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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민 노무사 Oct 23. 2021

12. "기본"도 안하려는 회사가 너무 많다.

하늘과 땅 차이, 5인 이상과 5인 미만

https://www.youtube.com/watch?v=6sQ8NUZB_7U


좋좋소 12화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사장님의 "잔머리"가 실제로는 통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입사원 한명을 더 채용함으로써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는 걸 회피하고자 정 사장은 JPD 소프트를 만들었던 건데, 사실 노동관련법은 언제나 형식보단 "실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잔꾀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로감독 등으로 문제를 파악하지 않으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가 눈뜨고 당해버리는 수도 많죠...)


오늘은 정필돈 사장이 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굳이 사업장 쪼개기를 했는지,

그리고 그 외에 정필돈 사장이 받으려 한 사업주 지원금과 사업장 내부를 유튜브로 촬영하는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1. 너무 많고, 자주 바뀐다: 사업주 지원금

근데 이거 5인 미만 사업장은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게 아이러니...

우리 나라는 사업주 지원금이 엄청 많습니다. 뭐, 많은 거야 좋긴 한데, 문제는 각 부처 별로 지원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다보니, 그 해의 예산 상황에 따라 몇 년, 또는 몇 개월 뒤 바뀌거나 없어지기도 하고, 조건이 변경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사업주 지원금은 진짜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게, 사실 사업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겁니다. 오죽하면 정부 지원금만 따로 컨설팅해주는 노무사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엄청 많다...


중앙정부 뿐만 아닙니다. 각 지자체에서도 (특히 돈 많은 서울시와 경기도) 각종 지원금을 주는데요.

정승네트워크가 만약 서울에 있는 곳이라면, 중소기업 인턴십 참여기업 지원금 신청을 통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job.seoul.go.kr/www/intern/intern/intern4.jsp


그 외에도 가령 "고용창출장려금" 중 청년추가고용 장려금이라고 해서 만15세 이상~만34세 이하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한 경우 기업규모에 따라 청년 신규채용인원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원금도 있습니다. (1명 고용 당 900만원 등) 다만 이 지원금은 원칙적으로 "5인 이상" 사업장이 지원대상입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지원금 종류들이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 개개인의 수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행정역량상 사실상 어려우니, 사업주를 통해서 주고,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경제가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 취지일텐데요. 사실 중소사업주 분들이 일일이 여러 지원금을 찾고, 요건을 따져보는 것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여간 이길 과장이 신입사원 이예영의 지원금을 잘 찾아볼 수 있길...


2. 사업장 내부 촬영, 문제없을까?



문제가 없을리가.

사업주는 사업장 내 영업시설에 대한 물권적 지배력이 있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은 사업장 내 시설물을 유지 및 관리할 수 있는 권능을 말합니다. 따라서 근로자는 근로자에게 제공된 영업시설을 이용할 수는 있으나, 그 이용할 권리는 노무제공 이행을 목적으로 이용할 의무 (이것이 성실의무에 해당하겠죠)를 부담합니다. 따라서 정필돈의 허가 없는 브이로그 촬영은 허락될 수 없는 일이죠. 심지어 정승네트워크의 영업과 무관하기 때문에 "노무제공 이행" 목적도 아니니까요.


특히나, 껐다고 해놓고 녹음이나 녹화를 한 것은 "비밀녹화"에 해당합니다.


판례는 비밀녹화는 아니지만, 비밀녹음 행위자에 대한 징계해고 사건에 대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 상호간에 불신을 야기해 직장 내 화합을 해하는 것으로... 근무기강 확립과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되는 것으로...위 일련의 행위가 정당한 해고사유가 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1994.12.2. 선고 94나31985 판결, 대법원 1995.10.13. 선고 95다184 판결)


물론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을 달성하려 하는 비밀녹음이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윤리나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경우인 경우,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불법도청이 아닌 이상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불법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 법원의 견해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손해배상,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하지만 이예영은 자신의 유튜브 구독자를 위한 목적이니, 이것이 정당한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업주가 가진 시설관리권에 의해서,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 내부를 녹음 및 녹화하는 것은 허용될까요?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이하 생략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에 따르면,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승네트워크는 30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므로, (근참법은 30명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CCTV등 사업장 내부 촬영할 수 있는 설비를 협의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업장 내부의 촬영은 근로자 모두,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받고, 촬영의 목적에 대해서도 명백히 해야할 것입니다. 아울러 사전 동의를 받았다 해도 음성 녹음은 할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장 외부라 할지라도, 공개된 장소에서의 촬영은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거나, 시설안전 및 화재예방 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으로 명백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CCTV 촬영 안내판을 설치해 촬영시간과 범위, 목적을 명확히 기록해놓는 것도 필요하죠.


3. 왜 정필돈은 사업장을 쪼갰을까? : 5인이상과 5인미만의 결정적 차이

그래도 다행히(?) 최저임금은 준다. 1,822,480원.

사실 이런 가짜 5인미만 사업장 만들기는 원천무효이고, 위법한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필돈 사장이 굳이 정승네트워크와 JPD 소프트를 쪼개버리는 건, 5인 이상 사업장이 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적용범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습니다.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③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즉,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행령을 통해 "일부" 규정을 여전히 적용할 수 있을 뿐이죠.


그래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다음의 내용들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①초과근무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56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주휴수당은 여전히 적용됩니다.) 
② 아울러 주52시간 제한(연장근로 최대 한도 12시간)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③ 해고를 할 때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가 있지만, 이것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④ 심지어 부당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이 아니라 그저 민사적 해결이 가능할 뿐입니다. 
⑤ 사용자 귀책사유에 의한 무급휴직 등 휴업에 대해서도 휴업수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⑥ 연차나 생리휴가도 받을 수 없습니다.
⑦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법상 보호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이게 영세사업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현실반영이란 헌법재판소의 판정도 있긴 했지만, 요새는 사업장 쪼개기나 근로자 중 몇 명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등,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갖가지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야말로 기본도 안하려는 회사가 너무 많은 것이죠.

5인 미만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100만 개가 넘고, 총 300여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중 몇개 사업장이 "진짜" 5인 미만 사업장인지 실태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편, 표준근로계약서 등을 통해 "이 계약에 정함이 없는 사항은 근로기준법에 의한다."라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맺을 때, 이런 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있다면, 한번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우리 법원은 그런 조항이 근로계약서에 있는 경우 해고예고, 해고의 서면통지 등 "근로기준법에 의한 규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유효기간이 원고의 퇴직 날짜까지이므로,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다), 임금 등에 관하여는 계약 내용으로 정하고, 그 외 정함이 없는 사항은 근로기준법에 따르기로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를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7조에 따라 원고에게 적어도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여야 하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울산지방법원 2017.10.19. 선고 2017가합298, 부산고등법원 2018.8.29. 선고 2017나 57663,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확정)


이 사안에서 사용자는 상시근로자 2명을 고용한 단체였는데, 경리업무를 하던 원고는 "이 계약에 정함이 없는 사항은 근로기준법에 의함"이라는 규정을 통해 이와 같은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써놓고도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이기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정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사안이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모두 최소한 서로 정한 계약서의 내용은 모두 지켜지는,

"기본"을 갖춘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노동법 관련 내용은 공인노무사의 개인의견이므로 해당 내용을 공인 노무사의 조언없이 활용했을 경우 노무사에게는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법령 내지 판례의 적용에는 구체적인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해석 등에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본인의 상황과 관련된 글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구체적인 사항은 노무사사무소, 노무법인, 노동법률사무소 등에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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