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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Oct 02. 2018

방탄소년단이 쏘아 올린 작은 공

폭풍 속에 숨겨뒀던 진짜 너와 만나

최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방탄소년단(BTS)의 ‘7분 연설’이 많은 이들에게 조용한 감동을 선사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유엔 아동기금(유니세프)의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발표 행사에서 방탄소년단의 연설은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전 세계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키워드는 자존감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 너무나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죠.

("글로벌 메시지 전한다" 방탄소년단, UN 정기총회 청년 대표로 참석 관련기사)



( "글로벌 메시지 전한다" 방탄소년단, UN 정기총회 청년 대표로 참석 -노컷뉴스 )



우리는 자존감을 지키고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을 어렵게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어려운 일입니다. 자존감은 성장하면서 부모와 나 사이의 지지기반에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순탄하지 않죠. 자라오면서 수많은 상처와 치유되지 못한 과거들에 묶여 몸이 온전히 성장했음에도 마음은 항상 아픕니다. 청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집니다. 꿈이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은 어떤 건지, 우리는 중요한 질문에 대한 사유를 하지 못한 체 세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맞추고 그러지 못하면 자학합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에 우리는 당혹스러움을 '오그라든다'라고 치부하며 대답을 회피했는지도 모릅니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란 책에서 "사랑을 하려면 먼저 혼자 서 있을 수 있는 힘"이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했습니다. 사랑을 찾기 전에 자신의 발로 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혼자서 있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힘인 자존감을 말합니다. 


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나를 사랑하라, 자존감을 지켜야 나를 지킬 수 있다'라는 말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책에 적힌 말들이 나의 삶에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속으로 말이 쉽지... 하면서 넘겼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상투적으로 들렸던 ‘나를 사랑하자,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전 세계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엄청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래 안에서 말입니다.


문제는 자존감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자, 성장하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일을 겪습니다. 거절도 당하고 상처도 받고 사랑도 합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남들에게 인정받길 원하고 포옹받고 싶습니다. 다들 날 좋아했으면 하지만 세상은 내 맘처럼 되지 않죠. 그러면서 본래 나의 모습과는 많이 멀어집니다. 열심히 달려오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나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방향성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거짓 가면을 쓰고 살아가죠. 순간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나 혼자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 굴러가니까요. 하지만 가면 속 나의 모습은 엉망인 것 같아 마주 보기 두렵습니다. 언젠가는 벗어야 하는데 말이죠.


가면 속 나와 마주 보다


거짓된 가면을 쓴 나는 사랑받을 자격도 없어 보입니다. 심리학에서 자존감은 '자신을 전반적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정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지고 있는 약점과 치부는 무시하고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항상 힘이 듭니다. 그리고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자존감이 무너지고 맙니다. 자신의 약점은 감추고, 항상 강한 모습, 완벽한 모습만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거짓 자기'를 키우는 일이 됩니다. 때문에 점점 마음속엔 감당할 수 없는 폭풍, 자기혐오만이 자랍니다.



나를 사랑하는 모습이 남을 사랑하는 모습 


저는 화장을 열심히 합니다. 화장을 안 한 모습으로 밖에 나가거나 만족할 정도로 꾸미지 못한 상태로 사람들을 만나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본모습을 보고 실망하거나 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 괜히 내가 불편하고 미안합니다. 항상 완벽한 모습일 때 사랑받을 거라는 잘못된 전제가 제 안에 있는 것이죠. 나를 엄격한 잣대로 학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웃는 모습으로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욕심도 있기에 조금이라도 나를 싫어하는 눈치가 보이면 마음이 괴롭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겠죠.


그렇다면 진실된 자기 사랑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가면 뒤의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서툰 모습조차도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취약한 면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괴로운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 마음 챙김의 방법이 '자기 자비(Self-compassion)'입니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Neff)와 마크 리어리 (Leary)가 말한 자기 자비는 자존감과 상관없이 꼭 필요한 태도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자기 자비는커녕, 나는 항상 나쁜 기억을 곱씹으면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갑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비난해도 나는 나를 지켜줘야 하는데 믿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죠. 




자기 자비의 3가지 요소


자기 자비는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기 친절

자기 친절은 '그럴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나에게도 관대한 마음을 주는 것을 뜻합니다.


나의 마음을 쉽게 판단하지 않기

나의 마음을 쉽게 판단하지 않은 것은 상황에 굴복한 나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상황에 처한 내 마음을 위로하는 한마디를 건네는 것입니다.


보편적 인간성

보편적 인간성은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라는 마음으로 한 번의 실패로 인해 내 세상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자기를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단순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보다 어려운 상황을 잘 수용하고 금세 털고 일어난다는 심리학의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자기 친절'의 태도를 갖춘 사람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보다 관대하고 수용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쌍방이 자신을 숨기지 않고 진실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진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나의 치부를 보이는 것 같아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약점이 잡히는 것보다 완벽한 나의 모습으로 방어하는 편이 편하니까요. 하지만 가면 뒤 진정한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둘러싼 장벽을 깨고 나오는 첫걸음입니다. 내가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해도 그대로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요. 자기 친절을 통해 나를 인정하고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그리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진짜 나의 정체성을 찾아 인정해주는 것이야 말로 가면 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일 것입니다.


Answer: love yourself 에 수록된 Epiphany



흔들리고 두려워도 앞으로 걸어가
 폭풍 속에 숨겨뒀던 진짜 너와 만나




열 권의 심리서적보다 한곡의 노래가 나 자신의 실망스러운 모습 때문에 속상해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를 가혹한 잣대로 평가하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나를 인정한다고 내 가치가 떨어지거나 내 세상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남들이 나를 무시하지도 않아요. 그냥 그 순간 '잘했어, 충분해 그래 잘했어' 토닥여주세요. 내 감정은 내가 챙겨주는 연습을 해보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잘 걸어왔잖아요. 이제는 가면 뒤 진짜 나와 만나세요. 나의 삶의 앤딩은 내가 만드는 것이니까요.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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