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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Nov 27. 2018

나쁜 기억이 빨래처럼 깨끗해진다면?

아들러 심리학-나쁜 기억 세탁소

내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될만한 일도 있었고 기뻤던 순간, 최악이었던 순간들 그리고 가슴 아프도록 슬픈 순간들이 있습니다. 모든 기억들과 감정이 뒤엉켜 지금의 내가 이렇게 숨 쉬고 살아가는 것이죠.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자동적으로 살아지지 않습니다. 힘겹게 살아 내는 것이 맞는 것 같은 느낌이 한 해를 넘기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강하게 드니까요. 


그냥 플래시 한방에 기억이 순삭 되게 해주세요. 제발~!!


삶의 고난과 시련, 여러 풍파들 그리고 다채로운 감정들로 나도 좀 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젠 제법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 같고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조금 더 짧아지는 것 같기도 하죠.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가 한없이 초라한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코인 세탁소에서 이불빨래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의 나쁜 기억들도 저렇게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싶다! 하얗게!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그에게는 슬픔의 기억이 될 수도, 내가 눈물을 흘린 그 시간이 다른 누구에겐 감동의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 나쁜 기억도 그렇겠지요? 삶의 여러 형태가 다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너무 복잡한데 기억을 몽땅 세탁기에 넣어버린다고 해서 기억들이 하얀 도화지처럼 변하지는 않겠죠. 


나의 기억 속에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면 어디에서 얼룩이 생겼는지, 무엇으로 이루어진 얼룩인지 각 얼룩에  맞는 방법으로 지워야합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도 맞다.


뇌리에 강력하게 남은 기억은 지금 내 삶에서도 계속해서 나에게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삶의 문제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살면서 우리가 어떤 문제에 봉착했다 느끼면 우리의 기억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과거의 비슷한 문제를 떠올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을 힌트로 삼으면 됩니다. 과거의 기억은 시일이 지나면 불필요한 디테일은 생략되고 간략한 핵심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쁜 기억을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접근하여 문제의 핵심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은 '불안'이다.


모든 상처와 흔적은 패턴이 있습니다. 자주 얼룩이 지는 곳이 있듯이 나의 기억 속에, 마음속에 자주 상처 받고 낙담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쁜 일은 한 번에 터진다고 버티기 힘든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하죠. 그럴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 실망하고 심하게 자책하기도 합니다. 어느 것부터 손 봐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문제에 다가가기 어렵지만 진짜 문제는 한 가지 진원지에서 나옵니다. 풀리지 않은 문제 하나가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나를 힘들게 하거든요.


이런 모습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듭니다. 불완전한 내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행복해 질까?라는 질문에 무너지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불안의 벽을 뚫고 문제의 출발점을 찾는 것. 나를 왜곡하지 않고 똑바로 보고 싶다면, 그리고 불완전한 내가 진정으로  나를 받아들이고 싶다면, 상처의 패턴이 만들어진 진원지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진원지로 가기까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심리상담, 전문가 혹은 전문 서적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진원지에서 나온 근본적인 문제를 알기 전엔 완전한 나, 완전한 행복의 형태에 집착하며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본질을 알기 시작하면 '사랑받기 위해서는 완벽한 나를 지켜야 해, 최고가 되면 모두 나를 인정할 거야, 슬픔에 잠식당하면 나는 나약한 사람이야'라며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을 이해하고 나의 입체적인 모습을 받아들이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나쁜 기억은 없다!


자, 제일 흔한 예로는 3년 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열심히 사랑했던 전 애인이 있습니다. 헤어질 때는 서로에 대한 미움과 증오, 안타까움으로 뒤섞여 서로 저주하며 관계를 끝냈다고 쳐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미웠던 순간 싫었던 기억이 아니라 좋았던 추억, 그때 뭔지도 기억이 안나는 일 때문에 미친 듯이 웃었던 기억들만 떠올리게 되죠. 이러한 기억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나를 괴롭히던 거대한 나쁜 기억들을 내가 괴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 괴물이 실은 내가 만든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때 비로소 내 안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나를 밑바닥으로 잡아 끄는 나쁜 기억은 사실 내가 여러 기억의 조각을 모아 재생산해낸 허상일 뿐입니다.


빨래를 털듯이 내 고민과 상처를 가볍게 털어내기


기억해주세요. 우리의 기억엔 언제든지 얼룩이 묻을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중요한 건, 그것이 얼룩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지, 얼룩이 묻었느냐-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그걸 아는 사람만이 내 기억 속 얼룩쯤이야 언제든 지울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니까요.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너무 입체적인 사람입니다. 내가 했던 모든 행동과 결과는 좋고 나쁘다로 판단될 수 없습니다. 설령 그 결과가 타다 난다 해도 그 자체로 내 인생 자체의 성공이나 실패를 결정하지 못합니다. 내가 괴물을 만들었던 것처럼 내가 실패라고 마음먹으면 그 순간 실패가 사실이 되는 것이죠. 결국 좋고 나쁨, 성공과 실패 모두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처한 상황을 단순하게 보고 결단하면 안 되는 거죠. 나의 여러 모습 조차 나인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부터 마음 세탁소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어디서부터 이 얼룩이 생겼는지 기억하고 얼룩에 맞는 세탁법으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나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책 바로가기 ▼

아들러 심리학 나쁜 기억 세탁소 - 고현진 지음 <바이북스>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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