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경로합' : 미친 지도자는 주연 배우일 뿐이다
트럼프나 네타냐후가 미친 놈이라서 이란 전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한국전쟁의 기원>이 아직까지도 내 사고의 영역에 남아있어서인지도.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게 있듯이, 모든 전쟁에는 나름의 “기원”이 있다.제1차 세계대전도 사라예보의 총성이 없었으면 안 일어났을 거냐? 그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다. 미국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카멀라 해리스였다면 미국-이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을 거다.
한 나라, 한 세력을 대표하는 수장은 배우와 같은 거라고 본다.
역사적 이벤트의 주연이 될 오퍼가 왔을 때 그 오퍼를 받아들여 acting을 할 것이냐, 아니면 인내하고 안하고 말 것이냐. 안 했을 때, 그 에너지는 응축되거나 또는 다른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응축된 에너지가 빠져 다른 사건으로 되거나. 기본적으로 전쟁은 결단의 영역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결단의 영역이 아니라, 임계와 역치의 영역이기도 하다.
리처드 파인만의 역사총합 이론은 a에서 b까지 가는 모든 경로합을 이야기하는 이론인데, 사실 사물의 이동뿐만이 아니라 역사적 경로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모든 거시적, 미시적, 개인적 사건의 총합이 결국 역사적 사건, 이벤트의 발생과 이행에 있지 않나.
트럼프에게 중간선거가 전쟁 중단의 트리거라고 한다는 건 사람들이 잘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네타냐후는 부정부패 혐의로 사법리스크가 턱밑까지 와 있고, 만약 이번 전쟁이 아니었다면 크네세트에서 예산안을 처리해주지 않아 이스라엘 헌법상 내각 총사퇴하게 되면 총리직이라는 방패가 없는 상황에서 네타냐후는 감옥 갈 위험에 바로 직면한다는 건 사람들이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크네세트가 3월 말까지 예산 처리를 안해주면 내각 총사퇴) 그런데 이번주에 크네세트는 국방비를 대폭 증액한 예산안을 통과시켜줬고, 이로써 네타냐후는 다시 생명을 연장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생명을 연장했기 때문에 그는 이스라엘 주식시장을 볼 것이다. (이스라엘 주식시장은 하메네이 폭사 직후 폭등했으나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폭락도 한두차례 나왔다.) “이스라엘 새끼들이 문제다! 이스라엘 민족이 문제다!”라는 말이 힘을 받지만, 사실은 그건 네타냐후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친위쿠데타 수준의 “사법개혁”을 하자, 건국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반 네타냐후 시위를 했던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아울러 하마스, 헤즈볼라와의 전쟁이 계속되어, 마치 영구혁명과 같은 정세가 계속 이어져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네타냐후와,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계속되어야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세와 이란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적대적 공생의 관계도 외면하는 단선적인 견해일 것이다.
한편으로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트럼프가 이란에 핵을 투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보았는데, 그런 관점은 트럼프라는 개인을 “미친 놈”이라고 보는 것과 딱히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MAGA와 네오콘, 선택과 집중에 의한 미국의 신개입주의 3개의 입장(그 3개의 입장이 공화당에 고루 섞여 있다)의 총아이고 총합이다.
나는 모든 국가와 세력에 의한 사건은 개별 정치세력,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의 총아이고, 그 총합끼리 서로 맞부딪히는 것이지 한 개인이 미쳤다고 해서 그게 일어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계엄론도 마찬가지 이야기다. 나는 이런 음모론이 부정선거론에 적극 동조하는 의사와 펀드매니저들의 모습과 약간 궤를 같이 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우리야 윤석열 계엄이 있었으니까~ 라고 하면서 윤석열도 미친놈이고 트럼프도 미친놈이니까 미친놈들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라고 하지만, 나는 계속 말하지만 모든 사건은 개인의 선택이나 똘기만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단 입장이다. 그리고 “경로합”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그건 – 특히 미국 국내정치 이슈로 봐도 – 너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앱스타인 이슈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이 다 걸린 이슈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다. “폭도와 중우, 포퓰리즘이 나라를, 세계를 망친다! 난 세계가 정말 걱정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은 결국 절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자신의 지지와 취향, 호감을 정하는 것이고, 그것이 깨지는 순간이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고. 난 그래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낙관한다. 기본적으로 “관세”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귀착으로 갈 것이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