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모든 것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
가끔씩 트로스트 이메일로 익명의 사연이 올 때가 있습니다. 주로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들은 20-30대 여성분들이고, 주된 고민의 내용은 연애 문제입니다. 마케터 또한 같은 사선 위의 여자로서 읽으면서 공감이 되고 때로는 마음이 아플 때도 있는데요. 더 많은 분들과 고민을 나누고 함께 위안과 위로를 얻고자 랜선 연애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첫 연애 상담의 내용을 확인해 볼까요?
zo***** 님의 사연
저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2년 사귄 남자 친구가 있어요. 남자 친구를 볼 때 나보단 못하지만 남자 친구의 착한 성품에 반해 사귀게 되었습니다.
제가 완벽주의에 남자에 대해 열등감도 있는데, 어려서부터 똑똑하다, 손도 빠르고 야무지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습니다. 게다가 오빠가 있었는데 오빠와 항상 비교당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자는 경쟁해야 하고 이겨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학창 시절 만났던 남자들도 하나같이 시시하고 맘만 먹으면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연애도 점점 힘들게 되더군요.
지금의 남자 친구는 졸업할 무렵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순수하고 착한 성격을 보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나을 것은 없지만 아는척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저와 남자 친구는 취업을 비슷한 시기에 했습니다. 저는 대기업 위주의 회사만 지원해서 그중 한 곳에 합격해서 다니고 있고, 남자 친구는 중견기업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내가 대기업에 다니고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습니다. 그런데 입사 초기에 동기들 사이에서 은따를 당하고 나서 회사 생활에 점점 적응하기 힘들어졌습니다. 회사 안에서 나는 쓸모없는 존재 같아서 자꾸 작아지는 느낌도 들고요. 그러다 보니 처음 그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지금은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왜 이렇게 애가 조용해졌냐며 놀랄 때도 있습니다. 이런 나에 비해 남자 친구는 중견기업에서 꾸준히 버티다 보니 성과도 잘 더라고요. 본인의 입지도 탄탄하게 만들어서 지금 대기업 경력직으로 스카웃까지 된 상태입니다.
나는 출근해서 월급루팡 하기 바쁜데, 남자 친구는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본인의 계획을 알차게 실현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뭔지 모르는 자신감도 짜증 나고 이젠 볼 것 없는 저를 떠날 것 같은 느낌에 남자 친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자꾸 남자 친구와 비교하며 나를 깎아내리는 것도 싫습니다. 당연히 성과급도 남자 친구가 더 많이 받습니다. 점점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계속 뒤처지는 느낌도 많이 듭니다. 연인 관계에서 나타나는 열등감과 비교되는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트로스트 이항아 상담사입니다.
남겨주신 이야기 잘 읽어보았습니다. 남자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고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계시는군요. 답답하고 속상할 것 같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zo***** 님이 원하던 대로 남자 친구보다 좋은 회사에 취직했고 그만큼 더 뛰어나다고 느끼셨는데, 어느 순간 그 기대가 무너지면서 점점 초조해지셨을 것 같네요. 현재 그 마음이 열등감으로 이어졌고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열등감, 얼마나 벗어나고 싶을까요.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겠어요.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부분 정말 지지해드리고 싶군요. 잘 오셨어요.
zo***** 님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리적 갈등이 연애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zo***** 님과 남자 친구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난 갈등이 아닌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을 것 같군요. 먼저, 왜 나는 남자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 부분을 탐색하셨으면 좋겠어요. 자아실현을 위해 또는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일에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이라면 그건 고민해 봐야 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항상 타인보다 뛰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 순간이 오면 괴로워지겠지요. 기대하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언젠가 또 내가 뛰어넘지 못하는 대상이 존재하면 그때는 지금과 다를까요?
부족한 부분도 나의 것이지만, 강점들 또한 나의 것입니다
다음으로 나는 연애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할까? 연애하면서 많은 부분이 충족될 수 있어요.
실은 zo***** 님은 남자 친구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과 인정이요. 하지만 내가 남자 친구를 이기지 못하면 나의 자아가 거부되는 듯한 느낌, 두 가지 감정으로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아요. 아니면 남자 친구 역시 단순히 전부터 이기고 싶었던 대상 중 하나였을까요?
이처럼 내담자님이 무엇을 중심으로 두고 관계를 이어오고 계셨는지, 앞으로 연인과 어떤 관계로 이어나가고 싶은지 꼭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모두에게 장, 단점이 있습니다. zo***** 님은 나의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 걸까요? 지금은 남자 친구보다 회사에서의 평가도 연봉도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남자 친구보다 부족한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부족한 부분도 나의 것이지만 강점들 또한 나의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군요. 생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자책하거나 나를 비하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괜찮아요.
zo*****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없어 많은 것들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답변을 드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어요. 조금 아쉬운 마음이지만 이 답변을 통해 조금이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혼란스러운 마음들이 정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음에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어요. 응원할게요.
작가의 다음 추천 글
https://brunch.co.kr/@trost/75
https://brunch.co.kr/@trost/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