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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민 노무사 Nov 21. 2020

공인노무사 3차 시험 후기

지긋지긋한...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9시 50분 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 5층 대기실

2017년 3월, 첫 시험공부를 한 이후로 어느덧 3년 8개월이 지났다.


그때의 여자친구는 내 아내가 되어 있었고, 시민단체 퇴사자였던 나의 아내는 이제 내년 1월이면 변시를 본다.

나는 그때 1년 넘게 지옥을 체험할 가스라이팅과 직장내 괴롭힘이 그 어느곳보다 심해서 채용공고가 너무 잘 올라오는 나름 서울의 노동관련 기관에 막 입사했을 때였는데, (아직도 생각난다. "이 바닥에서 매장시켜서 발 못 붙이게 할 줄 알아."란 말을 그곳에서 수 틀리면 그렇게 몇 번이나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그때는. 그리고 이제는 안다. 어느 분야나 똑같다. 저런 말, 허장 성세다. 나는 같은 분야(!) 에서 현재 떵떵(!) 거리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여기서 코미디는 그런 기관에서 직장내 괴롭힘 관련해서 뫄뫄거린다는 것 정도? 나는 채용과 관련해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블랙기업 여부를 알고 싶다면 채용공고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보라고.) 

결국 이제는 다행히 다른 곳의 사무국장이 되어 광명을 찾은 상황.


그렇게, 세월이 너무나 많이 흘렀다. 새벽에 죽을 먹으며, 다시금 감회에 젖었다.


어제 아침 10시가 나의 입실시간이었다. 회기역 근처의 그곳, 중랑천도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따릉이를 타고 사가정역에서 장안교 삼거리까지 내달린 후, 무사히 세이프. 그곳에는 삼성카드, 국민카드, 신한카드, 그리고 하나은행 마통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치 삼성 이재용, 대한항공 이명희에게 인터뷰를 받으려하는 법조팀 기자들과 같은 기세로 면접보러 온 사람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으며 고객 쉼터에 한번 앉아서 이야길 듣고 가라며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대기실에 도착했고, 곧 설명을 듣고 2층의 면접대기실로 내려갔다.

강사님들의 설명과 달리, 좁은 공간의 채용박람회같지 않았다. 별도의 대기실이 있었고, 면접대기실에서는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게끔 했다. 코로나 19 방역의 여파겠지.


곧 면접실로 들어가자, 2미터 간격으로 아크릴 판이 놓여져 있고, 3명의 면접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면접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어디서 오셨습니까?


 (대학동, 고시촌에서 왔습니다.)


2. 노무사로서의 지원동기가 무엇입니까? 어떤 계기로 노무사 시험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까?


(과거 게임회사의 포괄임금제 이야기, 노동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노동상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동법과 공인노무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


3. 근로감독관과 법리적 다툼이 있을때 어떻게 할 것인지?


(노동상담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근로감독관 분들이 격무에 시달리시는 것을 임금체불 진정 등을 도우면서 많이 알게 되었다. 우선 근로감독관과 실무 차원에서 보자면 특히 근로자 측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다소 부실한 증거자료 등의 문제에서 근로감독관과 실무적으로 많이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격무에 시달리는 근로감독관 분들과 조금이라도 원활한 소통,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이렇게 입증책임과 관련된 부분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서 협의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격무에 시달리는 근로감독관 분들의 노고를 좀 더 완화한다면, 함께 서로 업무가 윈윈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4. 택배 노동자의 사망사건은 어떻게 보는가?


  (우선,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현재 택배연대 등 노조법상 근로자성과 관련하여 인정을 받아가는 문제와 맞물려 대한통운 등 업계와 노조 측에서도 상당히 교감을 하면서 협의하고 있던 와중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와중에 벌어진 사건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찌 되었든 택배 분류등 이른바 공짜노동에 대한 문제는 분명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5. 플랫폼 노동자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플랫폼 노동자의 정의와 노동법적인 문제해결방안을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


 (플랫폼 노동자라 함은, 기존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다르게 계속성, 전속성 등의 문제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쉽게 인정되지 못하는 분들을 주로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앞으로 계속해서 근로기준법상 기존의 근로자성의 성격은 옅어지거나 완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노동법의 개정문제와 직결된다고 본다. 특히 미국의 보렐로 테스트로 판단하던 근로자성 문제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AB-5 법안 제정 등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반영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도 있고, 노동법 개정이 시대적 대세라면, 각국, 해외의 주요 입법사례를 잘 참조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 ILO 핵심협약과 플랫폼 노동자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와 플랫폼 노동자 문제는 특히 결사의 자유 측면에서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고 본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문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별, 사업장별에 속하지 않은 조합원의 결사의 자유 측면이다. 최근 대체근로 제한과 관련한 우리 판례, 대체근로를 저지하려는 사업장 소속이 아닌 산별노조의 조합원이 조합활동과 관련해 무죄를 받은 사안 등도 결국 이 문제와 결부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더욱 산별노조, 해당 기업의 소속이 아닌 조합원의 조합활동 문제가 플랫폼 노동과 관련하여 빈번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ILO 핵심협약의 비준 중 특히 결사의 자유 부문이 플랫폼 노동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한 부분이라고 보는 이유이다.)


(네. 이제 나가보셔도 좋습니다.)


10분이 채 안걸렸다. 같이 들어간 사람 중 내가 가장 빨리 나온 것 같았다.

시험 질문은 큰 줄기만 따지자면 워밍업 질문 / 지원동기 / 근로감독관 문제 / 최근 노동이슈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끝이 났다.


끝나고 친한 동기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 오랜만의 회기역.


예산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음....

최종합격하고 학교 캠퍼스를 한 번 천천히 걷고 싶었다. 


이제 12월 2일 최종 발표를 기다릴 뿐.

홀가분하다.


카페 합격수기는 아마 12월 2일 이후에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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