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때 엄마를 만나서 해주고 싶은 말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
세상에서 '엄마'라고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고 따듯한 말이 있을까요? 누군가에겐 성장의 동력이고 삶의 이유가 됩니다. 또 누군가는 가시 박힌 상처가 되는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평생 엄마로 살 줄 알았습니다. 그게 당연한 줄 만 알았으니까요.
어느 날 엄마의 왜소한 모습이 눈에 밟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늙고 주름진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때 엄마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도 여자였구나!
엄마는 항상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걱정은 점점 커졌습니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도 엄마가 나의 증상을 다 말해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사춘기가 지나서도 엄마의 규칙과 생각대로 살았습니다. 가끔은 발끈해보고 반항도 했지만 엄마를 이길 순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에도 엄마는 걱정뿐이었습니다. 걱정이 지나쳐 불안으로 자식을 키우는 것 같았습니다. 고리타분하고 생기를 잃은 엄마의 모습이 짜증 날 때도 있었습니다. 다른 엄마들처럼 좀 여유 있게 살지.
좀 컸다고 엄마가 하는 말은 구닥다리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들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부모님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좋은 곳에서 식사도 하는데 그거 하나 못하는 촌스러운 엄마가 부끄러웠던 적도 있습니다. 엄마와 싸울 때는 다신 안 볼 사람처럼 공격하고 미워했습니다. 싸움의 시작은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사소했지만 끝은 항상 저주의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너도 나중에 너 같은 딸 낳아봐
철없는 자식은 항상 '비혼 주의'라며 엄마에게 작은 생체기를 내는 걸로 복수를 했습니다. 항상 엄마는 말버릇처럼 내뱉는 말이 있습니다. "넌 행복하게 살아, 나처럼 살지 마"
대체 엄마처럼 사는 게 뭐라고. 왜 나한테 행복을 강요하는지, 그러면서 왜 자꾸 나한테 더 나은 삶을 강요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엄마의 말을 거스를 순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죽도록 미웠지만 또 세상에서 하나뿐인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외면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그냥 드세고 삶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가면 항상 정돈되어 있는 방과 침대, 먹을 것이 채워진 냉장고, 끼니때마다 식탁에 앉기만 하면 나오는 음식들. 그냥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돌이켜 보면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독립을 했습니다. 엄마가 말도 없이 자취방으로 찾아오고 먹지도 않는 반찬을 두고 가는 것이 짜증이 날 때쯤, 나는 또 귀찮다는 듯 번거롭게 안 와도 된다고 엄마에게 못 박듯이 말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정말로 엄마가 내 방으로 찾아오지 않게 되자 냉장고는 금방 텅텅 비어갔습니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것이 있을 땐 먹고 싶지도 않은 흔한 김치가 그날따라 너무 생각났습니다. 순간 김치가 계속 생각난 것이 아니라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엄마도 할머니의 음식이 먹고 싶으려나?
엄마와 나 사이는 사랑과 연민, 원망, 애증, 동정, 질투, 죄책감 등이 섞여 복잡하고 다양한 모양으로 성장했습니다. 아침에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거절하고 나가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원망 섞인 푸념을 듣지 못해 억지로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엄마에게 언제나 착한 딸로 있고 싶었으니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와 딸의 관계는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엄마와의 의존도를 낮추지 못해 갈등을 겪는 일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와 딸의 사이는 더 복잡해집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내가 대물림하고 엄마가 이미 만들어 놓은 감정의 그물을 힘겹게 헤쳐가야 합니다. 엄마는 자식에게 쏟아부은 애정의 평가가 고작 이것뿐인가 생각하며 허무함과 좌절에 빠지곤 합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며 나가고 있을 뿐이죠.
엄마와 심리적 커넥션을 끊기 위한 5가지 방법
우리가 엄마와 더 불편해지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독립되지 못하고 단단하게 동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커넥션을 끊는다고 해도 엄마에게 나는 나쁜 딸이 아닙니다. 죄책감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한다.
딸이 엄마처럼 똑같이 살 필요는 없다. 엄마에게 받고 싶지 않은 것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각자가 풀어야 할 삶의 과제는 따로 있다.
딸이 엄마의 공허함까지 책임 질 필요는 없다. 엄마의 감정은 엄마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타인의 감정을 차단할 마음의 반사판이 필요하다.
엄마의 말이 나를 향한, 나에 대한 말이 아니라 엄마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구분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상처가 아닌 자신의 소망에 집중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미리 겁내기보단 내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는 것을 집중해야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나 중심성과 관계 중심성 사이의 균형감을 길러야 한다.
관계 중심적인 태도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감과 죄책감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엄마가 무언가를 해주고 원망하는 것이 이타적이라서가 아닌 것처럼 나 역시 엄마의 말과 행동을 거절하고 말을 들어주기 힘든 것이 이기적이라서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엄마와 딸 사이-곽소현>
세상 모든 딸에게 있어 엄마의 존재만큼 큰 위로가 되는 것이 있을까요? 엄마에게 나쁜 딸이 될까 봐 항상 내가 먼저가 아닌 엄마가 먼저였다면 이제 엄마를 놔줄 때가 되었습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 바로 설 수 없다면 엄마와의 관계는 바퀴 빠진 수레처럼 혼자서 짊어지고 가는 짐 같을지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인 엄마와 나 사이. 세상 모든 엄마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세상 모든 딸들은 언젠가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엄마와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 조금 늦었지만 말입니다.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