눌러 담았던 얘기들을 오늘 속 시원하게 꺼내고 털어버려요!


2. 쉽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손을 들어서 말하면 돼요. 클럽하우스는 한 번에 한 명의 스피커에게 집중하는 구조인데요.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말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보면 모두에게 발언권이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요. 그러면 너무 아쉽겠죠.


더 많은 사람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말할 수 있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어요. 클럽하우스에서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끼리 실시간으로 채팅하며 들으면 더 재밌기도 하고요.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오픈 카톡방 참여 인원이 100명 전후에서 늘지 않았어요. 클럽하우스 방에 1,700명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많지 않았죠.


알고 보니 오픈 채팅방 인원 설정이 100명까지로 돼 있더라고요(머쓱 ◜◡◝..)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예정했던 시간의 절반을 지나왔을 때였습니다. 늦게나마 발견해서 인원 제한을 풀었더니 '드디어 들어왔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될 때까지 시도해 주셨다는 게 죄송하고 참 감사했습니다. 오픈 채팅방의 화력은 대단했어요. 속 깊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들 사이에서 아낌없는 조언이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초반에 더 많은 분이 오픈 채팅방에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3. 재밌게

사람들은 어떤 방에 참여하고 싶을까요? 주제가 매력적이거나 혹은 참여하는 사람이 매력적이거나. 둘 중 하나는 충족해야겠죠. 그래서 '모더레이터를 누구로 할 것인가'가 중요했어요.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면서, 우울함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역할이 필요했죠.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모더레이터 섭외 난항으로 일정을 한 차례 미뤄야 했어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방향을 잡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클럽하우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준비와 동시에 채널에 적응하면서 프로그램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모더레이터로 활동 중인 분에게 연락해서 '우리 이렇게 진행해보려고 하는데 어때요?'하고 컨설팅도 요청하고요. 끈질기게 섭외를 이어간 끝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5명의 모더레이터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트로스트의 클럽하우스 방!


모더레이터들은 스피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각자 생각과 경험을 나누면서 대화에 참여했어요. 참여하신 분들이 누군가 진행하는 어떤 '토크 쇼'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도란도란 같이 얘기하는 것처럼 느끼기를 바랐어요. 편하고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요. 


소소한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치킨 & 커피 기프티콘을 드리는 시간도 넣었어요. 깜짝 선물은 언제나 즐겁죠! 우울했던 이야기가 오가더라도 이 시간이 우울하지만은 않기를 바랐거든요. 치킨 기프티콘 50개, 커피 디저트 세트 기프티콘 50개를 준비했어요. 100만 원은 현금으로 준비해, 각 모더레이터가 인상 깊은 사연을 선정해서 한 분당 20만 원씩 총 다섯 분께 선물하기로 했어요.


트로스트 팀원 프로필에는 비밀보장익명상담 쿠폰과 사용법을 걸어뒀어요. 우울함을 해결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도록요!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


2021년 3월 3일(수요일) 저녁 10시, 트로스트의 클럽하우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트로스트 팀원들도 사무실에서 다들 아이폰에 귀를 기울였어요. 퇴근했다가 너무 궁금해서 다시 돌아온 (안드로이드 유저..!) 팀원도 있었어요! 얼마나 설레고 긴장됐는지 몰라요.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을 앞둔 저녁 9시 59분에 접속자 1,700명을 기록했고, 총 2시간 40분 동안 함께 해주셨어요. 원래는 한 시간을 예상했는데, 대화에 물꼬가 트이니 두 시간이 금방이더라고요. 평일 밤인데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해요!



다시 보는 영예의 순간들!


#가장 많은 분과 함께한 순간 : 1,700명

#발언 요청이 가장 많았던 순간 : 102명이 손을 들었을 때

#오픈 채팅방이 가장 뜨거웠던 순간 : 141명이 참여했을 때 

#예상 시간을 훨씬 넘긴 밤 12시 40분까지도 700여 명이 함께해 주셨어요


순서대로 최대 동시접속자 / 최다 발언 요청 수 / 오픈 채팅방 최대 인원 접속


 

클럽하우스에서 오간 이야기


나이, 성별, 직업, 상황, 고민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우울함에 대해서 말하고 공감을 나누었습니다. 오늘 겪었던 일부터 나는 어떨 때 어떻게 우울한지, 우울함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 우울을 치료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나눠주신 이야기들을 여기 싣지는 못하지만 진솔했다는 것만은 꼭 남기고 싶어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 분 한 분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만들 수 있었어요. 누군가에겐 분명 '우울함을 얘기해도 괜찮구나, 이야기하니 훨씬 좋구나' 하는 경험으로 남지 않을까요?


특히, 오픈 채팅방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넘어섰어요. 고민이나 어려움을 터놓는 것이 자연스럽고 따뜻한 자리가 되었어요. 스피커의 사연과 채팅방에 올라온 사연에 각자의 경험을 더하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진심으로 응답하는 이들이 있었어요. 이름 모를 누군가의 우울함을 유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했어요. 따뜻한 메시지나 짤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응원을 전하기도 하고요. 


이날 이후 3주가 지난 지금도 오픈 채팅방이 유지되고 있어요. 속상했던 상황, 우울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털어내고, 위로를 나누고자 이따금 채팅방을 찾는 분들과 함께요. 얘기하시는 분들, 들어주시는 분들 각자가 자신 안의 힘을 찾아 나가는 중이 아닐까요?


 

'나 우울해!' 수다 떠는 사회


클럽하우스가 끝나고 '이런 자리가 있어서 좋았다, 고맙다'는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동안 기회가 없었을 뿐, 우울과 함께 살아가고, 자신의 우울함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고, 우울함을 극복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도와주고 싶고, 공감하고 또 공감받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울한 경험을 나누는 일이 선순환을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내 힘든 감정, 우울함에 관해서 얘기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말은 틀린 것 같아요. 감춰둔 우울을 터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나아질 수 있어요. 외부로부터 도움을 얻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나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우리는 우울함에 대해서 수다 떠는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봤어요. 이런 자리를 자주 가지다 보면 우울할 땐 우울하다고 말하고, 우울한 마음을 인정하고 건강하게 돌보는 일도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요? 



트로스트의 이유 있는 실험실, "또라이 실패 실험실"

발명은 실험에서 탄생하고, 실험에는 필연적으로 실패가 따르죠. 고객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 방법을 발명하기 위해 트로스트는 오늘도 새로운 실험에 도전합니다. 그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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