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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민 노무사 Oct 24. 2021

13. 연봉은 회사 기밀일까?

누설하면 징계라도 받나?

https://youtu.be/4CgJjgOwoBQ


오늘은 직장인에게 가장 핫한 주제이죠.

좋좋소 13화는 "연봉"에 대한 이야기더라구요. 

그래서 이 리뷰도 연봉협상에 대해서만 다뤄봤습니다.


1. 연봉은 회사 기밀일까?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요;;

많은 회사들이 직원의 연봉 공개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하지만 연봉이 "회사 기밀"이다라고 하려면 별도의 영업비밀유지 합의서 등을 징구하면서 해당 합의서에 연봉정보에 대해 비밀유지의무를 갖는다는 내용을 넣어야 합니다. 


근로계약상의 부수적 의무인 성실의무 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영업비밀유지 의무만으로는 연봉정보가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 호봉제를 채택한 회사들의 경우는 호봉이 취업규칙 등에 공개되어 있는 경우도 많으니까, 더더욱 일률적으로 이를 기밀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취업규칙의 필수적 기재사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4조는 또한 이러한 취업규칙은 반드시 근로자에게 "주지"하도록 하는 사용자의 주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회사 기밀이고, 이러한 비밀을 유지하겠다."는 별도의 서면 합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정필돈 사장이 정승네트워크에서 이러한 합의서를 따로 받지 않았다면, 

사실 굳이 저렇게 말할 이유도, 직원들이 이를 따라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2. 회사는 왜 연봉 공개를 꺼릴까?


그렇다면 회사는 왜 연봉공개를 꺼릴까요?

바버라 애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는 그의 저서 '노동의 배신'에서 "연봉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 인해 회사는 근로자 간의 단결을 약하게 할 수 있고, 연봉협상에서도 훨씬 유리한 고지를 갖게 된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봉정보 비공개를 통해 심지어 노동조합 결성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회사는 "각자의 성과와 기여도를 평가하여 그에 따라 연봉을 협상하는데, 그 결과가 다르면 직장 내 인화가 깨진다."라는 이유를 댑니다. 일리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절차 공정성"이 반영된 평가에 의한 보상의 차이는, 사실 직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사실 금액 차이 자체도 중요한 문제겠지만, 회사는 자신들의 평가가 다른 직원들에게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연봉 공개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불공정하다"는 느낌이 들면 이는 조직 생산성 저하와 결근율이나 이직율의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사는 연봉정보를 회사가 독점함으로써, 연봉협상에서 이른바 "정보 비대칭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연봉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지키도록 근로자에게 합의를 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3. 자신의 연봉공개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을까?


우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연봉정보를 누설한 것이 "정당한 이유"여야 징계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정승네트워크는 정필돈을 제외하면 근로자가 6인입니다. (이길, 조충범, 이예영, 백진상, 정이사, 이미나) 따라서 연봉정보 누설이 징계의 "정당한 이유"인지가 중요합니다.


앞서 말했듯, 별도의 비밀유지 합의서를 받지 않았다면 당연히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타인의 연봉정보를 허락없이 공개했다면, 이는 별도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개인정보보호법은 고의성 여부는 위법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타인의 연봉정보 누설은 그 자체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별도의 비밀유지 합의서를 받은 경우에는?


우리 판례는 근로자가 직장 내부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는 것에 대해 "근로자가 직장의 내부사실을 외부에 공표하는 것은 공표된 내용과 그 진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공표방법 등에 따라서는 사용자의 비밀, 명예, 신용 등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8두7787 판결, 대법원 1999. 9. 3. 선고 97누2528, 2535 판결 등 참조) 그러니까 연봉이라는 직장 내부 사실을 공표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행위의 경위와 목적, 공표방법이 사용자의 비밀, 명예, 신용 등을 훼손하는 행위여야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단 뜻입니다.


