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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Aug 23. 2018

전문 심리상담사와 친구의 차이점

아직도 '그게 그거지'라고 생각했다고?

나에겐 종교활동에 매우 독실하고 신실한 언니가 한 명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언니에게 찾아가 나의 고민과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센가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고해성사처럼.


본격 사회생활에 접어들고 나서부터 언니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직장의 문제, 가족 안에서의 관계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의문만 들던 나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들이 이야기의 주제였습니다.

인생이란 게 나만 힘든 것 같아도 다들 비슷한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라 생각되니 언니의 한마디가 나에겐 큰 위로가 될 때도 있고 조용한 호수에 물을 던지는 고요한 파장을 줄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개인적으로 큰 일을 겪고 나서 좀처럼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아 언니에게 찾아가 평소와 같이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여느 때와 비슷하게 언니의 반응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언니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무엇인지 모르는 거리감과 함께 말이죠. 


그날 이후로 언니에게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언니도 나와 같은 인간인데, 그녀의 삶의 무게도 있다는 걸 내가 너무 간과했던 건 아닌지 하는 죄책감과 미안함만 가득 안고 언니와의 거리감은 더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언니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혼자 꾸역꾸역 나의 문제를 이겨내 보려고 애썼습니다. 사는 게 바빠서, 다들 힘들겠거니 생각하며 누우면 이유 없는 눈물이 펑펑 흘러 배게를 적시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마음속의 고민은 나 혼자, 아님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말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던 내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친구와 심리상담사의 차이가 뭘까?

친구나 가족은 나를 잘 알고 내 문제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돈도 안 들고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나 가족은 나와 너무 가깝습니다. 나도 나의 문제안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고민을 말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나에게 친구와 가족의 말 한마디가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떤 흐름의 상태에서 대화가 이어질지 모르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이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답변이나 기준으로 문제를 종결시켜 버리거나 말해주는 답변 자체가 나를 위한 답변이 아닌 자신을 위한 답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상담 시 1회기 때 드는 초기 비용이 비싼 이유도 있습니다. 그냥 대화만으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내야 하는 비용 치고는 좀 비싸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상담을 시작하면 당장 나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문제 해결은 없는 듯 한 느낌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이제부터 친구와의 상담과 전문 심리상담의 차이점을 본격적으로 알려드립니다.



알려드려도 될까요,,?




1. 온전히 나를 위한 질문과 시선을 준다.

사람이란 서로가 대화를 하다 보면 나의 생각이나 조언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야지 의사소통이 됩니다. 하지만 상담은 조금 다릅니다. 나를 위한 말이나 질문, 행동을 해주고 나의 지금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계속 살피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상담은 '신뢰와 진실한 마음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2. 전문지식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친구가 단지 들어주고 손잡아주는 것으로 끝난다면 상담사는 내가 어떤 마음과 신체적인 상태에 있는지 이해합니다. 그러기 위해 심리학과 상담이론을 배우고 수련과정을 거치는 이유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와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사의 상태가 같은 대화의 흐름 안에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보지 못하는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에게 맞는 해결책을 말해 줄 수 있습니다.

전문 상담사는 순간적으로 그 문제에 대한 답이나 조언을 해주지 않습니다. 나의 상태나 내가 처한 어려움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그리고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따듯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말이죠. 


그래서 전문 심리상담은 1회기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결론 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멀리 바라보는 것도 상담을 받을 때 필요한 자세입니다.


고민을 털어놓을 만큼 친밀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고민을 나누고 위로를 받는 것도 정말 축복받는 일입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라서 걱정되는 마음에 나의 입장이 아닌 본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줄 경우가 있고, 가족의 경우 더 가깝기 때문에 날것의 대화가 오고 갈 수 있기 때문에 해결은커녕 더 깊은 문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시선과 해결책이 필요한 상태라면 주저 말고 전문 심리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민을 꺼낼 용기가 있다면 위안을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담이란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내가 용기를 내어 말하면 상담사는 위안을 주는 것입니다. 용기와 위안은 신뢰가 없으면 생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제 신뢰할 수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한번 더 용기 내어 말하는 것. 


지금 나와 그리고 당신에게 필요한 마음이 아닐까요? 



*본 글은 트로스트의 정현진 상담사의 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과 심리상담의 차이>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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