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하지 않아도 외롭다
그 옛날 영화 제목 중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었죠. 결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결혼을 인생의 옵션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이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결혼 적령기에 결혼을 하지 못하면 따가운 눈초리, 노총각, 노처녀라는 딱지가 붙어 마치 하자가 있는 사람처럼 취급받기도 했었습니다.
기억나실지 모르지만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서 노처녀역할인 주인공 삼순이의 나이는 30살입니다. 13년 전의 결혼 적령기는 30살보다 낮았나봅니다. 요즘 결혼 적령기는 그 때보다 높아졌지만 TV에는 하나같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는 드라마가 한가득입니다. 그래서. 대체. 결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헷갈릴 뿐입니다.
결혼을 노래 가사처럼 철저하게 본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해도 안 해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는 사람, 그리고 결혼을 원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여러 문제들 때문에 비혼을 결심한 분들도 많습니다.
그럼 결혼만 하면 다 괜찮은걸까. 결혼에 골인한 후 나름 잘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속사정을 들어보면 그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몇 십년 이상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만나 배려하고 희생하는 과정들이 마치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부부들도 있으니까요.
그럼 결혼, 해야할까요? 결혼하고 항상 해피할 순 없을까요?
전문심리상담사 천세경 선생님
결혼이란 ‘우리가 이렇게 다르니 안 통하는구나’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혼 전에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결혼 후에는 그 다름 때문에 싸우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부부는 서로 잘 통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통하지 않는 게 정상이고 당연한 것입니다. 부부가 완벽하게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심리학적으로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기대’이고 ‘환상’(판타지)입니다. 그리고 판타지는 결핍에서 생기게 되지요.
결혼 전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심리적 결핍감, 경제적인 궁핍감, 외로웠던 친밀감의 결핍 등등 살면서 갖지 못했던 것, 부족했던 것을 찾아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에게 기대하게 됩니다.
나만 바라봐주는 여자 친구,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 친구는 나를 완전하고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는 사랑에 빠진 남녀의 판타지를 잘 받쳐줍니다. 티비를 틀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만 봐도 그렇습니다. 현실에선 영화관, 놀이공원, 고급 레스토랑, 멋진 직원들의 서빙 덕분에 데이트할 때는 판타지가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날것의 모습 그대로 서로가 앞에 서 있게 됩니다.
이 시스템 일부가 없어지게 되고 리얼리티가 생기게 됩니다. 결혼하면 집에서 밥을 해 먹어야 하니 설거지가 생기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이제는 결혼 전에 보았던 서로의 멋지고 예쁜 모습이 아닌 흐트러진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현실에 들어오면 데이트할 때 좋았던 판타지의 힘이 약해지고 서로에게 실망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판타지는 결혼 후 1~3년이면 모두 깨집니다. 많은 부부가 자신의 판타지를 유지하기 위해 싸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됩니다.
결혼 후 서로가 변했다며 싸우는데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결혼 전에 자신만 생각하고 살았다면 이제는 새로 엄마란 역할, 아빠란 역할도 해야 하고 양가 부모님도 챙겨야 하고 거기다 때론 맞벌이도 해야 하는 한 사람이 몇 가지 역할을 감당해야 하니 결혼 후 달라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내 아내가 혹은 내 남편이 결혼하고 나니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고 생각된다면 아직 내가 판타지에 머물러 있나?라고 자문을 해야 할 것입니다. 결혼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성숙한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홀로 서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결점을 비난하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결혼은 상처뿐인 소모전으로 남아있게 될 뿐이지요.
나의 문제 해결, 결핍을 먼저 알고 배우자에게 무엇 때문에 기대하게 되고 상처받는지 알아보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결국 심리 상담이라는 것은 나를 객관적으로 알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