다만 근로자 본인 스스로가 정보 주체인데, 정보 주체 스스로가 공개한 정보로 인해 회사가 어떤 손해가 있을 수 있는지 사실 저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그 합의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직원 개인의 인권침해한다거나 직원 간 불신을 조장할만한 내용이라면, 이 또한 정당하다고 볼 순 없을 것입니다.


다만, 실제로 어떠한 "손해"가 일어났다면 그 손해와 합의서 위반을 이유로 한  민사적 해결을 도모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4. 연봉정보 누설 시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비밀유지합의서"를 합의한 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이러한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데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사용자의 손해"입니다. 사용자에게 정보주체인 근로자 본인이 스스로 연봉정보를 공개했을 때 도대체 "얼마의 손해"가 구체적으로 나왔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사용자의 몫입니다. 결국, 손해액 입증이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합의서에 "연봉 정보를 누설할 경우 소정의 금액을 배상한다는 식으로 "얼마"의 손해배상액을 미리 예정하거나 위약금을 약정해놓았다면, 해당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위약예정금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근로자는 만약 비밀유지합의서에 그러한 손해배상액 예정이 들어가 있다면, 자신은 연봉정보가 공개할 생각도 없었는데, 특정 행위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했다며 노동청에 진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만 얻어맞고, 노동청 근로감독관의 시정조치를 따라야 할 겁니다.


결국, 현실적으로 자신의 연봉정보를 공개했을 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타인의 연봉정보를 누설했다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므로, 위법한 행위에 대해 직장질서 침해에 따른 징계도 가능할 것이며, 이로 인해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발생양태에 따라 업무상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것입니다.)


5. 효율적인 연봉협상: 생산성 중심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


사실 백진상 차장은 사장이나 스스로의 말대로 회사에서 제일 수완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사장도 회사에 대한 백 차장의 공헌을 인정한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게 맞겠죠.


그러나 그 대우를 해주지 않고, 백진상 차장이 5천만원을 제시하자 최종으로 4천4백만원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재앙적이었습니다. 연봉 6백만원 차이로 태해물산과의 계약이 틀어져 매출의 거의 절반이 날라갔고, 이후에 백진상 차장의 새로운 회사는 정승네트워크의 다른 거래선들도 상당수 끌어오게 됩니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쿨하게 백진상 차장 말대로 해주는 게 회사 입장에서도 훨씬 더 효율적이었을 겁니다.


연봉협상에서 사업주는 무조건 근로자를 이기려고만 해서도 안됩니다. 회사의 가장 큰 목표는 조직효과성, 생산성을 키워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고, 근로자와의 협상에서 이겨먹는 게 목표가 되어선 안됩니다.


조지 애컬로프(G. Akerlof) 등은 효율성 임금이론(Efficiency wage theory)을 주장합니다.(1988)

근로자가 받는 임금의 크기가 노동생산성의 결정요소라는 게 이 이론의 주된 논지입니다.


높은 임금을 받을수록(시장 평균 수준의 균형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 근로자는 더 건강해지고, 근무태만을 방지하며, 이직율을 낮추는 건 물론, 높은 임금이 유능한 인재의 영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면접을 볼 때 다른 회사의 offer letter를 제시했을 때, 해당 금액보다 더 높은 액수의 보수를 제안받는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있는 효율성 임금의 한 예시일 겁니다.


정필돈은 BMW를 끌고 다니면서 몇 백만원을 아까워 했으니, 사실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연봉협상을 해버린 것입니다. 회사가 연봉협상에서 얻어내야할 것은 몇 푼의 비용절감이 아니라 어쩌면 회사에서 가장 큰 무형자산, 근로자의 로열티일 겁니다. 


사업을 하면서,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중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의 관점으로 근로자에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겠습니다.



노동법 관련 내용은 공인노무사의 개인의견이므로 해당 내용을 공인 노무사의 조언없이 활용했을 경우 노무사에게는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법령 내지 판례의 적용에는 구체적인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해석 등에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본인의 상황과 관련된 글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구체적인 사항은 노무사사무소, 노무법인, 노동법률사무소 등에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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