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은 어른은 무엇인가?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를 슬슬 정리할 때가 다가온 것이죠. 연말과 새해마다 저는 항상 일기장에 커다란 제목을 하나 쓰고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어른 되기!
연말을 맞이하여 대체 좋은 어른이 무엇인지 써보기로 했습니다. 위안과 위로를 주는 트로스트에서 이런 부정적이고 강한 제목으로 글을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옛말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못해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말이 있죠. 글이나 잘 쓰면 모를까......
'좋은 어른은 없다' 이 말에 난 좋은 어른인데 왜 저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사회적 규범과 도적적으로 '좋다'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항상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과 내가 속한 조직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나로 인해 행복해졌으면 좋겠으니까요. 그때부터였을까요? 내 삶이 고달파진 것이.
몇 년 전 좋은 사람이 되야겠다는 마음을 강하게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공교롭게 아들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쓴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때이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은 사람들이 항상 좌절하고 넘어지는 부분을 콕 집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엄청난 책이었습니다. 세상에 미움받을 용기까지 내야 하는 세상이라니. 그런데 잠깐,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던가?
아들러는 인간은 주어진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심리학자입니다. 즉 성격은 '타고남 보다는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다'라는 말입니다. 완전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그리고 나의 괴물 같은 본모습을 누군가 볼까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이러한 괴물 같은 모습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거나 결핍된 감정을 가지고 성장을 했던 기억의 상처와 분노, 좌절이 만들어 낸 결과물인 거죠.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나만 그런가?'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좋은 사람 되기, 좋은 어른이란? 성숙함을 만드는 법, 꼰대가 아닌 진짜 어른이 되는 법으로 검색하니 각종 정보들이 물 밀듯이 쏟아졌습니다.
좋은 어른이 되는 법?
좋은 어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달콤함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라고 인정받는 순간 덫에 빠지고 맙니다. 그때부터 내면은 죽어가기 시작하죠. 솔직히 어른이란 단어가 이제는 짐처럼 느껴집니다. 어른이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현실에 지쳐 살다 보니 어느 센가 꼰대로 변해버린 내 모습에 슬퍼하다가도 삶을 살아내려면 슬퍼할 틈도 없이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 현실은 숨 막히게 합니다. 대체 어른은 누가 위로해주나요? 근데 착하기까지 하라니 정말 가혹한 현실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것
우리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남에게 쓴소리, 싫은 소리를 다 감수하며 살아갑니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잔소리 말아야지 하며 시선을 거두어버립니다. 어쩌면 좋은 어른이 된다고 하면서 서로에게 더 냉소적으로 변하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나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 되려 받게 됩니다. 근데 인간은 원래 나약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 가족,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너무 연약하죠. 나, 너 그리고 우리. 인간은 다 그런 겁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이 어른의 시작이다.
아마 좋은 어른, 성숙한 어른이란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렇게 연약하기 때문에 그 또한 나처럼 상처 받겠지'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것. 나 또한 완벽하지 않은 연약한 인간이라 받아들이면 연민이란 단어가 그렇게 나쁘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아까 말한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라는 말, 나도 연약하기에 모든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그 감정. 본능적인 따듯한 감정인 연민이 없기 때문에 좋은 어른에서 자꾸 멀어지는 기분이 드는 것 아닐까요?
당신이 다른 누군가에게 빛 한줄기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게 되면 상대방의 몰랐던 그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연민이란 빛 한 줄기가 그의 삶에 들어오면 당신은 그에게 존재 자체로 위안이 되는 좋은 어른이 됩니다. 특별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당신이 그를 알아봐 주는 그 자체로 그 사람의 인생은 '살아갈 만한 것'이 되니까요. 뭐 특별한 행동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마음을 가지고 따듯한 눈빛 한 번, 말 한마디, 손짓이면 충분합니다.
좋은 어른의 기준이 사회적인 성공과 부드러운 인품, 그리고 그 사람의 철학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어른은 내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모습을 솔직히 보여줄 수 있는 것. 온전하지 못한 삶일지라도 그 모습은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진짜 어른으로 태어나기 시작합니다. 삶은 계획대로 되거나 온전하지 않습니다.
어떤 것이 잘 사는 어른, 멋진 어른, 좋은 어른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연민으로 나를 받아들이고 상대방 또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당신이 연장자의 입장으로서 진심으로 '지금 너무 힘들지만 겪어보니 별거 아니더라 괜찮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는 당신에게 우리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 참 좋은 어른이라고.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